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지인 이천, 밤낮 일교차 크고
구릉 사이로 남한강 지류 흘러
토질까지 완벽한 '충적평야'
고문헌 등장할 만큼 농사 최적

왕이 맛있다 칭찬한 쌀 모티브
최초로 특산물 브랜드화 시도
농민·농협·유통업자 힘 합쳐
신품종 '해들·알찬미' 개발도
작년 5만t 거래…해외주문 봇물

 

임금님도 맛있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쌀, 바로 이천쌀이다. 쌀의 대명사, 이천. '제6화 경기도 대표 곡창지대를 가다_이천편' 지금 출발한다.

 

▲쌀의 대명사

누가 뭐래도 이천지역을 가장 많이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쌀'이다. 이천쌀은 고품질, 밥맛이 좋기로 유명해 예부터 전국 제일 가는 쌀의 고장으로 불린다. 전국팔도 산해진미가 오르던 임금님 수라상에서 빠질 수 없던 메뉴는 단연 이천쌀이었다.

이천쌀이 '임금님쌀, 임금님쌀' 하는데는 가상으로 지어낸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천부사 복승정(卜承貞, 1490년)의 치적자료에 따르면 독보적인 미식가로 알려졌던 성종 임금이 세종대왕릉으로 성묘를 갔다 환궁하는 길에 이천에 머물게 되자 백성들은 이천쌀로 지은 밥을 올렸는데, 성종은 예사 쌀이 아님을 알고 이때부터 수라에 올릴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천쌀은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쌀'로 소개되면서 전국 으뜸가는 쌀로 불리게 됐고 이를 모티브로 한 브랜드, '임금님표 이천쌀'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다양한 고문헌에서도 이천쌀의 우수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조선시대 문신인 강희맹이 지은 농서 '금양잡록'과 실학자 홍만선이 엮은 '산림경제', 문신 서명웅의 '고사신서' 등에서 이천지역의 당시 품종이었던 '자채벼'의 특성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실학자 서유구가 농촌생활을 하며 경험한 농법을 토대로 쓴 농서 ,'행포지'에서도 이천지역은 '쌀이 잘 된다'고 기록하면서 이천쌀의 우수성을 소개하고 있다.

 

▲물 좋은 이천, 밥맛도 좋다

이천은 평야 지대를 산봉우리가 둘러싼 전형적인 분지 지형으로서 광주산맥으로부터 이어지는 낮은 구릉 사이로 복하천, 송곡천, 청미천 등 남한강의 지류가 지나며 토질이 비옥한 충적평야를 빚어낸다. 또한 풍부한 수계는 논농사의 관개용수로서 부족함이 없어 양질의 쌀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여느 농산물이 다 그렇듯, 최고의 품질이 되기 위해선 기후와 온도, 습도, 토질 등의 자연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벼의 생육에서 담수돼 있는 논에 오랫동안 자라야 하는 벼는 특성상 수온과 지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천의 지형은 내륙 중앙에 있는 분지형이고 계절 차가 뚜렷해 밤낮 일교차가 커지면서 우수한 품질의 쌀이 결실을 맺는 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또 벼가 자라기 좋은 토양은 수분과 영양분의 흡수, 통기성이 중요하므로 점토와 모래가 적절해야 하는데 이천의 토양은 점토 함량이 높고 마사토로 이뤄져 생육 후기까지 영양분 공급과 물 조절이 잘되는 천혜의 환경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이천 지역은 이천 농민의 88%가 지하수로 농사를 지을 만큼 남한강을 중심으로 깨끗한 물이 흘러 최고의 쌀을 생산하는데 최적의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안평리 비닐하우스 논에서 열린 임금님표 이천쌀 전국 첫 모내기 행사에서 마을 주민 등 행사 참가자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두가 주인인 쌀

간장하면 '샘표', 소화제는 '부채표', 각 상품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있듯, 특산물에 브랜드화를 시도한 첫 사례가 바로 '임금님표 이천쌀'이다. '임금님표 이천쌀'은 농가와 농협이 전량 계약 재배를 체결한 뒤 철저한 시스템에 따라 수매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는 이천지역이 계약재배한 농토 6920㏊에서 4만9243t을 수매하는 등 대풍이 들면서 이천 지역의 신품종, '해들'과 '알찬미'에 대한 관심도 쏠렸다.

