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혁신 자치행정부장.
▲ 조혁신 자치행정부장.

전·현직 시장이 4년만에 다시 맞붙은 인천시장 선거는 쉽게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접전을 보인다. 두 후보의 정책 대결과 네거티브 공방도 뜨겁다.

전·현직 시장 간에 대결이니만큼 시정 및 이슈에 대한 책임 공방은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수도권매립지 연장 및 인천발 KTX 개통 지연을 둘러싼 책임 공방과 제3연륙교, 7호선 청라연장,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GTX-B노선 공과(功過) 다툼이 대표적인 예이다. 두 후보 캠프는 날마다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논평과 보도자료를 쏟아내며 날을 세우고 있다.

유정복 후보는 새얼아침대화 초청강연에서 전체 강연시간 50여분 중 35분가량을 박남춘 후보를 향한 공세에 나서기까지 했다. 유 후보는 “박 시장이 수도권매립지 4자 합의의 내용도 모르면서 대체매립지를 확보할 노력은 하지 않고 자체매립지를 꺼내 들었다”고 공격했다.

박남춘 후보도 새얼아침대화에서 이와 관련 “해결이 어렵다는 핑계를 대지도 않았고, 굴욕적인 합의를 해놓고 문제를 해결했다고 시민들에게 거짓말하지도 않았다. 정부나 서울시, 경기도에 당당하게 할 말 하면서, 오직 시민들을 위해서 수도권매립지 2025년 종료를 선언했다”고 맞섰다.

일각에선 인천시장 선거가 공과 다툼과 책임 공방 등 네거티브 공세로 흘러가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미적지근한 선거보다는 유권자의 관심을 촉발하는 측면과 후보자를 검증한다는 측면에서 네거티브는 필요악일 수도 있다. 사실 네거티브의 폐해는 언론 및 미디어에서 공고해진다.

네거티브, 혹은 음해, 상대 후보에게 책임 떠넘기기, 책임 회피는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확산한다. 조회수로 돈을 벌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터넷 미디어와 신문은 사실확인 과정 없이 이를 받아쓴다. 사실로 확인된 내용이라면 문제가 될 일이 없겠지만, 대체로 선거 캠프에서 보내오는 논평이나 보도자료를 뉴스로 전달한다. 사실 여부는 독자 또는 미디어 수용자가 알아서 확인하라는 식이다.

이렇게 보도된 기사는 개인 블로그나 카페, 커뮤니티, SNS를 통해 확산한다. 온라인이 여론 형성의 주된 통로가 된 현실에서 네거티브는 언론에서 받아쓰거나 SNS에 그럴듯한 기사로 혹은 팩트로 올려지고, 온라인상에서 루머를 퍼 나르는 사람인 '트롤'들이 달려들어 세상천지 담벼락에 도배한다. 후보들이 이를 선거에 이용해 자신에 유리하게 활용하는 것은 선거의 기본 전략이 된 지도 오래다.

대의민주주의에서는 여론이 나라를 지배하고 정치를 선택한다. 그렇다면 여론은 누가 지배하는가? 먼저 떠오르는 건 언론이다. 언론이 여론을 주도하거나 그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것을 우리는 과거 선거에서 그리고 선거 결과로 목도했다. 여기서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언론은 누가 지배하는 것인가?

안갯속에 모습을 숨기고 있는 지배자의 실체를 언론계 종사자들은 애써 무시한다. 그 이름은 일종의 금기어이다. 그 이름을 끄집어내는 순간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언론의 지배자는 언론사주거나 광고주이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전통적인 의미일 뿐이다.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는 '미디어 생태계' 그 자체이다. '미디어 생태계'는 무한한 트래픽을 원한다. 그리하여 신문과 방송, 종편, 인터넷 언론, 심지어 개인 미디어 등은 '미디어 생태계'에서 몸을 섞고 한몸이 된다.

'미디어 생태계'는 함량 미달의 인사를 유력한 정치인으로 만들 수도 있고, 유능한 정치인을 파렴치범, 거짓말쟁이, 무능력자로 낙인 찍을 수도 있다. 세대, 지역, 여성·남성 사이에 터무니없는 갈등을 조장하고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실체화해 빛의 속도보다 빨리 여론을 호도하고 조작하기도 한다.

지방선거 현장을 지켜보면서 이 불편한 진실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다만, 하루에 한 번만 지면을 채우면 된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는다. 그런데 어찌하랴! '미디어 생태계'에서 우리는 무한한 공간을 채워야 하는 것을. 때로는 우리가 채우는 것이 단지 한올의 진실에 불과할지라도 말이다.

/조혁신 자치행정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