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영흥화력발전소

2019년 발전량 3만6407GWh
수도권 전력 사용량 20% 담당
'증설일로' 탈탄소 조류 부딪혀
LNG 전환 '탄소 제로' 불가능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망 운영
분산형 전력 체계 개편 필수적
▲ 영흥화력발전소 전경./인천일보 DB
▲ 영흥화력발전소 전경./인천일보 DB
▲ 수도권 광역도시별 전력자급률./자료제공·제작=인천시의회·인천일보

인천 전력자립률(전력자급률)은 2020년 기준 241.7%에 이른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그나마 2013년 357%에서 줄어든 수치다.

전력자립률은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비율을 일컫는다. 240%가 넘는 전력자립률은, 달리 말하면 인천에서 쓰지 않는 전력까지 2.4배 넘게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인천에서 만들어내고도 남는 전기는 어디로 갈까. 같은 수도권인 서울과 경기의 전력자립률은 각각 11.2%, 58.2%에 그친다.

'지역 불평등'과 '기후 부정의'는 이런 현실에서 비롯한 표현이다.

인천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59%는 발전 부문에서 나온다. 발전 부문 중에서도 75%에 이르는 비중은 석탄화력발전이 차지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서 '탈석탄'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전기차로 '수송 혁명'을 이루고, 저탄소 산업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전기에너지의 뒷받침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석탄이 몰리고,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정작 전력은 다른 지역에 공급되는 화력발전을 남겨둔 채 인천에서 탄소중립은 실현될 수 없다. 결국 탄소중립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할 수 있느냐로 성패가 갈린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은 지난 18일 발표한 10대 기후 공약에서 “영흥석탄화력발전소 2030년까지 단계적 폐지”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녹색전환연구소와 인천에너지전환네트워크는 최근 '인천녹색전환 12대 정책'을 통해 “영흥화력발전소 폐쇄는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과 경기는 전력 자립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인천은 줄어드는 전력 공급량만큼의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소비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 영흥도에서 바라본 영흥대교. 다리 뒤로 영흥화력발전소와 육지를 잇는 송전선로가 보인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 영흥도에서 바라본 영흥대교. 다리 뒤로 영흥화력발전소와 육지를 잇는 송전선로가 보인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인천 내륙에서 옹진군 영흥도로 향하는 유일한 길인 영흥대교를 건너다 보면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철탑들을 마주할 수 있다.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육지로 보내기 위해 세워진 송전탑이다.

▲ 영흥화력발전소 주요 현황./자료제공=인천연구원·인천일보DB
▲ 영흥화력발전소 주요 현황./자료제공·제작=인천연구원·인천일보

영흥도에는 2004년 준공된 1·2호기를 시작으로 총 6기의 화력발전소가 들어섰다. 연료는 석탄이다. 국내에선 총 57기의 석탄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10%가 인천에 몰려 있는 셈이다.

영흥화력발전소 발전량은 2019년 기준 3만6407GWh로, 수도권 전력 사용량의 20% 정도를 담당한다. 인천 앞바다 섬에서 대량 생산되는 전기는 송전선로를 통해 서울·경기에 공급된다.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영되는 인천 전력자립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241.7%(2020년 기준)에 이른다. 인천에서 쓰지 않는 전력이 초과 생산되는 동안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발전에 해당되는 '전환' 분야는 인천 전체의 77.1%(2018년 기준)를 차지하는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다. 탄소중립은 화석연료뿐 아니라 대량 생산해 장거리를 송전하는 중앙집중식 에너지 체계의 근본적인 전환을 필요로 한다.

 

'증설' 거듭한 석탄발전, 정부 “단계적 폐지”

▲ 임현선 영흥주민협의회 사무국장이 발전소를 가리키며 지역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 임현선 영흥주민협의회 사무국장이 발전소를 가리키며 지역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화력발전소가 지어질 때도 주민 동의가 없었죠. 지금도 기압이 낮은 날에는 발전소 가까이 가면 가스 냄새 같은 게 나요. 친환경 설비를 갖췄다고 하지만 용량이 워낙 크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임현선(51) 영흥주민협의회 사무국장은 영흥화력발전소의 시작을 지켜봤다. 발전소 건설을 앞둔 1990년대 중반 주민대책위원회에 참여하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화력발전소 자리가 '업벌해수욕장'이던 시절이었다.