몇년전까지만해도 경기도 내 주요 쌀 산지를 비롯해 이천시에서는 추청(아끼바레)이나 고시히카리와 같은 외래품종이 주류를 이뤘다. 이런 실정을 극복하기 위해 이천시는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과 농협, 농민, 유통업자가 힘을 합쳐 국내 육성 품종 개발에 나서게 됐고 이는 '알찬미'나 '해들'과 같은 신품종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해들'의 개발은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 연구(SPP)로 이뤄낸 성과였다.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 연구(SPP)는 지자체와 전문가, 지역주민, 농업인, 유통업체 등 이해당사자가 참여와 협력을 통해 현장 중심으로 품종을 개발해 나가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더욱이 '해들'은 2017년 진행한 '국산품종과 외래품종 밥맛 블라인드 평가'에서 무려 48%가 밥맛이 좋다고 응답해 식미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해들은 식미뿐 아니라 병충해나 태풍피해와 같은 자연재해에도 강하게 견뎌내면서 진천, 청원 등 전국 각지로 보급·확대되고 있다. 이천시의 또 다른 품종 '알찬미' 역시 밥맛 평가에서 추청(아키바레)을 크게 앞질러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쌀의 참맛이 느껴진다는 '참결미'나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맑게 씻어 나온 쌀이라는 뜻에 '청세미', 추석 전에 이르게 재배되는 극조생종, '오롯미' 등도 이천 지역 대표 상품이다. 이토록 국내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천쌀이 세계 각국으로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다. 2008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2009년 러시아와 호주, 2010년에는 미국으로 108t가량이 수출됐다. 2011년 홍콩에 진출한 이천쌀은 현재까지도 거래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또 2016년에는 중국에 198t 전량을 수출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인터뷰] 석재현 이천라이스센터 대표이사

▲ 석재현 이천라이스센터 대표이사.

“종자부터 책임집니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이천쌀, 돈이 아깝지 않은 최고의 이천쌀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쌀. 임금님표 이천쌀은 괜히 이천쌀이 아니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광고 속에서 더이상 소비자들은 현혹되지 않는다. 이천쌀이 다른 지역의 쌀보다 2배가 높은 가격인데도 불티나게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석재현(58) 이천라이스센터(이천남부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대표이사는 이천쌀이 최고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지자체와 농민, 농협이 함께 만들어가는 쌀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천쌀은 종자 하나부터 쌀이 시장에 나올 때까지 전 과정에서 우수한 품질의 쌀을 생산해내기 위한 철저한 관리 감독 과정이 이뤄집니다. 얼마 전 파종을 앞두고 종자의 온탕소독을 전담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키다리병이나 각종 병충해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인데 이천시 농가들 대부분 고령인지라 저희가 발벗고 나서게 됐습니다.”

최근 이천시는 지력 증진을 위한 '볏짚환원' 사업을 펼쳐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볏짚환원'은 탈곡 후 남은 볏짚을 토질에 섞어 양분 상태를 향상하도록 만든다. 대부분 추수 후 남은 볏짚은 지역의 축산농가로 팔려나가는 실정이지만 이천시는 지력 증진에 활용하는 농가에 장려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대개 추수 후 남은 볏짚은 인근 축산농가에 판매되곤 합니다. 그러나 이를 토양과 한데 섞으면 지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땅이 좋아야 좋은 열매가 맺히듯 좋은 쌀을 생산하기 위한 비법이라면 비법이겠죠. 드론을 띄워 이천시 농가에 볏짚환원 정도를 파악하고 있는데 이천시는 90% 이상이 환원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뭐니 뭐니해도 쌀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맛. 이를 위해 이천시에서는 깐깐한 단백질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쌀의 단백질 함량이 높으면 밥맛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천쌀을 최고로 여기는 데는 밥맛 때문이죠. 밥맛을 좌우하는 것이 단백질 함량인데 재배시 적정량의 질소비료를 살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합니다. 저희는 이런 부분을 고려해 단백질 함량이 우수하고 재현율이 높아 상품성 있는 쌀을 엄선해 시장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또 질소비료나 농약을 농가에 지원하기보다는 우수한 품질의 쌀을 생산해내는 농가에는 장려금을 지원하거나 혜택을 주는 실질적인 방편으로 농가의 소득 증진을 돕습니다.”

2019년 취임한 석 대표는 이천쌀 홍보대사를 자처할 만큼 이천쌀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그는 기대에 부응하는 임금님표 이천쌀, 최고의 자리에 있는 이천쌀의 명성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길 소망한다.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쌀을 생산해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이천시와 농민, 농협이 삼위일체로 빚어낸 이천 쌀. 이천쌀로 건강한 식사 하시길 바랍니다.”

 

[米지의 세계] 쌀 오래 맛있게 먹으려면, 묵은·햅쌀 구분해 '마늘 쏙'

쌀은 수분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어 곰팡이나 세균이 발생하기 쉽다. 산화 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소분해 공기가 통하지 않는 밀폐용기 등에 담아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또한 기존에 보관하고 있던 묵은쌀과 새 쌀이 섞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으면 쌀통에 마늘이나 고추를 넣어두면 쌀벌레가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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