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진달래가 화창해지는 4월 중순부터 장마가 시작되는 7월까지 어린이들의 다양한 원족(소풍)행사로 흥성거린다. 북한은 매년 4월 15일 김일성주석 생일을 맞아 “소년단원” 입단식이 거창하게 진행되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다양한 원족(소풍) 계획을 수립한다. 온갖 꽃들이 화창한 5월이 오면 어린이, 학생들의 원족이 진행되는데 6월이 되면 최고조에 달한다. 북한당국은 다양한 견학지와 박물관, 유희장들에서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지역별 원족을 날자 별로 조절한다.

학교들에서는 2개월 전부터 학생들을 운송하기 위한 교통수단을 물색하는데 북한의 운송회사들과 직장들에서는 당연히 협조하는 것으로 관습화되어 있다. 나는 평양시 대성구역 용흥동의 용흥인민학교와 용흥고등중학교를 다녔는데 원족 계절이 오면 시큰둥해 했다.

우리 동네는 김일성종합대학과 길 건너에 있고 북쪽으로 1시간 걸어가면 대성산 동물원과 식물원, 대성산유희장, 대성산혁명열사릉이 있다. 교장선생님은 원족 때가 오면 혁명가요를 부르며 학교 전체를 그곳으로 걸어서 인도했다. 평상 시에도 때 없이 갔다 오는 곳이라 우리는 시큰둥한데 교장선생님은 한사코 고집을 했다. 우리 선생님도 “또 대성산 간다고 싫지?”라고 우리 편을 들어주었다. 즐거운 놀이를 끝내고 마지막 순서로 반드시 “대성산 혁명열사릉” 참배를 시킨다. 워낙 높은 산등성이에 있고 계단이 워낙 높아 한번 올라가는데 숨이 턱에 닫을 정도였다. 교장선생님은 항일혁명투사들의 묘역을 일일이 집어가며 지칠 줄 모르는 설명을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 교장선생님은 혁명정신이 무척 강인한 분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날은 어머니가 정성껏 준비해준 김밥과 삶은 계란, 다양한 먹거리들로 아이들은 마냥 즐거웠고 행복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각급 학교의 개학이 6월 1일로 늦춰져 4, 5월의 원족 황금기를 맛볼 수 없게 됐다. 6월 이후에도 방역에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과거와 같은 신나는 원족은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 어린이들로서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상황이 되고 말았다.

임영선 이북9도민정착위원회 사무총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