한반도에 전쟁의 위기가 점점 높아지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사람이면 누구나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옹호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구 상에서 전쟁은 일어난다. 전쟁에는 분명 그 원인이 있다. 평화를 아무리 부르짖는다 해도 싸움의 원인을 없애지 않는 한 전쟁을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전쟁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한 전쟁과 자기 것을 지키려는 전쟁이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여 빼앗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부정의의 전쟁이요, 침략자에 맞서 인권과 자주권을 지키려는 싸움은 정의의 전쟁이다. 임진왜

예술작품과 문화재 그리고 희귀문서나 도서 등의 기록물을 공공기관에 기증하여 영구 보존하는 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 뜻깊은 일이다. 특히 기증을 통해 도난과 망실, 훼손의 위험에서 보호받을 수 있으며 학술연구 자료로 활용되어서 그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지난 4월 서울시립미술관은 평창동에 아카이브 전문 미술관인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를 개관하였다. 미술 분야의 자료수집 및 보존과 연구를 통해 기록과 예술의 다양한 데이터베이스가 가능해졌고 미술 전문 영역에 대한 다원적인 연구가 현실화되었다. 개관 전시

백령도에서 태어났지만 학교는 인천으로 진학했으므로 중고등학교 시절 백령도~인천을 오가는 배를 많이 타야 했다. 지금은 쾌속선으로 반나절이면 인천에 닿을 수 있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열서너 시간씩 배를 타야만 인천에 닿을 수 있었다. 말이 12시간이지 파도와 바람에 흔들리는 망망대해에 오래 떠 있다 보면 멀미를 하기 일쑤이고 허기도 많이 졌다. 특히 배를 타고 가는 동안엔 2끼 정도를 배 안에서 해결해야만 했다.당시만 해도 백령도를 출발해 대청을 거쳐 소청도 선착장까지 가는 시간만 2시간 정도 걸렸다. 소청도에 도착하면 소청도 아주머

지난해 대만 1인당 GDP가 3만2811달러로 18년 만에 한국을 앞질렀다. 한국은 3만2237달러였다. 대만은 오랜 기간 한국보다 1인당 GDP에서는 뒤처졌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해 1인당 GDP가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 예상하면서 그 이유로 대만 정부의 경제구조 개선 노력을 꼽았다. 대만은 중소기업이 튼튼한 국가로 평가됐다. 그러나 중국에 제조업 경쟁력을 내주면서 예전의 명성을 잃었다.위기감을 느낀 대만은 반도체에 집중했다. 정부는 물론 여야 모두 반도체 성장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은 반

파리의 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 지하 1층의 전시실에 51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앞에 선 것은 지난달 25일이었다. 1972년 조선일보 프랑스 특파원 시절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책의 해' 기념 전시회에 출품되기 직전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된다는 특종기사를 썼던 필자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특수한 투명 전시관에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앞에서 두 손 모아 경의를 표하고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로 책을 만든 조상께 숭모의 뜻을 담아 감사

인천은 어떤 도시일까? 부정의 단어가 더 많다. 바다와 섬, 해안, 강, 산 등 지리적 이점이 많음에도 이 모든 걸 가리는 부정의 이미지가 너무 세다. 바로 회색도시다. 여전히 쓰레기, 대기오염, 기후변화, 물 불안 등 환경문제가 심각하고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인천만의 특색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그런 인천에 반전을 부를 역대급 기회가 오고 있다. 다름 아닌 ESG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이 우리나라에 위기지만 인천에는 다신 없을 기회다. 으레 떠올리던 회색도시에서 녹색도시 인천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데다 나아가 국제탄소중

음식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자. 치맥(치킨에 맥주)과 삼소(삼겹살에 소주)에도 음양의 절묘한 조화가 숨어있다. 뜨거운(陽) 기운의 소주에는 차가운(陰) 성질의 돼지고기 안주가 적격이다. 돼지가 얼마나 차가운 동물인가를 확인하고 싶다면 돼지껍질을 불판에 올려보면 알 수 있다. 껍질을 올려놓기가 무섭게 돌돌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 껍질이 오그라들어 말린다는 건 음기(陰氣)가 강하다는 것이다. 돼지꼬리를 보면 소나 말의 꼬리처럼 쭈욱 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꼬리가 돌돌 감겨 있는 것 또한 돼지가 음적인 동물이란 걸 반증해