어쩌면 임 사무국장은 영흥화력발전소의 끝도 목도할지 모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 말 확정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을 통해 영흥화력 1·2호기의 경우, 석탄 폐지 후 2034년 액화천연가스(LNG)로 연료를 전환한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영흥화력 1·2호기 조기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말 영흥늘푸른센터에서 만난 임 사무국장은 “20년 넘게 화력발전소가 가동되면서 지역경제도 거기에 맞춰진 측면이 있다. 탄소중립 얘기가 나오면서 단계적으로 폐쇄한다는데, 처음 건설될 때와 마찬가지로 폐쇄 또한 주민 의사와 관계없이 흘러가고 있다”며 “석탄화력발전 가동을 중단하는 과정에서 지역 대책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복잡한 속내를 내비쳤다.

탄소중립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폐쇄' 논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영흥화력발전소는 '증설'을 거듭했다.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을 보면 인천은 고체연료 사용 제한 지역이자, 청정연료 사용 지역이다. 석탄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영흥화력 1·2호기는 청정연료 사용 의무 적용 이전에 사업이 확정되면서 규제를 피했다. 나머지 발전시설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범위 내에서 증설하는 조건으로 석탄 연료 사용이 승인됐다. 3·4호기는 2008년, 5·6호기는 2014년 준공됐다.

5·6호기가 발전을 개시한 지 불과 수년 만에 석탄발전은 '탈탄소'라는 시대적 변화와 마주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을 발표하며 “2034년까지 석탄발전 24기 폐지 및 LNG 발전으로 전환을 추진한다”며 “잔존 석탄발전에 대해선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시 사업자 협의 등을 통해 조기 감축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탄발전의 퇴장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가 지난해 11월 3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석탄발전소 지역 주민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기후위기가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률은 77.7%에 달했다. 특히 인천 응답자(300명) 가운데 85.7%는 “화석연료가 기후위기를 가속시킨다”고 답했다. 석탄발전소 퇴출 여부에 대해서도 83.3%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탈석탄' 연료 전환 논의…“LNG도 온실가스 배출”

▲ 탄소중립 시나리오./사진제공=
▲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에너지 전환 계획./자료제공·제작=관계부처 합동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인천일보

국내 발전량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에너지원은 석탄이다. 한국전력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총 발전량 56만3040GWh 가운데, 석탄은 40.4%(22만7384GWh)에 이른다. 원자력과 LNG가 각각 25.9%, 25.6%로 뒤를 잇는다. 신재생에너지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6.5% 비중에 그친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대로라면 2050년 이전에 모든 석탄발전소 가동이 중단된다. 30년 뒤의 미래상을 담은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두 갈래인데, '전환' 부문은 석탄뿐 아니라 LNG 등 화석연료 사용을 완전 중단하는 'A안'과 LNG 발전을 일부 남겨두는 'B안'을 가정하고 있다.

LNG 발전의 불확실한 앞날은 인천시의 '탈석탄' 선언에서도 드러난다. 시는 2020년 11월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했다. 2017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창립된 탈석탄동맹은 석탄발전 중단을 목표로 국가·도시들이 참여하는 기구다. 시는 탈석탄동맹에 가입하며 “석탄화력발전 신규 시설의 설치를 금지하고, 단계적으로는 연료의 LNG 전환과 시설 폐지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탈석탄 정책으로 관심이 집중된 건 영흥화력발전소다. 시는 대선을 앞두고 내놓은 '2022 인천 지역공약 20선'에서 '영흥화력발전소 1·2호기 조기 폐쇄'를 환경 분야 과제로 담았다. 여기서 '조기 폐쇄'를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시가 제시한 조기 폐쇄는 발전소 가동을 멈추는 게 아니다. 연료를 석탄에서 LNG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을 보면, 영흥화력 1·2호기는 2034년 LNG로 연료가 전환된다. 이를 2030년으로 앞당기는 것이 시가 밝힌 조기 폐쇄다.

