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모럴 해저드 참극…잇따른 잔혹 범죄 막아야

이은해, 남편 보험금 노린 살인사건
거액 챙기려 반인륜적 범죄 저질러
윤리 의식·생명존중 가치관 파괴

보험 관련 살인·상해 사건 매년 늘어
허위 사망·실종-극단 선택·자해도

전문가 “계약자 역선택 방지 고민을”
▲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여)씨와 조현수(30)씨./사진제공=인천일보DB
▲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여)씨와 조현수(30)씨./사진제공=인천일보DB

30대 여성이 내연남과 함께 남편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계곡 살인'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기의 범죄 수위가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달 3일 인천지법 324호 법정에서 이 법원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 심리로 계곡 살인 사건의 첫 재판이 열렸다.

일각에서는 피고인 이은해(31·여)씨와 조현수(30)씨가 살인 혐의를 부인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지만, 이들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검찰 증거 기록을 보지 못했다며 혐의 인정 여부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이들이 어떤 식으로 방어권을 행사할지는 다음 재판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씨는 내연남인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수영할 줄 모르는 윤씨에게 4m 높이 바위에서 3m 깊이 계곡물로 구조장비 없이 뛰어들게 해 숨지게 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윤씨를 계곡물로 뛰어들게 한 행위가 직접 살해한 상황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들에게 '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했다.

특히 이씨와 조씨가 윤씨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이들은 2019년 11월 보험사에 사망보험금 8억원을 청구했으나 보험사기 범행을 의심한 보험사로부터 거절당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에 인천지검은 지난달 4일 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이씨와 조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처럼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 챙기기 위해 친족 살인과 자해, 방화 등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건전한 윤리 의식과 생명 존중 가치관이 파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매년 발표하는 '연도별 보험사기 적발 현황' 자료를 보면, 보험사기 유형 가운데 살인·상해 사건으로 적발된 보험사기범은 2019년 46명, 2020년 72명, 지난해 97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 보험사기 적발 유형 및 인원 표./자료제공·제작=금융감독원 '연도별 보험사기 적발 현황'·인천일보

[표 참조] 보험사기와 관련된 허위 사망·실종 사례도 2019년 4명, 2020년 8명, 지난해 15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자살·자해로 보험금을 수령하려 한 인원도 2019년 791명, 2020년 858명, 지난해 1052명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보험 전문가들 사이에선 보험 사고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역선택'과 '도덕적 위험'을 지목하고 있다. 역선택은 보험사에 불리한 '보험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위험(특정 상품)'을 보험 계약자가 보험금 수령 목적으로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이성남 목포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도덕성보다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인해 계곡 살인 사건 같은 잔혹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며 “보험 계약자의 '역선택'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