서울 종로에 있는 동대문은 우리나라 보물 1호이다. 동대문은 유교의 오상(五常)에서 동쪽에 해당하는 인(仁)을 흥하게 한다는 의미로 흥인문(興仁門)이다. 흥인문은 숭례문 등과는 다르게 '흥인지문(興仁之門)'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한양 도성은 전형적인 서고동저(西高東低) 지형이었다. 동쪽이 낮고 평탄해서 도성 내의 물이 동쪽으로 흘렀다. 그래서 도성의 동쪽 터는 진펄이었고 지반이 약했다. 동쪽에 대문을 세우기 위해서는 기반 공사를 해야 했다. 나무 말뚝을 박고 장대석을 채워 지반을 다진 후 성문을 세웠다. 이런 과정

▶유적의 위치강화도 화도면 마니산 남쪽 동막리를 지척에 둔 시도의 북쪽 해안가. 이곳은 개질뿌리산이 감싸고 있는 반달 모양의 내만(內灣)된 지형으로 지금은 수기 해수욕장(장술)이 있고, 앞쪽으로는 썰물에 광활한 갯벌이 드러난다. 시도 패총은 내만된 지형에 개질뿌리산이 북쪽 바닷가로 흘러내린 곳에 해발 2m 높이에 있다. 필자가 처음 방문했을 당시는 파도나 비에 의해 단면이 흘러내렸고, 잡목과 넝쿨이 뒤엉킨 사이로 패각층의 일부를 볼 수 있었으나 현재는 관광객을 위한 부대시설을 만들면서 사라졌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이젠 유적이란

'한 지붕 세 가족'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80년대 단독주택 한지붕 아래 살아가는 도시 서민들의 이야기. 당시 드라마를 보느라 일요일 아침임에도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드라마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교회를 빼먹는 신도가 많아 방송사에 방영시간을 늦춰달라는 항의가 있을 정도였다 한다.문간방 아들 순돌이는 받아쓰기 50점을 넘지 못했다. 반면 세탁소집 아들 만수는 늘 100점. 만수 아버지는 순돌이 아버지를 놀리는 재미로 살았다. 늘 당하는 순돌이 아버지에게도 비장의 무기는 있었다. 그는 수리 분야 '만렙'

지난 편에서 감염균들이 인간의 역사를 따라 어떻게 변신을 거듭했는지 이야기했다. 수만 년 동안 감염균과 인간은 투쟁과 타협을 거듭하며 공진화해 나갔다. 그런데 20세기 후반이 되자 전무후무한 상황이 일어난다. 인간이 유전자에 직접 손을 댈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전자 기술의 발전으로 컴퓨터 파일 속 DNA 정보만으로도 생명체를 복원하거나 만들어내는 합성생물학 분야가 탄생하였다. 생명의 디지털 합성 시대가 열린 것이다.20세기 초입에 50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은 그 정체도 모른 채 희생자들과 함께 묻혔지만, 1997년 미

불법개설기관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있나요? 지난달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경기지역본부가 경기도에 있는 대학교의 간호학과 재학생 1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강에서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도대체 불법개설기관이 건강보험과 무슨 관련이 있길래 공단은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걸까?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국민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보험료를 납부하고 예기치 않은 질병과 부상으로부터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도 국민은 건강보험 덕분에 코로나 진단과 치료를 적기에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불법개설기관의 존재가

우리가 땅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습지(Wetland)와 물새들은 떨어질 수 없다.습지란 오랜 세월 물이 고여 있거나 일시적으로 물에 젖은 촉촉한 땅을 말한다. 단 토양과 식생을 가져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람사르 협약에서는 습지를 첫째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을 모두 포함하여 영구적이든 일시적이든 물이 흐르거나 체류하는 것, 둘째 담수, 염수, 기수를 포함하여 늪, 습원, 소택지, 이탄지 등 간조시의 수심 6m를 넘지 않는 지역(람사르 협약, 제1조항), 셋째 습지에 인접한 수변의 섬, 농경지의 연못 , 관수농경지, 저수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이 무궁화인 것처럼, 인천광역시를 상징하는 새, 꽃, 나무로는 각각 두루미, 장미, 목백합이 있다. 이 중 두루미와 장미는 우리에게 친숙한 생물이지만, 목백합이라는 나무는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목백합 즉 백합나무는 “백합과 같은 꽃이 피는 나무”라는 뜻의 리리오덴드론(Liriodendron)속에 속하는 생물종으로 전 세계적으로 백합나무와 중국백합나무 2종이 알려져 있다.중국백합나무는 중국 및 베트남에서 자생하나 그 개체 수가 적어 멸종위기에 있지만, 인천시의 상징 나무인 백합나무는 북미가 원산지로 내한성과 병충

