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방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다


입김에 자유로울 수 없는 국내 방송구조

언론사 '비판·감시' 공공적 가치 지니지만
이윤 추구 우선인 민영기업 소유로는 한계
공영방송 역시 대통령이 사장 임명권 가져
정부 스킨십 거부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


해법은 '준 공공방송' 도입

소유·경영 분리 … 주식 일부 도민이 소유해
공공성 해치는 각종 불합리한 탄압 저지
청취율 등 수익에 좌우되는 프로그램 아닌
좋은 영향력 지닌 미디어생산 이뤄져야
▲ 민진영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경기방송 사태로 공공방송이 만들어지면 도민이 직접 참여하는 준 공공방송을 지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1883년 10월 30일 한국 최초의 근대신문인 '한성순보'가 창간된 후 한국 언론의 역사는 140여년이 흘렀다. 현재 대부분의 언론사는 민영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상태다. 경기지역 시민단체는 이해득실에 영향 받지 않고 일반인이 경영에 참여하는 '공공방송'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공공과 시민이 공통으로 소유해야만 '공적 역할'을 언론이 온전히 담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경기민주시민언론연합은 지난 7일 폐업한 경기방송 사태를 계기로 공공역할이 강화된 '준 공공방송'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14일 민진영 경기민주시민언론연합 사무처장을 만나 이들이 생각하는 공공방송과 언론의 모습을 들어봤다.

 

#'무엇이 언론의 참된 가치인가'

민진영 사무처장은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로 선거로 뽑힌 정치인과 세금으로 운영하는 행정영역을 비판·감시하는 기능과 정책과 상품 등을 도민에게 알려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능을 꼽았다.

특히 비판과 감시는 '무엇이 언론의 참된 가치인가'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고 했다.

“언론사를 사회적 공기라고 하는 것은 공공적 가치를 위한 사회적 책무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언론의 역할이 크다. 언론은 사회에 묻혀 있는 의제를 발굴하고 사회적 담론을 표출하고 쟁점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언론사를 민영기업이 소유한 구조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19 사태에서 다시 확인된 것은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언론사 역시 기본적인 재원이 필요한 기업이고, 앞으로 라디오와 종이신문 등의 환경이 더더욱 안 좋아 진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언론사의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광고주 중심으로 갈 수 있고, 이는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입맛에 맞는 기사만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야기한다.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광고도 도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정작 도민들은 언론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으며 이를 받을 권리를 잃는다. 이 때문에라도 공공방송이 필요하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준 공공방송'

민 사무처장은 도민을 위한 방송의 모델로 준 공공방송을 제안했다. 민영방송은 물론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도 정부 등의 입김을 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KBS의 사례를 들었다. KBS는 준조세 개념으로 국민에게 2500원의 시청료를 받고 있으나, 경영을 책임지는 사장의 임명권한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어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이 지켜지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겉모습으론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있으나,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면서 각종 문제점이 야기됐다. 새로 선입되는 사장이 당시 현업인들의 반대에 부딪치는가 하면 선임된 사장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지시하고, 불편한 시사프로그램을 만들던 PD를 아이스링크로 보내 얼음 관리를 하도록 하기도 했다. 이는 공영방송의 병폐를 그대로 드러낸 사례다.”

다만 민 사무처장은 공공적 언론사를 만들며 재원 전액을 공공이 부담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기방송 사태를 계기로 여러 가지 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경기도가 100%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은 반대한다. 새롭게 만들어질 방송은 도와 기초지방자치단체 등이 공동으로 지분을 소유하고, 시민들도 함께 가야 한다. 시민들은 노동이사와 사외이사로 들어가 운영부터 모든 방식에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도록 해야 한다.”

이에 대안으로 민 사무처장이 제시하는 것이 '준 공공방송'이다. 준 공공방송은 언론사의 주식 3%이상을 시민들이 함께 소유해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언론사의 공공성을 해치는 각종 정치권의 입김과 불합리한 탄압 등을 막아내는 모델이다.

“준 공공방송은 도민이 직접 방송의 주식을 갖는 모델이다. 도민들이 돈을 모아 3~10%의 주식을 소유하고 대표로 이사회에 참여한다. 물론 3~10%의 주식으로 의사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없으나, 만약 정치권 압력이 따른 사장 등이 온다면 이를 외부에 알리고 의제화 해 공공방송의 가 치를 지켜낼 수 있다.”

 

#공공방송, “우리의 이야기를 다뤄줄 것.”

민 사무처장은 공공방송이 만들어지면, 도민들은 모두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소식들을 알 수 있는 창구가 생기는 것이라 강조했다.

“신문사와 달리 방송사인 라디오와 TV는 한정적인 지상파 전파를 활용해 공적 책임이 더 커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신문사는 신고로, 방송은 방통위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허가제로 운영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방송을 민영업자들이 하다보니까 사회 공공제인 전파를 사용하면서도 도민의 삶의 질에 직접적 영향이 있는 프로그램이나 뉴스를 제공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라는 부분을 검토한다. 청취율이 높은 프로그램은 강화되고, 좋은 내용과 사회적 담론이 담겨 있는 기사와 프로그램은 청취율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해 버린다.”

민 사무처장은 “도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공방송은 우리의 세금으로 지원한 공공방송이 우리 삶의 질을 높여가는 기사와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도 이런 담론을 만들어내기 위한 논의와 설립 절차 추진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경기방송 사태는…

 

경기방송 대주주들이 지난 3월16일 경기방송 폐업을 결정하면서, 경기방송에 일하고 있던 노동자들은 지난 7일 거리로 내몰렸다.

경기방송은 국내 역사상 최초로 방송사가 스스로 폐업을 한 사례로, 시민단체 등은 이를 계기로 '도민을 위한 공공 라디오'를 만들자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노총 경기본부, 경기공동행동,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국언론노조 등 6개 단체는 '경기지역 새 방송 새로운 99.9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지난달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공공방송 설립을 위한 공론화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