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韓字 너 어디 있었니?] 97. 추락 墜落
[한자 韓字 너 어디 있었니?] 97. 추락 墜落
  • 인천일보
  • 승인 2020.12.07 16:40
  • 수정 2020.12.07 16:43
  • 2020.12.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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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없다고 추락 안할까
▲ 돼지 무리(隊)가 벼랑에서 땅바닥(土)으로 떨어지는 글자 墜(추). /그림=소헌

최고 명문대 그것도 점수가 제일 높아야 하는 법대에 합격한 형빈은 C읍 출신이다. 그는 고향의 자랑거리인 사법고시 합격을 목표로 전념하였다. 그러다 늙은 남자와 동침하며 벌어들인 돈으로 학교에 다니는 윤주를 만났고, 그녀를 향한 맹목적인 집착으로 학업을 포기한다. 10년 후 회사에 취직한 형빈은 미군 병사와 혼인해서 미국으로 건너간 윤주를 찾아 살림을 차린다. 두 사람의 탐닉은 삶 전체를 망가뜨렸고, 결국 오스트리아 교외의 민박집에서 형빈은 윤주에게 총질을 해댄다. 이문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요약.

이카루스는 건축가인 다이달로스와 왕의 시녀 사이에서 태어났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약속을 어긴 왕에게 분노하여 황소를 보내 왕비와 정을 통하게 한다. 왕은 다이달로스가 왕비의 간음을 도운 사실을 알고 이카루스와 함께 미궁迷宮에 가두었다. 하지만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아들과 함께 하늘을 날아 탈출한다. 그는 아들에게 너무 높이 올라가지 말라고 하였는데, 이카루스는 더 높이 날아올랐고 마침내 뜨거운 햇빛에 밀랍이 녹아내려 그대로 떨어져 죽는다.

걸계공명(桀鷄共鳴) 한 홰 닭이 한꺼번에 운다. 같은 운명에 처한 사람끼리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비유한다. ‘홰’란 닭이 올라앉을 수 있도록 닭장 속에 가로질러 놓은 나무막대기다. 닭장에서도 힘센 놈이 텃세하므로 같이 울다가도 쪼이지 않으려면 홰에서 내려와야 한다. 이때 자기가 왕초 노릇 한다고 분수도 모르고 버티는 녀석은 매가 제일 먼저 낚아챈다.

 

墜 추 [떨어지다 / 무너뜨리다]

①八(팔)과 豕(돼지 시)가 합쳐진 _(수)는 잘 쓰지 않고, _(쉬엄쉬엄 갈 착)을 넣은 遂(드디어 수)로 쓴다. ②_(阜 부)는 언덕이나 계단을 가리킨다. ③隊(무리 대)는 산기슭(_)에서 8마리(八) 돼지(豕)가 무리지어 노는 모습인데, 갑골문에서는 사람이 언덕에서 거꾸로 떨어지는 글자로 썼다. 아마 집 나간 돼지를 찾으러 갔다 변이 난 것일 게다. ④우리민족은 돼지와 밀접하다. 군대(軍隊)를 이루는 돼지(豕)를 사람(人)으로 바꾸어 _(무리 대)로 쓰는 것을 보면 안다. ⑤墜(추)는 돼지 무리(隊)가 벼랑에서 땅바닥(土)으로 떨어진다는 의미다.

 

落 락 [떨어지다 / 빗방울 / 낙엽]

①_(뒤져서 올 치)는 사람의 발이다. 各(각)은 걸어서(_치) 건물 입구(口구)에 각각, 따로따로 다다르는 것이다. ②洛(이을 락)은 강물(_)이 연이어 흐르는 모습이거나 _물방울(_)이 각각(各) 떨어지는 소리를 뜻한다. 처음에는 雨(우) 아래 各(각)을 써서 ‘떨어질 각’이라 했다. ③후에 와서 풀(_초)을 洛(락)에 얹어서 落(락)을 새로 만들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신청한 ‘직무정지 명령 집행정지’를 법원이 인용함으로써 그는 즉각 직무에 복귀했다. 이에 앞서 법무부장관이 검찰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한다며 검사들은 극단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 홰에 걸터앉은 채로 울어대는 조폭닭 무리로 보여 웃음이 절로 난다. 아무리 푸다닥거려도 비대해진 몸뚱이가 날 수 있을까?

우리는 3권분립을 근간으로 삼는다. 행정부에 속하는 검찰은 독립기관이 아니고, 검찰개혁은 역사적 사명이다. 악의 축으로 연계된 수구기득권 세력과 단절하는 것이며, 여태껏 누리던 절대권력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다. 그럼에도 윤 총장은 ‘난리치는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어깨 뒤를 넘겨다보고 있다. “나는 날개가 없으니 추락하지 않는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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