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 소멸·고사 예측 상황서
관행적 정책 실패할 수밖에

농민수당 보다 한 발 앞선 기본소득,
지난해 하반기부터 준비
경기도 국한 아닌 전국·세계적 실험

사회안전망 지속 가능성 의문
기본소득, 최소한의 생계보장이자
인간 존엄성 지킬 마지막 보루

주목도 만큼 부담감도
시행 후 변화 없다면?
시도·실패 그 자체로도 의미 있어
▲ 사회운동가에서 노인복지·사회복지·사회적 경제 전도사로 활동해온 강위원 경기도농식품유통진흥원장이 '농촌지역 기본소득 사회실험'의 의미와 목표에 대해 설명하며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기본소득'을 꼽았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사회운동가에서 노인복지·사회복지·사회적 경제 전도사로 활동해온 강위원 경기도농식품유통진흥원장이 '농촌지역 기본소득 사회실험'의 의미와 목표에 대해 설명하며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기본소득'을 꼽았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기본소득제는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마지막 해법입니다.”

경기도의 농민기본소득 시행과 기본소득 사회실험 정책 수행을 맡은 경기도농식품유통진흥원의 강위원(49) 원장은 단호했다. 수십년간 실패한 농업정책에 대한 극약처방이라고 했다. 농촌지역이 소멸과 고사가 예측된 상황에서 관행적 정책 방식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도내에서 연천, 가평, 양평 등은 소멸 위험에 진입했고, 양주, 동두천, 포천, 여주, 과천, 안성 등은 소멸 주의 단계라는 연구 결과도 나온 상황이다.

농진원이 도내 농촌지역에서 기본소득 사회실험을 통해 기본소득을 할 경우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볼 계획을 수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재단법인 지역재단과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이 설계용역 업체로 선정된 후 지난 10일 착수보고회도 마쳤다.

“전국에서 농업정책의 틀을 바꾸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농민수당 지급 정책이 있습니다. 이런 요구는 소멸하는 농촌지역을 살리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경기도는 농민수당에서 한 발짝 더 앞서간 기본소득을 선택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준비했습니다. 이번 사회실험은 농민기본소득을 보완하면서 전국 확대의 중간형태로 국가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비하자는 겁니다. 경기도 특정 농촌에 국한된 일부 실험이 아니라, 이것은 세계사적 실험이고, 전국 농정정책의 실험입니다.”

또 도민의 삶터·일터·쉼터로서 농촌재생, 저밀도 경제 육성, 도시 과밀화·중앙집중화 해소를 위한 도·농 균형발전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특히 지역간·산업간·계층간 격차와 모순을 넘어 공정한 세상으로 전환이라는 사회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측면도 있다.

“농촌은 사회적 유산으로서 국토유지와 전통문화, 환경생태, 농업경관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모여 공익적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소멸상황이라는 위기상황에서 기본소득이 어떤 역할을 할지 명징한 지표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아마 기본소득이 시행되면 놀라운 변화가 있을 것이라 확신해요. 농촌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고, 농촌이 가지고 있는 공익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공동체가 소멸할 경우 개인의 삶도 없어진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래서 기본소득 사회실험 그 자체로 바라봐주길 바란다. 일각에서는 기본소득으로 대표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임기가 끝날 경우 실험 자체가 흐지부지 될 거란 우려도 제기한 상황이다. 그는 모든 정책을 정치적 수사로 바라보면 모든 게 부정적이라며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실험을 하다 보면 많은 갈등이 생길 겁니다. 아마 기본소득을 받는 쪽이나 안 받는 쪽 모두에서 나오겠죠. 학계도 공동체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한 번도 농촌에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즉 농촌지역의 근간인 공동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입니다. 보통 학자들은 현상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희망에 대한 실적이 없는 영향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마을 헌법 등을 통해 자체 규율을 정하는 모습이 있을 겁니다. 현장을 다니다 보면 자체 구성한 협의체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을 내놓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이들은 사회적 선의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요.”

