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내항, 불통을 넘어 소통의 공간으로


해수부·IPA, 1·8부두 재개발 협약 체결로
시민 청원 15년 만에 사업 본궤도에 올라

과거 시행사 공모 2번이나 유찰 상황 고려
투자자·시민사회 상반된 요구에 합의 필요

갑문식 '독'·조망권 등 지킬 것은 분류하고
미래산업 제시·적정수준 개발밀도 등 논의
침체된 경제 되살려 지역도약 위한 토대로
▲ 인천 내항부두에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으로 쌓인 화강암 축대가 남아 있다. 이 축대는 1914년 김구선생이 서대문 형무소에서 인천으로 이감된 후 축대공사장에서 노역을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일보DB
▲ 인천 내항부두에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으로 쌓인 화강암 축대가 남아 있다. 이 축대는 1914년 김구선생이 서대문 형무소에서 인천으로 이감된 후 축대공사장에서 노역을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일보DB

지난 2일 해양수산부와 인천항만공사(IPA)는 '인천항 내항 1·8부두 재개발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IPA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것이다. 내항 재개발에 대한 시민청원이 국회에 접수된 지 15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인천 내항은 바다와 시민을 갈라놓았다. 원도심 성장을 억눌렀던 불통의 장벽이었다. 1·8부두 재개발, 이제 시작이지만 갈 길은 멀다. 부두를 '희망의 공간'으로 살리기 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부두의 미래상에 대한 시민사회와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도 중요하다.

공론화 참여자들이 준수할 '게임의 규칙'은 한마디로 '사업화를 전제로 한 공공성 확대에 공감'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2015년 이후 2차례에 걸친 1·8부두 사업시행자 공모가 모두 유찰된 바 있다. 잠재적 투자자들은 재개발 여건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으나, 시민사회는 공공성 확대를 위한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다. 앞의 '게임의 규칙'은 공론화 참여자들의 상반된 인식을 고려한 것이다. 시민사회가 목표를 명확히 하려면, 재개발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공공성의 모습을 관념적 언어가 아닌 실제 공간 속에 그려보아야 한다.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할 몇 가지 의제를 3가지 원칙에 의거해 제시한다.

▲ 인천 내항 전경.
▲ 인천 내항 전경.

▲원칙1=가치 있는 것은 꼭 지키자

항만재개발은 노후·유휴 상태의 항만을 개선하거나, 이를 주거·관광·상업 시설 등으로 정비하는 사업이다. 재개발의 불가역적 특성을 감안하면 무엇을 지킬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

첫째, 제1선거(船渠)는 우선 보전대상이다. 1918년 2중 갑문식 도크로 지어져 1966년 이후 제2선거 개발과정에서 원형을 잃었으나, 아직도 당시 안벽 석축이 상당 부분 남아있다. 도크와 근대도시 인천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도크는 원도심의 공간구조와 산업, 개항장 근대건축물은 물론, 현재 주민의 생활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제1선거의 위상이고 가치다. 수변 산책로와 광장을 만드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옛 도크 안벽의 석축을 보전해야 한다. 또 지난 100년간 여기서 일어났던 일들을 디자인 요소로 재구성해 스토리텔링을 덧입힐 수 있다. 일제강점기 축항(築港), 김구선생 노역 현장, 국가경제 고도성장기의 인천항, 미래 해양레저 공간 등이다.

둘째, 조망권 보전이다. 재개발 후에도 내항 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원도심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조망점은 자유공원, 옛 영국영사관 터(올림포스호텔), 인천여상 등이다. 주요 시설물이 바다 조망을 방해하지 않도록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역사문화경관에 대한 조망권도 확보해야 한다. 야외활동 거점인 광장과 공원에서 주변의 역사문화경관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조망대상물은 원도심 내 자유공원과 옛 영국영사관터, 내항의 월미도 등이다. 조망권은 소수의 입주자나 방문객만이 아닌 다수의 시민이 누려야 할 공유자산이다. 재개발에 있어서 조망권 보전이 중요한 이유다.

셋째, 미래 일자리 공간도 선점해야 한다. 2010년 이후 인천 지역내총생산(GRDP)의 연평균증가율을 보면 원도심인 동구·미추홀구(2.8%)에 비해 경제자유구역을 둔 연수구·서구(9.3%)가 무려 3.3배 정도 높다.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이유다. 경제자유구역의 성장력은 인천시 주력산업에 기반 한 모빌리티, 로봇, 바이오 등 첨단업종에서 나온다. 주목할 점은 산·학·연 복합개발이다. 도심 기능과 활동주체 간의 다양한 조합을 구역 내에 분산 배치함으로써 미래 산업의 불확실성과 기술수명주기 단축이라는 위험요인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다.

