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소음피해 점증…정치권도 표심 눈치

후보 20여명 문제 해결 필요성 공감
찬반 대립서 벗어나 민심 파악 고민
국방부 예비이전후보지 지정 후 공전
지자체 간 갈등·홍보예산 낭비 야기
소음 반경 내 개발 움직임에 반발도

'군공항 이전'이 6·1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남부권 유권자 표심을 관통했다. 지역 주민들의 들끓는 원성에 경기도지사, 시장, 도의원, 시의원까지 모두 관련 공약을 제시하거나 해결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냐'는 것. 정치권이 30여 년 세월 해묵은 숙제가 바로 군공항 이전이다. 2015년부터 정부가 주도한 이전 사업이 실행됐으나, 지역 갈등과 피해만 부추긴 결과만 낳았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소음피해, 높은 경제효과가 연구된 국제공항 건설도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 그야말로 일이 태산인 상황. 전문가들은 타개할 방법으로 '공론화'를 제시해왔다.

6·1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30일 더불어민주당 김동연,국민의힘 김은혜 도지사 후보가 각각 이천 관고 전통시장과 구리전통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연합뉴스
6·1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30일 더불어민주당 김동연,국민의힘 김은혜 도지사 후보가 각각 이천 관고 전통시장과 구리전통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연합뉴스

▲너도나도 공약…지난 선거보다 뜨거워

이번 지방선거에서 군공항에 대한 공약 또는 해결 필요성 의견 등을 내비치고 있는 후보자 수가 20명이 족히 넘는다.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다.

우선 김동연·김은혜 도지사 후보, 이재준·김용남 수원시장 후보, 정명근·구혁모 화성시장 후보가 있다. 또 도의원 쪽에서도 수원시 황대호·장한별·김강식·문병근·권지혜 등 후보, 화성시 김정택·박윤영 후보 등을 비롯해 시의원까지 대거 뛰어들었다.

정당을 막론하고 군공항 이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부분은 주민들도 직접 체감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와 달리 화성시 병점동 등에서 '군공항 이전' 등을 명시한 현수막이 내걸렸고, 주민들에게 배포된 다수 후보의 공보물에도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자기 결정' 대신 시민과 함께 고민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과거 선거에는 정치인들이 서로 찬·반을 내걸고 대립하면서 마치 군공항 사안이 지역 논쟁거리라는 한정 프레임에 갇혔다.

대표적으로 구혁모 후보는 군공항 이전에 반대하지만, '수원 군비행장 이전을 위한 동부권역 TF팀 구성'을 공약으로 반영하는 등 움직였다. 단순 반대 논리를 펴기보단, 소음피해와 개발규제 등을 겪으며 소외된 지역의 민심을 아울러 파악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꽉 막힌 논의, 갈등·피해 'UP'

국방부는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모두 국정과제로 수립됐던 군공항 이전 사업을 총괄한 중앙부처다. 윤석열 대통령도 피해지역을 직접 방문해 주민들 앞에서 정부 차원의 해결을 약속한 만큼, 국방부는 현재 내부적으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군공항 이전은 현행법상 논의와 '주민 동의'를 필수로 하기에, 이 부분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2015년 6월 수원시가 건의한 이전 건의를 '적정'으로 평가한 국방부는 2017년 2월 화성시 화옹지구 일대를 예비이전후보지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화성시와 서부권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서자 국방부는 갑자기 사업에 손을 떼곤, 지역 현안으로 떠넘기기 시작했다. 화성시는 관계 지방자치단체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고, 의견 통보도 거부해 기초적인 논의 과정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사업이 정리되지 않고 공중에 뜬 사이 주민 오해와 갈등은 확산했고, 지자체들은 막대한 홍보예산을 써가며 자신의 주장만 거듭하는 등 불필요한 낭비가 발생했다.

실제 수년 동안 찬·반 주민들과 수원·화성시는 군공항 이전이 정부 사업인지 지자체 사업인지, 시설을 옮긴 지역에 소음피해가 발생하는지 아닌지 등 여부를 놓고 맞섰다.

국방부는 급기야 2020년 9월 '군공항 이전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제목의 자료를 마련해 공식 홈페이지 등에 게재했다. 국가안보에 관한 사업이므로 '국가 사무'라는 점을 알리고, △사업시행·부지선정 이유 △소음대책 △이주 지원·발전사업 등 보상 △사업비 산정 방식 등을 설명한 자료다.

역행하는 부동산 정책 탓에 피해 주민 규모도 부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화성시 진안·반정·반월·기산 일대 452만㎡(137만평) 면적을 공공주택지구 예정지로 지정했는데, 이곳은 군공항 전투기 소음 반경이라 주민 집단반발이 일었다.

 

▲주민에게 맡겨라

군공항 이전에 더해 최근 국제공항 건설 방안까지 떠오른 시점에서 전문가들의 제언이 주목받고 있다. 그간 토론회와 각종 연구보고서 등에서 공통적으로 '공론화'라는 해법이 등장했다.

공론화는 쉽게 말해 주민들이 한 테이블에서 의논하고 결정까지 하는 과정이다. 민주적인 투표가 동반되며, 대안 도출까지 가능하다. 전문가 집단을 포함하고, 필요하면 조사도 실시해 정확도를 높인다.

이미 해외에선 공항 관련 갈등에 공론화를 도입해 효과를 증명했다. 독일은 1997년 프랑크푸르트공항 2차 확장사업에 주민 숙의 등을 거쳤고, 갈등비용을 앞서 1965년 시작한 1차 사업과 비교해 무려 2960억여원 절감했다. 기간 역시 1차 사업대비 10분의 1인 1.5년으로 줄였다.

영국도 런던 공항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한 방침에 있어 각 마을과 온라인 공간에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공론화 창구를 마련하는 등 방식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있다.

2015년 10월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가 국무조정실에 제출한 '군공항 이전 관련 갈등해소 시나리오 분석과 정책제언 연구 보고서'는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진행되는 공론의 장이 충분히 마련돼야 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지역의 미래를 스스로 선택하는 공통된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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