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바다 생명의 바다 황해] 36. 황해를 선점하라 해양박물관 전성시대<끝>
[문명의 바다 생명의 바다 황해] 36. 황해를 선점하라 해양박물관 전성시대<끝>
  • 남창섭
  • 승인 2020.06.24 19:44
  • 수정 2020.06.24 19:44
  • 2020.06.2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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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국립해양박물관, 환황해로 항해하라


중국 톈진에 세계 최대규모 해양박물관
해상실크로드 통해 일대일로 정책 강조

광저우 해상실크로드박물관
송나라 '난하이 1호' 발굴 유물 전시

취안저우 해양교통사박물관
고대 해상무역 역사 일목요연 전달

산둥성 덩저우 전시 봉래 3·4호선
치열한 논쟁끝에 고려시대 선박 입증


부산, 국내 최초 선박박물관 건립 추진
해양박물관과 더불어 콤플렉스 조성 준비

전남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사 독점
유물 발굴·수습·전시 모두 이곳에서

충남 태안 난파선·수만점 유물 전시 추가
영흥도선 유물과 도자기 대부분 보관

인천 국립해양박물관 2024년 월미도에 건립
전체적인 박물관 콘텐츠 준비 등 갈길 멀어
 

한국에서는 서해로, 중국에서는 동해로 불리는 황해. 한·중·일 동아시아 문명의 교차로이자 해양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고대로부터 바다를 장악하는 문명이 세계를 선도해왔고, 21세기 또다시 바다를 두고 전 세계가 경쟁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앞세워 동아시아부터 유럽까지 영향력 확대에 나섰고, 미국은 인도·태평양을 잇는 전략으로 이에 맞대응하고 있다.

한국 또한 북한으로 인해 대륙진출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바다로의 진출은 생존의 문제다. 이에 황해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가고 있다.

최근들어 황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해양박물관 건립이 잇따르고 있다. 양국 간 문명교류의 역사와 현재의 해양자원, 미래 발전 전략 등이 바로 황해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톈진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국가급 해양박물관을 건립해 운영에 들어갔다. 여기에 일대일로의 정신을 담은 취안저우 해외교통사박물관, 세계 최대 규모의 송나라 난파선을 건져 올린 자리에 건립한 광저우 해상실크로드박물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고대 항구도시인 닝보, 항저우, 덩저우 등의 도시 박물관에는 어김없이 해양교류사와 유물들이 전시관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이에 맞서 한국도 국내 처음으로 부산에 국가 차원의 해양박물관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부산은 해양박물관을 중심으로 선박박물관과 각종 해양 관련 시설을 모아 종합 콤플렉스 시설 조성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원나라 국제 무역선 '신안선'을 발굴·복원하면서 목포에 설립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대규모 해양유물전시관을 건립·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고려와 조선 시대 난파선과 수만점이 유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충남 태안에 추가로 대규모 전시관을 건립해 운영에 들어갔다.

뒤늦게 바다의 중요성에 주목한 인천은 우여곡절 끝에 2014년 국립해양박물관 건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황해의 역사와 해양자원을 선점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필수적이다.

바야흐로 '해양박물관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 대륙과 바다를 넘어 우주를 담다, 중국의 해양박물관

텐진 국가해양박물관
▲텐진 국가해양박물관

지난해 5월 문을 연 톈진 <국가해양박물관>은 그 규모는 물론 전시 콘텐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의 실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 외관은 '바다로 뛰어드는 5만리 물고기' 형상을 표현했다. 바다의 역사와 현재, 미래, 나아가 지구와 우주의 탄생과 변화 과정까지 다룬 종합과학박물관의 성격이 강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중국의 고대 선박이 그 위용을 자랑한다. 고대 해상 실크로드 전시관은 황해를 넘어 동남아시아와 인도, 아라비아, 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 항로를 강조하며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대변하고 있다.

텐진 국가해양박물관에 전시된 고려청자
▲텐진 국가해양박물관에 전시된 고려청자

해양 실크로드의 주요 무역품이었던 고대 도자기 전시품 중 하늘빛 자태를 뽐내는 고려청자 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색감이나 모양새가 중국 도자기와 확연히 달라 보였다.

대부분 전시실은 해양생물과 생태계 등을 다루고 있다. 그 중에는 길이 9.4m의 고래상어, 7~8m의 백고래, 보기 힘든 임신한 망치 상어 표본 등을 포함해 박제품만 5000여개가 전시돼 있다.

그 외에도 현재 세계에서 가장 완전한 중국 해역 무척추동물 표본이 있으며 그 종류만 4600여종에 달한다고 한다.

사실상 전 세계 바다의 역사와 현재 모습, 미래 모습을 아우르고 있다. 여기에 바다를 넘어 우주의 역사와 변화의 모습이 화려한 그래픽과 사진, 동영상, 복제품으로 꾸며져 있었다. 당연히 어린이에게 인기가 높다. 단순히 관람뿐만 아니라 체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산둥성 덩저우 고선박물관
▲산둥성 덩저우 고선박물관

광저우 남쪽 하이링섬에 가면 한국 '신안선'에 필적하는 송나라 시대 국제 무역선 '난하이(南海) 1호'를 발굴하고 있는 광저우 <해상실크로드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에 도착하니 거대한 돔형 건물이 연이어 보인다. 박물관보다는 마치 종합운동장에 온 듯한 느낌도 든다.

이 박물관은 건설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바닷속에 침몰한 거대한 배를 파손 없이 인양하기 위해 대형 철제 박스를 만들어 갯벌과 함께 난파선 전체를 한 번에 끌어 올렸다. 인양된 난파선은 가장 가까운 해변인 이곳으로 옮겨졌고 그 위에 박물관을 만든 것이다.

