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범준 사회부장.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0여분 무렵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 4m 높이 바위 위에 서 있던 30대 남성 윤모씨가 3m 깊이 계곡물로 뛰어들었다. 그는 구조장비도 없이 물에 들어갔고 이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 내용만 보면 다이빙을 좋아하는 남성이 무리한 물놀이를 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반전이 있었다. 당일 윤씨와 함께 계곡에 놀러온 그의 아내와 내연남이 윤씨를 스스로 뛰어들게 한 뒤 구조하지 않아 숨지게 한 내막이 숨어 있던 것이다.

검찰이 올 3월30일 공개 수배를 하며 얼굴과 실명을 밝힌 '계곡 살인' 사건의 피고인 이은해(31)·조현수(30)씨의 공소사실이다. 이들은 윤씨가 숨을 거둬야 지급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윤씨는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랐다고 한다. 일각에선 이씨가 겁에 질린 윤씨를 바위에서 뛰어내리게 하려고 “차라리 내가 뛰겠다”라며 압박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분석해 과거에도 윤씨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범행을 밝혀내기도 했다. 이씨와 조씨가 2019년 2월과 5월 윤씨에게 복어 피를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트려 살해하려 한 혐의다.

이들은 지난해 12월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달 16일 경기 고양시 삼송역 인근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이씨와 조씨는 잠적 직후 부산과 경남 김해, 충남 서산 등 전국을 돌며 도피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주 과정에서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얼굴 성형을 시도하려 했던 정황이 인천일보를 통해 처음 드러나기도 했다.<인천일보 4월19일자 7면 '계곡 살인사건 피의자, 성형수술 시도 정황'> 윤씨 누나는 지난달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나와 “동생을 먼저 보내고 온 가족이 너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이씨의 보험 사기나 살인미수 등 여러 범행을 나중에야 알고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달 4일 사건 발생 2년 11개월 만에 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의 첫 재판은 오는 27일 오전 11시20분 인천지법 324호 법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이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검찰과 변호인 사이에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검찰은 이들이 윤씨를 계곡물로 뛰어들게 한 행위가 직접 살해한 상황에 해당한다고 보고 '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했다.

이씨가 윤씨를 이른바 '가스라이팅(심리 지배)'하면서 바위에서 강제로 뛰어내리게 하는 수법으로 살해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반면 법조인들 사이에선 이들이 흉기로 찌르거나 계곡 절벽에서 미는 행위가 없었기 때문에 재판부가 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결국 이씨와 조씨에게 엄중하고 온당한 처벌이 내려지기 위해선 검찰이 법정에서 치밀한 논리를 제시해 작위에 의한 살인죄에 대한 유죄 판결을 이끌어야 한다.

앞서 검찰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에 적극 반대하면서 검찰이 수사권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계곡 살인 사건을 내세우기도 했다. 검찰이 이번 재판을 통해 국민에게 검찰 존재 이유를 납득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범준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