이제 사업시행자는 주요 유치업종을 제시하고, 시민사회와 토론해야 한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릴 주 기능과 이용객을 불러올 유인 요소만이라도 적용해 볼 필요성이 있다. 도입시설을 주상복합, 호텔, 상업, 업무시설처럼 포괄적으로 규정하면 목표 자체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기술에 대응할 스마트시티가 미래 일자리 공간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요소다.

▲ 영국 도크랜드 캐너리워프(Canary Wharf) 수변산책로.
▲ 영국 도크랜드 캐너리워프(Canary Wharf) 수변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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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Hafen City) 수변산책로.
▲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Hafen City) 수변산책로.

▲원칙2=선입관을 걷어내고, 다시 한 번 생각하자

첫째, 수변 활용방안이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대규모 수변공원이고, 다른 하나는 수변의 매력을 활용한 경제적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현재는 대규모 수변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재개발이 원도심의 부족한 쉼터를 보완할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한정된 수변에 공원 규모를 키우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침체된 원도심의 지역경제를 되살릴 요인이 절실해 더욱 그런 의문이 든다.

영국 도크랜드(Docklands)의 중심지 캐너리워프(Canary Wharf)에는 수변을 따라 폭 10~20m 정도의 산책로와 레스토랑, 상업·업무, 숙박, 문화, 주거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수변의 매력을 통해 방문객을 유인하고, 산책로 주변 상가에서 새로운 경험과 흥미를 느끼게 하는데 있다. 도크랜드의 공원은 블록 안쪽에 있다. 밀월(Millwall)공원, 스테이브 힐(Stave Hill) 생태공원도 그렇다. 또한 시드니 달링하버(Darling Harbour)와 함부르크 하펜시티(Hafen City)도 유사한 계획기법을 채택했다. 보스턴 노스엔드(North End)도 마찬가지다. 모두 원도심 쇠퇴로 인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된 사업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유사한 배경을 가진 1·8부두 재개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 개발밀도를 낮추자는 주장이다. 우리 사회의 공통가치인 지속가능성의 공간계획 버전인 압축도시(Compact City) 개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또 1·8부두의 입지특성 상 저밀도 개발이 필요한지에 대한 합의가 더해져야 한다. 압축도시 개념은 1970년대 이전 유럽의 도시개발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압축도시는 여러 기능이 복합된 고밀도 개발로 직주근접(職住近接)을 유도함은 물론, 가용지를 집약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중교통과 연계된 개발로 교통수요를 억제하고, 보행여건도 개선하게 된다. 개발밀도의 하향조정은 지속가능성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어울리지 않는 주장인 듯하다. 위에서 1·8부두의 입지특성을 지닌 가치 있는 장소를 지키고 조망권을 보전대상에 포함하자고 이야기했다. 추가로 밀도를 낮추어야 할 곳이 있다면 논의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그러나 개발밀도를 낮추어야 할 대상이 1·8부두 전체라면 이는 압축도시 개념의 관점에서도 재고돼야 할 사안이다.

셋째, 주거시설에 대한 편견이다. 주거는 공익에 반하는 시설로 인식되는 듯하다. 과연 그럴까? 2010년 이후 인천 중구의 인구는 연평균 _1.6%로 감소했다. 1·8부두는 북성동과 신포동에 속해 있다. 영종도를 제외한 중구 지역에서 2개 동이 차지하는 면적 비율은 30.2%이다. 하지만 인구 비율은 18.8%로 낮아 거주자가 적고, 그나마도 줄어든다는 의미다. 재개발구역은 45만㎡로 넓다. 주거는 직주근접의 필요조건이다. 야간 안전성 확보와 활력이 넘치는 명품 단지를 위해서도 필요한 시설이다. 다만 적정 규모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와의 논의가 필요하다.

인천내항 전경.
▲ 인천내항 전경.

▲원칙3=시설 하나도 숙고해보자

재개발사업의 열매를 키워 원도심과 공유하는 상생구도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재개발구역 밖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원도심과의 보행 및 대중교통 연계, 도입기능 보완 및 상충요인 배제, 중구 인중로 진입구간 개선 등이 그 예다. 협력을 통한 진화가 인정되지 않는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투자의 승수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

마지막은 1·8부두 마중물 사업인 상상플랫폼이다. 인천시가 운영하는 공적 공간 30%에 대한 입주대상이 전통공예·공방 운영자에서 문화와 관련된 제조와 서비스 분야로 넓혀졌다. 더구나 사적 공간 70%는 상가시설로 채워져 있다. 언론에 공개된 조감도는 수변이 온통 주차장이다. 이 그림으로 1·8부두 조기 개방의 논리를 설명할 수 있을까? 당초 인천시가 원했던 마중물 효과를 위한 최선의 대안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재개발은 '인천의 미래'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내항이 인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아껴둔 '희망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업 원동력은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계획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힘을 가질 수 있다.

/탁영식 (주)건일 사장·공학박사·도시계획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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