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석 경기본사 사회2부장<br>
▲ 정재석 경기본사 사회2부장.

정부의 유류세 인하 확대 조치에도 휘발유·경유 가격의 고공행진은 멈추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와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상반기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속속 나온다.

정부가 이달 1일부터 유류세 인하율을 20%에서 30%로 확대했지만, 국제유가 상승 폭이 커 운전자들은 인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유값이 휘발윳값을 매섭게 쫓아가고 있다. 일일 기준으로는 지난 10일부터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역전한 것은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유가가 안정되긴 어려울 것으로 진단한다. 석유제품 공급 부족이 근본적으로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어김없이 뉴스를 장식하는 이들이 있다. 가짜 석유 제조·판매·유통업자들이다.

이번에도 가격이 저렴한 난방용 등유나 선박용 면세유를 경유에 섞어 건설공사장 등에 판매한 주유업자 등이 대거 적발됐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 11일 석유제품 불법 제조와 세금탈루, 정량미달 판매 등 불법행위를 일삼은 25명을 검거했다. 가짜 석유와 무자료 거래로 불법유통시킨 석유제품 유통량은 총 422만ℓ로 200ℓ 드럼통 2만1147개 분량이다. 시가 67억원 상당이며 탈세액은 10억7000만원에 달한다.

주유업자들은 홈로리(석유 이동 판매 차량) 저장탱크에 가격이 저렴한 난방용 등유와 경유를 혼합했다. 이렇게 만든 가짜 석유를 경기 광주 등 수도권 지역 건설현장에 덤프트럭과 중장비 연료로 공급하다가 현장에서 적발됐다.

다른 주유업자들도 정상 경유보다 유황성분이 최대 10배 이상인 선박용 면세유와 난방용 등유를 섞어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를 상대로 2만4330ℓ를 판매했다.

또 일반대리점 석유판매업자와 배달기사는 홈로리 주유 차량 계기판에 정량보다 15% 가량 미달하게 주유 되는 조작 장치를 설치했다. 이들은 건설현장과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총 9만ℓ를 속여 팔아 1억2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다른 주유업자 등 8명은 무등록 업자로부터 출처가 불분명한 경유 410만ℓ를 무자료 현금거래로 불법 구매해 판매하면서 65억4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세금 10억7000만원을 탈루하다 꼬리를 잡혔다.

지난달에도 선박용 경유로 가짜 석유를 만들어 판매한 일당이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가짜 석유 500만ℓ를 제조하고 판매해 15억의 이익을 얻은 공급자와 유통책 등 50명을 검거했다.

지난해 6월에도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은 351만ℓ의 가짜 석유를 불법유통한 업자 등 10명을 적발했다.

서민을 대상으로 반복되는 범죄는 이들 업자에겐 현행법 처벌 수위가 불법으로 얻은 이익보다 낮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을 보면 ▲가짜 석유 제조, 보관 및 판매한 자는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정량미달 판매, 무자료 거래 및 등유를 연료로 판매한 자는 최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9월 '가짜석유 유통 근절 실효성 제고방안'을 의결하면서 한국석유관리원의 위반적발 이후 관할 지자체가 수사의뢰 또는 고발조치할 때까지 행정절차상 최소 40일 이상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그사이 피의자 도주나 증거인멸, 신규 피해자 양산 등이 발생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민경제의 발전과 국민 생활의 향상에 이바지'라는 법의 목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처벌을 강화하고 대책 마련을 통해 국민경제를 좀먹는 이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

/정재석 경기본사 사회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