2016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학 움베르토 에코의 부고에 그분의 텍스트들을 읽고 감화받았다는 소회를 남긴 이들이 많았다. 에코는 중세 미학과 종교 기호학을 전공한 학자였지만, 우리에게는 , 와 같은 역사 추리소설과 과 같은 세간의 부조리에 대해 촌철살인 비판을 하는 칼럼 모음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문학, 역사, 철학과 사회 모든 분야를 종횡무진으로 탐색해온 에코의 작업 중에서 가장 이채로운 분야는 엄청난 판매 부수를 기록했던 을 비롯한 역사 추리소

사랑을 했던가 마음의 때, 그 자국 지우지 못해 거리를 헤맸던가 구두 뒤축이 헐거워질 때까지 낡은 바람을 쏘다녔던가, 그래 하기는 했던가 온 내장을 다해 엎어졌던가, 날 선 계단 발 헛디뎠던가 하이힐 뒷굽이 비끗했던가 국화분 위 와르르 무너졌던가 그래, 국화 잎잎은 망그러지던가 짓이겨져 착착 무르팍에 엉기던가 물씬 흙냄새 당기던가 혹 조화는 아니었던가 비칠 몸 일으킬 만하던가 누군가 갸웃 고개 돌려주던가 달려오던가 아야야, 손 내밀던가, 그래, 그 계단 밑, 아픈 복사뼈, 퉁퉁, 붓고, 화끈화끈 그게, 사랑이라며, 탈골하며, 환하게

지난 4월 28일 인천대학교의 국립대학교 전환 10주년 기념행사에 초대를 받았다.김우중 회장께서 1999년에 인천대학교에 50억원 상당의 건물을 지어 기부한 것을 25년여 지난 지금에 감사의 뜻을 전하겠다고 하여 참석한 것이다. 필자가 고인이 되신 김우중 회장을 대신하여 감사패를 받는 자리였다.마이크를 잡을 기회가 있어 김우중 회장의 유지로 진행되는 글로벌청년사업가(GYBM) 양성과정에 많은 학생이 참가토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 세계적 경기 침체와 취업난, 학생수 부족 위기의 대학의 현실에서 취업 기회를 말하면 많은 관심을 보일 줄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일어난 '마약 음료' 파문으로 많은 학부모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근 마약이 직업과 나이를 불문하고 무차별적으로 침투하고 있는 한 단면이다.우리나라는 이미 '마약청정국'(인구 10만명당 마약류사범 20명 미만) 지위를 상실한 지 오래이며, 모든 국민이 마약을 걱정할 만큼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데 이어, 또다시 공권력을 총동원한 전면전을 지시한 이후 법무부, 경찰 등 정부는 마약 범죄 적발에 사력을 다하고 있

4월 말 4학년 학생들 종강이 있었다. 6월 말 졸업을 준비하기 위해 종강하고 졸업 시험 보고 학위 논문심사 때문에 일찍 수업을 마쳤다. 이번 졸업하는 4학년 학생들은 1학년 때 얼굴을 보고 코로나와 전쟁으로 3년간 비대면 수업으로 졸업하는 것이다. 마음이 아팠다. 어떤 학생은 폴란드에서 프랑스에서 피난 중 수업을 들으며 종강에 참석했다.예전 우리나라 졸업식은 눈물바다였다. 1절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 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2절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국제정치와 외교사 교과서는 최초의 셔틀 외교를 1919년 1차대전이 끝난 후 파리강화회의에서 이탈리아 대표단이 런던조약에 의해 보장된 영토권이 거부되면서 회의에 불참했다가 다시 귀환하는 반복적인 과정이었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언론기관에서 쓰는 셔틀 외교는 1973년 중동전쟁 직후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가 전후 평화를 위해 중동 핵심 국가들의 수도를 하루에도 몇 차례씩 항공편을 이용하여 왕래하던 것을 지칭함으로써 신문 용어로 정착되었다. 당시 조선일보 프랑스 특파원으로 중동전을 현지에서 종군 취재했던 필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