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항성장'을 둔 논의는 한계에 봉착했다.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예측에도 공항을 건설하거나 넓히는 구상은 그저 '악(惡)'이 되어가고 있다.
신중한 검토 없이, 시민과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정치·정책적으로 결정내린 과정이 큰 원인이다.
'경기남부 신공항'은 다르게 다뤄야 하는 이유다.
'왜 추진하는지' 단계부터 공론하는 방향성이 시급하다.
이미 실험대까지 올린 영국의 당사자, 사례를 관찰한 한국 쪽 전문가의 공통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티브 커란 하운슬로구의회의장, "우리는 중립…다만 상황 개선 힘쓸뿐"

 

▲ 스티브 커란 런던 하운슬로 구의회의장은 갈등 해소의 해답은 공론화라고 주장했다. 스티브 의장은 당선 뒤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주민 선택에 맡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스티브 커란 하운슬로구의회의장

"우리의 우선 원칙. 결정은 국가도, 자치단체도 아니라 시민이 하는 것."

스티브 커란 영국 런던 하운슬로구의회의장(노동당·Labour Party)의 첫마디는 간결했다. '공항 확장'을 둘러싼 첨예한 찬·반 대립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2010년 의원에 당선된 뒤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현재 의회의장 등 내각의 리더 역할이다. 사실상 지역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다.

그는 "우리는 일어나는 일(공항 확충의 갈등)에 관여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이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며 "한쪽에 치우치면 갈등만 키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운슬로는 영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공항 확장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소음피해가 가장 큰 이유였다. 스티브 의장도 마찬가지 의견이다.

만약 국내 한 자치단체가 이정도 상황이면 '결사저지' 등을 내거는 등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이지만, 하운슬로는 달랐다. '중립'을 지키는 원칙 때문이다.

스티브 의장은 "버러(영국 자치도시를 의미)의 결정은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며 "기관 차원에서 반대였어도 정작 반대하는 쪽에 서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시간과 돈도 일제 투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소음이 싫다는 쪽과 지역발전, 일자리 창출 등이 맞선다.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며 "여기서 가능한 선택은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충족시켜줄 대안을 찾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이 추진에만 급급했던 정책 탓에 과거 10년을 실패했다면, 앞으로 10년은 공론화로 성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티브 의장은 "정부의 결정 뒤 대립현상으로 10년 이상 소요됐다. 이제 공론화가 본격화돼서 길게 보면 10년이 더 걸리지 않을까 싶다"며 "느리지만,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니다. 갈등해소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 세계가 공항 관련 갈등을 겪는 만큼, 공론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스티브 의장은 "공적으로 오픈된 의사소통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공항 선진국 대열에 오른 한국에도 꼭 있어야 한다"며 "다른 길에 선 '양쪽의 최고 이익'을 위해서는 단 하나의 의견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형준 단국대 분쟁연구센터 교수, "시민이 제외된 결정은 갈등만을 낳는다. 결국 숙의과정이 해답"

 

▲ 전형준 단국대 분쟁해결센터 교수는 국내에 저명한 '갈등조정 전문가'다. 그는 현재 국내의 공항 건설 등 정책이 닫힌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전형준 단국대 분쟁해결센터 교수는 국내에 저명한 '갈등조정 전문가'다. 그는 현재 국내의 공항 건설 등 정책이 닫힌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 저명한 '갈등조정 전문가'인 전형준 단국대 분쟁해결센터 교수는 공항을 둘러싼 지금의 정책 흐름에 심각한 오류가 존재함을 시사했다.

그는 "공항과 관련한 사업은 주관 대 주관이 맞서기 마련이다. 지역발전이 분명하지만, 소음피해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기 때문"이라며 "공론화가 없으면 상극을 풀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단국대학교 부설 연구소인 '분쟁해결연구센터'에서 공공분야 정책으로 빚어지는 갈등을 해결하는데 7년째 주력하고 있는 인물이다. 신공항 등 사업의 담당기관이 중재 방안 등을 찾기 위해 전 교수의 도움을 받곤 한다. 2017년 용인시의 도로확장 과정에서 유발된 시민-지자체 간 갈등을 풀어내는 등 사례도 있다.

전 교수는 최근 경기도에 일어난 '경기남부 신공항 유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2015년부터 갈등 현안으로 분석한 '군공항 이전사업'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그는 "협상이란 양측이 대화를 나누면서 둘 다 몰랐던 패를 찾을 때 가능한데, 민간공항이 통합된 형태로 가야 한다는 방안이 그런 예"라며 "좋은 방향의 카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공론화'라는 밑바탕이 없으면 더욱 심각한 갈등에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교수는 "어쨌든 국방부의 군공항 이전 추진 뒤 수원시와 화성시, 그리고 시민들은 교착(진전이 없다는 의미)상태에 도달했다"며 "서로가 전혀 풀리지 않았는데 어떠한 대안은 다툼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론화의 중요성을 피력하던 전 교수는 그동안 관계당국의 태도도 꼬집었다.

전 교수는 "공항 사안은 복잡하고 시민과 연관되다보니 찬·반 현상이 불가피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적어도 논의에 부치고, 시민들이 해결하도록 가만 놔둬야 한다"며 "독일 프랑크부르크공항 등 사례를 적극 내다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화성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공론화가 '불필요하다'는 기조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관점은 상대적이다. 화성도 소음에 노출돼있고, 시민의 발전요구 등 부분이 있으니 차분하게 짚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공항 관련 사업은 앞으로 10년 15년을 내다보기 때문에 지금 기준으로 어느 기관이 옳고 그름에 선을 긋는 것은 '정책적 판단의 한계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지금부터 '시민 결정'에 초점을 놓고 열린 공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 교수는 "군공항 이전이라는 현안, 국제공항 등 기회창출에 대해 정부, 지자체, 시민 간 논의가 있어야 한다. 뭐가 좋고 뭐가 안 좋다는 부분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며 "군공항 이전 특별법에 명시돼있듯 당연히 '시민이 원하지 않으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깔아둬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통•번역= 김환희 ghksgml100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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