연료 전환으로 '탈석탄' 목표는 이룰 수 있어도 '탈탄소'로 나아가긴 어렵다. LNG 또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화석연료인 까닭이다. 인천연구원 자료를 보면 1㎿h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석탄 발전은 887㎏, LNG 발전은 389㎏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단순 계산하면 LNG로 연료를 전환해도 석탄 발전의 44%에 해당하는 온실가스가 나온다는 얘기다.

이미 인천에는 LNG를 연료로 쓰는 복합화력발전소 수십여 기가 가동되고 있다. 인천연구원은 2020년 12월 '인천시의 탄소중립과 화력발전' 보고서에서 “LNG 발전은 석탄 발전과 비교하면 온실가스 배출 영향이 적긴 하지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발전원”이라며 “LNG 발전은 탄소 흡수 기술이 동반돼야 하고, 궁극적 대안도 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지역별 전력 자급, 분산형 에너지로 전환”

에너지 정책은 발전원뿐 아니라 전력 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탄소중립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의 전력 체계는 중앙집중식 에너지 공급 시스템이다. 대규모 화력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는 송배전을 거쳐 장거리를 이동한다. 발전소 입지를 둘러싼 갈등뿐 아니라 송전 과정에서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도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분산형 체계가 자리잡아야 한다.

인천시의회 의원연구단체인 '그린뉴딜연구회'는 지난해 10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인천시 정의로운 전환 계획 수립 방안' 연구보고서에서 “인천은 이미 자급을 초과해 수도권 전력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영흥화력 조기 폐쇄를 비롯한 에너지 정책은 수도권을 비롯한 중앙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에너지 전환에서 주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지역별 전력 자급이며 이에 맞는 분산 에너지 시스템과 분권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순민·이아진 기자 smlee@incheonilbo.com


 

폐쇄 불가피한데 지역경제 대책은

직간접 고용 인원 총 1727명
노동자·소상공인 보호 필요
'정의로운 전환' 요구 목소리

 

“고용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 충남권에 이미 폐쇄된 발전소가 있으나 영흥과는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원하청 구분 없이 조기 폐쇄에 대한 우려를 공감한다.”(영흥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대체 산업이나 소득이 없다면 발전소 종사자와 인근 소상공인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주민 간담회 참석자)

인천시의회 의원연구단체인 '그린뉴딜연구회'가 지난해 8∼10월 진행한 영흥화력발전소 이해관계자 인식조사에선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는 불가피하지만, 피해 계층·지역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회는 “영흥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한 정의로운 전환 계획은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며 “인천시를 주축으로 수도권 지자체, 발전소 노동자, 주민, 시민단체 등이 함께하는 협의체를 통해 에너지 문제, 정책 개선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로운 전환'은 지난 3월25일 시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도 규정된 개념이다.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노동자,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는 정책 방향을 일컫는다. 이 법은 탄소중립 이행으로 지역경제 침체가 예상되는 지역을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로 지정하는 근거 조항도 담고 있다.

영흥면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6671명이다. 인천시 자료를 보면, 영흥화력발전소 직간접 고용 인원은 총 1727명에 이른다. 다른 지역 거주자가 포함된 통계지만, 요식업·숙박업 등까지 고려하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가 지난해 11월 진행한 '석탄발전소 지역 주민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인천(300명)에서 조기 폐쇄에 동의하지 않는 응답자(12.0%)들은 '대체 에너지원 부족'(75.0%)에 이어 '지역경제 영향'(11.1%)을 이유로 꼽았다.

시 에너지정책과 관계자는 “상반기 안으로 정의로운 전환 연구용역에 착수해 영흥화력발전소 조기 폐쇄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지원책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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