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메세나⑦] “기업과 예술의 만남, 윈윈이죠”
[인천 메세나⑦] “기업과 예술의 만남, 윈윈이죠”
  • 장지혜
  • 승인 2020.12.01 19:15
  • 수정 2020.12.03 16:21
  • 2020.12.02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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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하나금융티아이 두번째 전시 - '몸짓·말로 작업' 전보경 작가

예술 매개로 기업과 문화종사자 서로 이해하는 훌륭한 방법
전시로비서 본 직원간 '끌어당기는 힘' 휴지활용 시각화 예정
▲ 하나금융TI 미디어아트전 두번째 참여작가 전보경 아티스트가 구상 중인 이미지.
/사진제공=전보경 작가

인천에서 메세나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하나금융TI가 사옥 로비에 두 번째 미디어아트 작품을 설치한다.

지난번 김혜란 작가에 이어 또 다른 메세나 사업인 셈이다.

이번에 참여하는 작가는 인천 아트플랫폼 입주 작가였던 전보경 아티스트다.

그는 숙련공이나 장인들을 찾아 다니며 그들의 신체에 각인된 몸짓들과 말들을 수집해 책과 영상, 설치 작업으로 재구성해 왔다.

노동하는 몸의 움직임에서 그 결과물로 환원되지 않는 가치와 의미, 또는 아름다움을 찾고자 했던 이 작업들을 통해 노동하는 몸은 왜 아름다운지를 파헤쳤다. 한편 효율적인 최신 기술 시스템 앞에서 구식 기술을 가진 숙련공의 몸은 상대적으로 비생산적인 것으로 낙인 찍히고 설 곳을 잃는다.

전보경 작가의 최근 작업들은 이러한 비생산적 차원에 초점을 맞추면서 다른 예술가들, 특히 생산적 노동과 가장 대척점에 있다고 여겨지는 무용가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의 작업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의 힘으로 보편적인 아름다움만을 정제하여 대상화하는 것은 결국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꾸준히 뒤따른다. 예술의 성전이 아니라 사물들과 사람들의 삶 속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찾아서 가져오려고 계속 애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은 노동보다는 목적을 확정할 수 없는 어떤 탐구에 가깝다.

이 회사 직원들과 회사를 찾는 시민들에게 예술적 가치를 선사하기 위해 분주히 작업 중인 전보경 작가를 만났다.

 

#하나금융TI에서 받은 영감 작품으로

“제빵사, 이발사, 재단사, 손가락 인형극사를 만났어요. 그들의 삶과 일의 과정, 자신만의 신념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이들의 신체에 각인된 몸짓들과 말을 수집해 책, 영상, 설치 작업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진행했지요.”

그는 하나금융TI와 인천문화재단에서 설치를 의뢰 받았을때 작품이 세워질 로비를 방문했다. 이번 작업 역시 그가 그동안 해 왔던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이 될 예정이다.

“서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 개인들이 어떻게 동일한 것을 다르게 감각하는지를 탐구하게 되면서 소리가 들리는 음이 아닌 시각적 이미지로 보여주기 위해 인간의 신체의 얇은 막을 닮은 휴지를 사용할 겁니다. 진동의 움직임을 가시화하는 영상작업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사람과 사물이 서로의 움직임을 맞추어 가면서 감각이란 것이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게도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 보는거죠.”

전보경 작가는 사회와 인간이란 서로 상호작용의 영향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지점에서 연구를 했다.

그는 하나금융TI 인천본사 로비를 방문해 작업이 설치될 LED 패널의 위치와 크기를 한참 동안 들여다 보고 이번 작품의 주제를 정했다.

“8m 넘는 세로로 곧게 뻗은 패널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 앞에 놓여진 에스컬레이터는 위·아래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과 합쳐지면서 나의 머리를 스친 생각은 '중력-끌어당김'에 관한 것이었죠. 중력의 사전적 의미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 다시 말해 질량을 가진 물체를 아래로 끌어내리는 지구의 인력이에요. 중력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고, 그렇다면 신체와 다른 존재자인 지구와 더 나아가 타인과 사물에 작용하는 힘까지 포함할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하게 됐답니다.”

전 작가는 이번 영상에서 신체와 비(非)신체인 휴지가 지구의 중력으로 인해 아래로 떨어지고 반중력의 힘으로 위로 올라가고 서로를 끌어 당기면서 서로가 갖고 있는 힘들이 시각화되는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금융회사를 오가는 수많은 개인들, 그 너머는

우리는 중력을 신체로 경험하면서 살아간다. 공기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 듯 중력의 존재도 인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물들과 기호들이 다른 존재자들의 운동과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력을 만들어낸다는 인식이지요.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에게 운동과 생성에 어떤 가능성들을 제공하기도 하고, 그들의 운동과 생성의 가능성들을 제약하는 시공간적 경로들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개개의 존재자들은 공통된 하나의 시공간에 존재한다기 보다는, 자신의 힘을 갖고 있는 존재자들이 다양한 시공간들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지요.”

하나금융TI의 복도와 로비는 수많은 개인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개인들과 그들 너머 존재하는 것들이 어떻게 기능하고 어디로 향하는지 또 어떻게 서로가 결합하는지를 중력을 매개로 형상화 하고 있다.

 

#기업과 예술의 만남 “즐거운 일이죠”

이번 전보경 작가의 작업은 하나금융TI와 인천문화재단이 창작비를 투입해 이뤄졌다. 전 작가는 이번 활동을 두고 화가 겸 건축가인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의 말을 떠올렸다.

“혼자 꿈을 꾸면 한낮 꿈일 뿐이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꿈을 꾼다면 그것은 새로운 현실의 출발이다.”

“'기업과 예술의 만남'은 일방적인 후원이라기 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인 것 같아요. 기업 입장에서는 작가에게 재정적 후원을 해 줄 수 있고, 반면 작가는 기업 내 유휴공간에 작업을 설치함으로써 그 곳을 방문하는 사람이나 직원들에게 또 다른 분위기의 공간을 선사해 줄 수 있죠. 예술이란 매개체를 통해 사회에서 다른 영역에 위치한 기업과 문화종사자들이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하나금융TI 측도 전보경 작가의 작품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나금융TI 관계자는 “지난번 김혜란 작가님 작품을 오며가며 보던 직원들의 반응이 뜨거웠죠. 새해를 앞두고 기존과 다른 형식의 작품을 전시한다면 임직원은 물론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를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전보경(사진)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회화 및 판화 학사를 졸업했다. 해외 학교에서 석사와 이화여대 서양화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그는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비예술로서의 장소 특정적 상황' 안에 놓인 사람들의 기억과 신체를 소환해 예술과 비예술, 역사와 개인의 관계를 재 정의하고자 한다.

개인 작업과 더불어 현재 'Z-A'의 공동설립자이자 멤버로 활동 중이며 최근 전시로는 '우리는 어둠으로 다시 들어갈 것이다', '현자의 돌', '모두의 소장품', '사회적 조각을 위한 방법 연구', '전환상상', '유휴공간 프로젝트', '코가네쵸 바자' 등 다수의 전시회에 참여했다. 2017년 테미예술창작센터, 2018년 인천아트플랫폼,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고양 레지던시와 타이페이 아티스트 빌리지, 2020년 금천예술공장 등 다양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인천일보·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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