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영·오스트리아 사례
공개적 토론 '지역대화포럼'
적대적 양상서 협조로 변화
갈등 기간도 10분의 1로
합의안 도출 사업 순탄
제주 2공항·경기 신공항
반대 불구 국토부 밀어붙여
시민 불신 깊어 '민민 갈등'
수원·화성 찬반 의견 분분
논의는커녕 헐뜯는 양상


공항 갈등의 해법으로 공론화를 도입하는 것은 전 세계의 추세이기도 하다.
2018년 한국교통연구원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문건을 보면, 독일은 1997년 시작된 프랑크푸르트공항 확장사업(2차)에서 갈등비용을 종전대비 40억여원으로 절감했다.
먼저 1965년부터 시작된 1차 확장사업에서 갈등비용은 3000억여원이 유발된 바 있다. 갈등기간은 과거 15년의 시간이 1.5년으로 줄었다. 10분의 1의 놀라운 성과다.
이 사례는 세계에 큰 메시지를 전했는데, '공론화' 때문이다. 1차 사업 당시 불거진 갈등은 독일에 큰 상처를 낳았다. 유럽사회에서 '전투'라고 부를 정도였다.
15년의 세월동안 독일에는 추진하려는 당국의 의견, 반대하려는 주민, 환경단체의 극렬한 저항만 반복됐다. 한해 동원된 시위대와 경찰 인원 200만명에 달한다. 급기야 1987년 극단주의 반대 활동가가 쏜 총에 경찰관 두 명이 피살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독일 당국은 이를 계기로 두 번째 사업에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했다. 1998년 사업초기부터 찬·반 지역사회를 아울러 논의를 진행했다.
OECE(경제협력개발기구)가 '성공한 공공사업 대표사례'로 평가한 당시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조정자가 아닌, 갈등 당사자가 대회의 장에서 자발적으로 합의하도록 돕는 '미디에이션', 광범위한 대상들이 함께 공개적으로 토의하는 '지역대화포럼'이었다. 독일 당국은 각 기관이 사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통과 참여의 장이 열리니 당사자들의 태도가 '적대적 양상'에서 협조적 형태'로 바뀌었다고 기록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도 200년부터 비엔나공항 확장사업에서 50개 기관·단체 대표 200여명이 2단계에 걸쳐 미디에이션 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해관계자 모두 언제든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포럼도 상설 운영했다. 이 덕에 소음저감 대책과 보상·지원에 관한 합의안이 도출됐고, 사업은 순탄하게 진행됐다.
미국도 2001년 정부의 로스엔젤리스공항 확장사업에 시민과 환경단체 등 25개 단체가 연대, 소음피해, 대기오염 등을 사유로 반대하고 나서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당국이 2004년 'CBA(Community Benefits Agreement)'로 불리는 '지역사회 수혜협약'을 도입하자, 1년 만에 갈등 없이 성공에 도달했다.
해당 과정은 '환경 및 지역사회', '일자리 및 영세기업', '교육' 등 세부그룹으로 나눠 실행됐다. 당사자들이 직접 협상에 가담했고, 효과적인 상생대안을 찾아냈다.
해외의 공항 정책 시행 중 갈등이 적었던 배경에는 정부 및 관련당국이 어떠한 결정에도 치우치지 않은 형태의 '중립적 태도'도 한몫 했다. 공통적으로 찬·반 또는 지원범위, 방식 등 모든 분야에서 직접적인 개입을 최대한 피했다. 갈등 해결을 지원하는 역할에만 충실했던 것이다.
정부는 2018년 신공항으로 인해 끊임없이 갈등이 빚어지자, 해외에서 일어난 이 같은 사례들을 수집해 '신공항 갈등관리 매뉴얼 제정'에 참고한 바 있다.
# 국내는 '공론화' 찾아볼 수 없어
반면 그동안 국내 실정은 공론화가 '환경영향평가' 등 형식에 그쳐왔다. 화합의 장이 마련되지 않은 와중에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와 불투명한 절차가 거듭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제주도 제2공항의 경우만 봐도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시민들이 물리적 충돌까지 불사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정부와 지자체를 향한 시민들의 불신은 깊어졌고, 찬·반에 선 시민들도 아직까지 입장을 좁히지 못한 채 민-민 갈등을 빚고 있다.
실제 지난 20일 한국갈등학회가 제주 제2공항 직접 이해당사자인 국토부와 시민 등과 면담을 실시했는데, '합의 형성 전망'에서 모두 부정적으로 표현했다. '정보 제공', '상호 간 불신' 등이 이유로 나왔다.
또 공항 인프라 확충에 대해 오해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정보공유, 토론이 필요하다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결정을 대표하는 기관의 중립성, 지속적인 시민 교류 등 충분한 검증을 거쳐 선택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경기남부권 국제공항'도 수원과 화성 내에 찬·반 의견이 쏟아지고 있으나, 화성시가 '군공항 이전'의 부당성을 이유로 반대를 표명해왔기 때문에 논의는커녕 갈등 조짐이 보인다.
수원과 화성은 역사적으로 공유를 지속한 이웃 지역으로 꼽히나, '공항'만 거론되면 찬·반 시민들이 각종 오해 속에 서로 헐뜯는 양상이다. 화성시와 지역 정치인사는 앞서 군공항 이전을 결정하고 추진한 국방부의 협의체 회의, 국회 회의, 시민단체 설명요구 등 각종 공론에 불참해왔다. 문제는 국방부도 그 뒤로 제대로 된 설명에 나서지 않아 시민 간 대립이 극대화됐다.
국제공항을 짓는 대안도 갈등국면에 직면하기 쉬운 원인이다.
지자체 간 토론회를 요구하고 있는 장성근 수원시민협의회장은 "오래 전부터 우리 단체는 화성과 반대쪽 시민 및 정치인에게 허심탄회한 논의를 요청했다"며 "이건 이념끼리 다툴 문제가 아니다. 찬성이든 반대든, 양 지역과 시민들에게 어떤 방향이 옳은지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TIP-독일이 시도한 '미디에이션'이란
활주로 증설 등 공항 관련 논란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다.
미국에서 발달된 절차로, 당시 독일에서는 사용되지 않은 접근법이었다.
독일 당국은 미디에이션에 프랑크푸르트 상공회의소·지자체·의회·연구원·시민대표·시민단체·환경단체·항공사·노동조합 등 광범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들은 '확충 규모', '이착륙 방식'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경제·환경·건강 등 각 부문별 영향 분석은 객관적인 전문 연구진에 맡겨 신뢰도를 높였다.
이런 과정을 약 2년에 걸친 2000년,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활주로 건설 방안이나 소음방지 등 내용이 담긴 합의가 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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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동부에 공항 만들면, 제주시 상권 죽고 서부 땅값 떨어진다고 하니, 제주시와 서부 도의원들이 제2공항 건설이 환경 파괴 한다고 하네. 참나. 제주시와 서부 도의원들이 얼마나 위선적인지..웃기는 놈들이다.
그런데, 왜 중국인 노름판 유치를 한다고 한라산 산허리를 잘라 먹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