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 매립지 '지속 가능성' 관점서 미래를 보자

▲ 석산 앞 송도 갯벌.  /인천일보DB
▲ 석산 앞 송도 갯벌. /인천일보DB

2003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NSW) 주정부는 시드니 바랑가루(Barangaroo) 재개발계획을 발표했다. 130년 전부터 매립을 통해 조성된 땅이다. 부두와 공장용지로 이용됐으며 달링하버와도 연접해 있다. 그러나 선박 대형화로 인한 입지경쟁력 약화와 도심 확장에 따른 환경피해 확산 등 부정적 요인을 견뎌내지 못했다. 그 모습이 인천 내항 1·8부두와 닮았다.

바랑가루 재개발 전략은 '지속가능성'이다. 첫 번째 전략 키워드는 '옛 모습 복원'이다. 헤드랜드 공원은 해안선을 매립 전 모습으로 되돌렸다. 매립재를 걷어내고 복원한 옛 지형에 문화시설을 확충했다. 제 역할을 다한 공간의 일부를 시민에게 원래 모습대로 돌려준 것이다. 둘째는 '현재 수요 대응'이다. 바랑가루 남측지구 재개발을 통해 포화상태의 도심이 확장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확보했다. 이곳에 활력을 부여하기 위해 상업·업무, 숙박, 쇼핑, 주거가 복합된 개발 개념을 제시했다. 셋째는 '미래 트렌드 수용'이다. 바랑가루 중심지구는 문화·공연 산업을 담을 혁신공간으로 계획됐다. 이들은 미래 도시의 경쟁력이 문화가 융·복합된 지적 자본에서 나온다는 점을 간파했다.

개항 이후 인천에는 184㎢의 매립지가 조성됐다. 행정구역 면적의 17.3%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는 해상 매립을 통해 도시성장에 필요한 토지의 상당 부분을 공급해왔다는 의미다. 현재 인천에는 대규모 매립공사가 진행되는 반면, 재개발에 대한 논의도 뜨겁다. 이제 우리도 인천의 내일을 위한 매립지 역할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시드니 바랑가루 사례의 시사점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이다. 환경은 물론 땅의 역사와 그 안에 담긴 삶의 궤적, 경제적 측면도 포함된다. 그 틀 속에서 3개의 키워드인 '옛 모습 복원', '현재 수요 대응', '미래 트렌드 수용'을 어떻게 풀어갈지 숙고해야 한다.

한 가지 더 고려할 점은 현대사회의 성장 기제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문화에 기초한 상상력이 부의 근원이라고 설명한다. 물적 자본은 이미 산업사회의 유물이 됐다. 지금 우리가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문화와 성장 동력이 균형을 이룬 도심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최적의 장소가 원도심과 연접한 매립지다.

▲ 탁영식 (주)건일 사장·도시계획기술사.

/탁영식 (주)건일 사장·도시계획기술사


 

해양도시 인천의 공유수면

인천 바다 갯벌 매립역사 '100년 이상'
1899년 '중구 해안동 1가' 조성 첫 기록
연안 섬 매립은 인천항 축조공사로 시작

경제자유구역 개발 위한 매립도 계속
송도 상전벽해, 갯벌서 명품도시 변신

지속된 매립에 해안 직선형으로 변모
해수면 상승 등 위험 요소 대비해야
최대한 갯벌 보존…자연친화적 도시로

▲ 고지도에 나타난 인천 주변 육지와 섬.

▶고지도에 나타난 인천 해안

인천은 삼국시대 때 '물골'이라 불렀다. 최재용은 인천이 '물(水) + ㅅ + 골'이었는데, 이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 미추홀(彌鄒忽)이라고 해석한다. 이를 다시 풀어보면 인천은 '바다(갯벌)의 도시'로 설명된다. 대동여지도(1861년)에는 인천 바다가 조수간만 차이가 커서 갯벌이 많았으며, 해안선의 굴곡도 복잡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인천 해안선이 160년 사이에 원형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지금처럼 변화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 중구 해안동 일대 매립 지도.
▲ 중구 해안동 일대 매립 지도.