산둥성 덩저우 고선박물관
▲산둥성 덩저우 고선박물관

박물관의 중심에는 거대한 유리벽이 자리하고 있다. 그 안에서 '난하이 1호'의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며 누구나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다. 발굴 현장은 아직도 개흙이 그득하다. 그 사이로 도자기가 촘촘히 박혀 있다. 발굴자들은 흙을 퍼내고 귀중한 도자기를 조심스레 꺼낸다. 한쪽에서는 여러 가지 도자기를 세척 중이다. 발굴 현장 좌우로는 지금까지 발굴된 유물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전시해 놓았는데 대부분이 도자기다. 발굴된 도자기의 양도 양이지만 질 또한 최고여서 보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이 난파선에서 도자기와 각종 물품이 8만 점 넘게 나왔는데, 시가로 환산하면 10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가히 보물선이 아닐 수 없다.

취안저우 해외교통사박물관
▲취안저우 해외교통사박물관

세계적인 여행가들이 다녀간 동서양 해상 실크로드의 기점인 푸젠성 취안저우에 건립된 <해외교통사박물관>은 2000여 년 동안 이어온 고대 해상무역의 역사와 사료를 일목요연하게 전시해 놓았다. 고대 선박, 향신료·도자기 등 각종 무역품, 불교·이슬람교·마니교 등 종교 유물 등이 4개 전시관에 빼곡하다. 별도의 건물에는 이슬람문화를 진열해 놓았는데, 입구에는 중세 아랍 여행가인 이븐 바투타(Ibn Battutah, 1304~1368) 상(像)이 놓여 관람객을 반긴다.

취안저우 해외교통사박물관
▲취안저우 해외교통사박물관

해외교통사박물관에서 그의 부조를 박물관 입구에 각인한 것은 그만큼 취안저우가 이븐 바투타를 받아들일 정도로 당대의 국제 항구였음을 뜻한다. 이에 중국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를 선포하면서 기점을 푸젠성 취안저우로 잡았다. 당은 물론 송대에도 국제 무역 거점이었기 때문이다. 원대에는 취안저우 상인이 아랍반도, 페르시아만, 아프리카 동부 및 인도대륙과 동남아 일대로 진출했다. 훗날 명나라에 의해 해금정책이 시작되기 전까지 적어도 송·원대까지 중국은 해양국가였다.

고대 한반도와 가장 많은 교류활동을 벌인 도시 산둥성 덩저우 <고선 박물관>에는 우리에게 중요한 유물이 간직돼 있다. 바로 봉래 3·4호선으로 명명된 고려 시대 국제무역선이다. 2005년 발굴된 봉래 3·4호선을 두고 한중 양국의 관련 전문가들의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고 끝내 고려 시대 우리 선박임을 입증했다.

 

■ 환황해의 중심, 인천 국립해양박물관

바다의 중요성에 대해 국내 도시 중 가장 먼저 눈을 뜬 곳은 바로 부산이다. 2012년 국내 최초로 <부산 국립해양박물관>이 건립했고, 현재도 대한민국 해양수도 컨셉을 표방하고 있다.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이곳에서는 다양한 해양문화 전시회는 물론 시민체험형 프로그램 운영으로 부산시민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전시활동이 활발하다. 최근 세계의 등대전, 북녘의 바다 등 굵직한 전시가 이어졌다. 특히 북녘의 바다 전시는 인천에서 주도해야 할 주제임에도 선수를 놓친 셈이다.

부산은 해양도시 1등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국내 최초로 선박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해양박물관과 선박박물관을 중심으로 해양 관련 시설을 한데 모아 종합콤플렉스 조성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제주도도 크루즈 중심지를 내세우며 해양박물관 유치를 진행 중이다. 바르셀로나 처럼 크루즈에서 내리면 바로 해양박물관에 갈 수 있는 컨셉을 그리고 있다.

목포 국립해양유물전시관
▲목포 국립해양유물전시관

바다와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는 국립해양박물관과 달리 해양유물 발굴과 보존 등 박물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곳도 있다. 바로 전남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다. 대한민국의 해양교류사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곳이다. 각종 해양유물 발굴과 복원, 전시 등이 모두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연구소에 발굴한 해양유물은 목포와 태안에 건립된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수중발굴을 통해 건져 올린 수중문화재는 난파선 14척을 포함해 10만여 점에 달한다. 이 중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5만여 점의 유물을 국가 문화재로 등록해 소장·관리하고 있다.

목포 전시관에는 국내 수중고고학의 시작을 알린 '신안선'과 수만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2018년 개관한 태안 전시관은 태안과 마도 앞바다에 건져 올린 유물이 집중적으로 전시돼 있다. 특히 인천의 자랑인 '영흥도선'의 유물과 도자기 등 인천 유물 대부분이 이곳에 보관돼 있다.

▲인천 국립해양박물관 조감도
▲인천 국립해양박물관 조감도

뒤늦게 인천이 해양박물관 경쟁에 뛰어들었다. 2024년 인천 월미도에 <국립해양박물관>이 들어선다. 도시 인프라와 콘텐츠, 수도권 배경 등의 탁월한 경쟁력으로 다른 도시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아직 준비작업은 본격화되지 않았다. 전체적인 박물관 컨셉과 어떤 콘텐츠를 담을지, 누가 준비할지 등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인천에 건립되는 국립해양박물관은 어떤 모습일까. 부산 국립해양박물관과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를 뛰어넘는 컨셉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인천을 중심으로 한 황해에 주목할 것을 주문한다. 수천 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있고 해양생물과 생태계의 보고인 황해에서 답을 찾자는 것이다. 황해를 중심으로 한국과 북한, 중국을 잇고 나아가 남중국해까지 포함한 환황해 전체를 아우른다면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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