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도 마주한 지구촌 문제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
▲ 심형진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회장

환경부터 인권까지 5가지 분과별로
유엔 의제 발맞춰 지역정책 꾸려
올해는 기후 위기 선언·대책 내놓기로

민주화운동 기점으로 '시민운동' 힘쓰며
20년 가까이 협동조합·에너지전환 '적극'

지난해 인천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슈가 들끓은 해였다. 집집마다 연결되는 수도관을 통해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가 벌어졌고, 창문 밖에는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초미세먼지'가 떠다녔다. 집 앞에는 새벽마다 어디론가 사라지던 쓰레기들이 수거되지 못해 한가득 쌓이기도 했으며, 서해안으로 떠내려간 주민들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미세 플라스틱'이란 이름으로 몸 속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같은 환경 문제는 지구 어디서든 유사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한국 인근에 있는 중국·일본의 문제는 동시다발적으로 인천 시민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단순히 국경을 구분 짓고 단절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국제연합(UN)에서는 2030년까지 실천하는 '지속가능발전 의제'를 발굴했으며 전 세계 모든 정부가 시행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인천에서도 유엔 의제에 발맞춰 필요한 지역 정책을 발굴하기 위한 민·관 거버넌스 협의체가 운영되고 있다. 올해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13기 운영위원회를 꾸리고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2년간 대표를 맡게 된 신임 심형진 상임회장은 "2020년 분야별로 전환되는 패러다임 시대를 인식할 수 있도록, 인천시민들과 더 많은 접점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환경부터 인권까지, 인천시민들의 삶을 바꾼다

"올해 초부터 거론되는 대표적인 의제가 '인권'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에는 특정 국적자에 대한 혐오, 트렌스젠더 사병 등 소수자 차별, 젠더 등 다양한 이슈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과별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는 만큼 특정 의제를 꼽기는 어렵습니다."

심형진 상임회장은 지난 5일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주요 의제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크게 생태환경, 지속가능경제, 포용사회, 도시문화, 소통협력 등 5가지 분과별로 논의가 진행된다. 이전까지 심 상임회장이 주로 활동한 생태환경 분과와는 달리 포용사회·도시문화 등의 분과는 여러 시민단체와 기업 등이 모인 만큼 단일 의제를 내놓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민·관 협의체 조직인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인천시 정책 수립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2018년 말에 제정된 '시민인권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등이 있다. 앞서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조례 표준안까지 내놓았으나 일부 종교·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조례안 처리는 진통을 겪었다. 협의회는 시와 시의회 등 관계자과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조례안 처리를 추진했다. 이외에도 인천 둘레길 조성,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 등 다양한 공익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지속 가능한 개발·발전이라는 말은 자체가 (어떤 면에선) 불가능한 표현이기도 해요. 결국 이를 바라보는 철학과 가치관의 문제입니다. 인천시민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삶을 어떻게 바꿀지를 논의하는 것이 우리 협의회의 핵심 목표라고 봅니다."

#민주화운동가에서 시민운동가로

심 상임회장은 거의 평생을 인천에서 사회운동을 해왔다. 그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한 이후에도 고향 땅인 인천에서 민주화 운동을 했다. 1987년 민주화가 이뤄진 이후에는 심 상임회장은 직장을 다니면서 지역 시민운동에 힘을 보태는데 집중했다.

"시민들을 어우를 수 있는 시민단체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사회운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협동조합에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도 한 달에 1번 회의에 출석하는 조합원으로 주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 2001년 심 상임회장은 서울에 있던 개인 사업장 정리를 계기로 본격적인 인천 사회운동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앞서 그는 소비자들이 협업하는 대표적인 모델인 '생활 협동조합' 실현을 위해 푸른두레소비자 생활협동조합 발기인으로 참여한 상태였다. 심 상임회장은 2008년부터 두레생협에서 4년간 이사장으로 일하는 등 지역 대안경제 인프라 활성화에 매진했으며, 인천환경운동연합에서 추진한 '햇빛발전소' 아이디어를 토대로 2012년부터는 에너지 전환 운동에도 뛰어들었다.

20년 가까이 심 상임회장은 인천에서 꾸준히 협동조합, 에너지 전환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는 이달 출범하는 '기후 위기 인천 비상행동'을 통해, 인천시가 기후 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선언하고 '온실가스 배출제로 계획'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활동을 시작한다.

"충남, 광주 등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많은 도시들이 기후 위기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를 대량 생산하고 대량 소비하는 인천시도 비상 사태를 인정하고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남창섭·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
 


#심형진 상임회장은

인천 중구 북성동 출생
인천신흥초등학교·동인천중학교·제물포고등학교·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졸업
2008~2012년 푸른두레소비자 생활협동조합 이사장
2011~2019년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전신) 운영위원
2014~2018년 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2014~2018년 인천협동조합협의회 회장
2019년~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2020년~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회장

#'인천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지난 2015년 미국 뉴욕에서는 193개국이 참여한 '제70차 유엔 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위해 2030년까지 실천해야 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SDGs)가 채택됐다.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가져야 할 방향성을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제시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2030 지속가능개발의제는 지구촌 곳곳에서 제2, 3의 기적을 일으키는 중요한 디딤돌"이라며 "한국은 개발목표 달성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개정된 지방재정법으로 위기를 맞은 기존 민·관 거버넌스 협의체 '지방의제21 추진협의회'는 지속가능 의제를 논의하는 기구로 변화를 꾀했다. 인천 지속가능발전협의회도 2016년 개편 절차를 마쳤으며 이후 인천시, 인천시교육청, 인천시의회 등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정책 발굴 협의체로 꾸준히 기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