강 원장은 2007년 전남 영광군 묘량면 운당마을에서 농촌복지공동체 '여민동락'을 시작했는데 여민동락은 농촌의 노인들과 함께하는 자립형 공동체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모시 잎 송편을 만드는 회사를 세워 노인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생필품 사기가 불편했던 지역민들을 위해 '이동 구멍가게'를 운영했다. 특히 강 원장은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로 광주 더불어락 광산구 노인복지관장으로 일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공간 리모델링을 하려면 1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했는데 우리가 직접 돈을 모아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야 당당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어요.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들이 있어 내심 돈이 금세 모일 것 같았죠. 그런데 어르신들이 자체로 만든 설립추진위원회에서 '한 사람이 30만원 이상 못 낸다. 한 사람이 많이 내면 나중에 생색낸다. 돈 낸 사람 이름 공개를 안 한다. 돈을 못 낸 사람이 미안해하니까. 바자 등을 해서 최대한 돈을 모은다'라는 의견을 모은 거예요. 이게 바로 공동체의 힘이죠.”

주목도 만큼이나 부담감도 있다. 실험이 늘 성공할 수 없는 이유도 있다. 그렇지만 담대하게 실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패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실험에서 기본소득 시행 후 변화가 없다는 연구자료가 나오면 어떻게 하냐는 우려가 있다. 이 우려가 맞을 수도 있죠. 왜냐면 모든 실험이 늘 성공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실험조차 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시도를 해봐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다행히 행정주도의 실험을 시도하는 모습들이 역동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즐거워요. 보통 이런 실험은 민간에서 소규모로 진행되는데 예산의 한계에 부닥치거든요.”

이미 사회운동가에서 노인복지·사회복지·사회적 경제 전도사로 활동해온 그가 기본소득을 대안으로 선택한 것은 그동안 활동에 대한 고민이 축적돼 있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공동대표로도 활동한 그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특히 현재 사회안전망이 지속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사회안전망이 노동체제에 근거해 구축된 까닭이다. 결국 그는 노동체제가 붕괴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IMF 시기, 금융위기 등을 통해 노동이 붕괴하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 경험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마찬가지다.

“산업사회에서 우리는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서 각자도생하는 형태에요. 주변을 돌아볼 수 없는 상황인 셈인 거죠. 위기가 올 때마다 그 경향은 더 심해졌어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는 북유럽 사회안전망을 희망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를 보면 북유럽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모습을 봤어요. 그런데 한국사회는 여전히 북유럽 사회에도 미치지 못해요. 결국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은 바로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방식인 기본소득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기본소득이 정착되면 인간이 가질 최소한의 품격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고, 인간이 물질적 구속에서 일부 해방됐을 때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겠느냐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복지영역에 있던 사람으로서 더 절박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하고 생각해요.”

그래서 농촌지역뿐만아니라 도시형 실험, 빈민형 실험, 실업형 실험 등 다양한 형태의 실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형태의 실험이 필요하지만 현재 제도상 재원 압박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다른 지방정부에서 다른 형태의 실험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관련 연구자료가 쌓이면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오고, 이에 맞는 제도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공감대가 형성되겠죠. 다행히 경기도는 도정 전체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재난기본소득으로 확대되고 공론화가 된 거 아닌가요.”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농촌지역 기본소득 사회실험이란

'농촌지역 기본소득 사회실험'은 경기도가 추진하려는 기본소득 사회실험의 첫 단계다.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국민의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다. 아울러 기본소득이 생소한 이들에게 공감대를 확산한다는 의미도 포함됐다.

경기도는 재단법인 지역재단과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을 설계용역 업체로 선정한 후 지난 10일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이들은 성과지표와 실험마을 선정기준, 지급금액과 인원수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오는 10월까지 제시한다. 그러면서 늦어도 올해 말까진 실험마을을 정하고 내년부터 사전 실태조사를 거쳐 기본소득을 본격적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설계 모형은 '진실험 기반 이집단 실험설계' 방식이다. 이는 하나의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으로 나눈 방식으로, 시행 전과 후를 비교해 그 차이를 비교한다는 것이다. 대상 지역을 선정할 때 ▲한 개 면 전체에 대한 사회실험 ▲한 개 면에 속한 5개 마을 선정 ▲여러 면에서 시험대상지를 분산해 시행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낙후지역, 소멸지역, 성과분석이 가능한 지역, 농민기본소득 진행 여부를 포함해 선정한다.

그동안 기본소득은 재원의 한계와 정치권의 반발로 한시적인 형태로만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 기본소득 사회실험은 기본소득의 다섯 가지 구성요소인 ▲보편성(모든 사회구성원을 대상) ▲무조건성(노동 여부 관계없음) ▲개별성(개개인에게 지급) ▲정기성(정해진 기간 일정 주기로 지급) ▲현금지급을 충족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