▶갯벌매립과 도시화

해안선을 경계로 바다에 펼쳐져 있던 서해안의 갯벌은 잠재적 토지개발의 대상이었다.

세종대 국가전략연구소는 지난 2012년 일명 '광개토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경기만 일대 10억평을 매립해 부지를 확보하여 외국인 기업투자를 유치하고, 토지분양 수익을 제2의 국민연금으로 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도시개발의 관점에서 갯벌은 자연이 아니라 개발 효과가 큰 수익성 자원이었다. 일제 강점기 '공유수면매립'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생겼다. 인천에서 바다를 매립해 토지를 공급한 공식적인 기록은 1899년부터이다. 원해안선 258m에서 바다 쪽으로 57m를 매립하여 조성된 약 4000평의 땅이 현재 중구 해안동 1가이다. 이후 120년이 지난 현재 중구는 바다를 매립한 땅이 행정구역 전체 면적의 81%를 차지한다. 1966~1974년에는 인천항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도크 건설공사가 대규모로 진행돼 현재의 인천항 모습을 갖게 되고, 남항(준설토)투기장까지 조성됐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었던 월미도는 1924년 인천역과 콘크리트 제방으로 연결되면서 육지화가 이루어졌다. 북성동 공장부지는 광복이후 제방 옆으로 바다를 매립하여 생긴 땅이다. 동구 화수부두 일대는 일제 강점기와 1970년대 초, 임해공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갯벌을 매립한 곳이다. 현재 현대제철, 두산인프라코어, 옛 일진전기 자리다.

오늘날 세계적인 인천국제공항과 300만명의 도시를 대표하는 송도신도시도 바다 갯벌을 매립한 토지위에 건설되고 있다. 그 결과 수천년에 걸쳐 자연적으로 형성된 굴곡진 해안선은 100년이란 단기간에 직선화된 인공적 해안선으로 변모됐다.

 

▲ 송도 센트럴파크
▲ 송도 센트럴파크.

▶갯벌 매립과 이용

인천에서 공유수면매립 즉, 바다갯벌의 매립역사는 개항이후 100년 이상이 된다. 기존 자연해안은 매립으로 99% 직선화된 인공해안이 됐다. 인천 앞바다 섬과 섬 사이에 제방을 쌓은 후 매립으로 기존 육지와 연접시켜 만든 새로운 땅이 약 184㎢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의 63배, 인접도시 부천시의 3.5배나 되는 엄청난 크기이다. 매립된 땅은 도시 확장과 도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매립 이후 토지이용은 도시용지, 쓰레기용지, 발전용지, 항만시설 및 물류·창고용지, 공항시설용지, 공장용지 등으로 활용됐다. 현재 일부 매립지는 대단위 아파트개발 등으로 2차 용도변경이 진행 중이다.

 

▲ 1910년대 인천항 축조 과정에서 사라진 분도(오른 쪽 위)와 낙섬(왼쪽 위) 이 보인다.

▶해안경관의 변화

인천 연안의 섬 매립은 인천항 축조공사에서 시작됐다. 중구 항동의 사도와 인천여상 앞바다에 있던 분도(일명 오푼도)는 1911년 동양 유일의 갑문식 선거(현재 제1부두)공사와 제2도크 공사(1966~1974)로 완전히 사라졌다. 제2도크 확장공사와 남항의 매립재로 낙섬도 희생됐다. 어린 시절 물놀이 하던 추억의 용현동 낙섬은 1970년 초까지 존재했다. 낙섬에서 송도석산까지 일직선의 해안도로가 개설되고, 도로 안쪽 해면은 동양제철화학 공장부지로 매립됐다. 남항을 매립하면서 해안도로 사이에 폭 200m, 길이 2000m의 직선형 인공 해안선이 만들어졌다. 미추홀구에서 유일한 공유수면으로 유수지 기능을 가진 용현갯골이라고 부른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괭이부리'로 불린 묘도는 1910년 이후 공장부지로 매립되면서 점차 형태가 작아졌다.

▲ 동양제철화학 일대 갯벌.
▲ 동양제철화학 일대 갯벌.

유원지와 관광지 개발을 위해 섬 주변이 매립됐다. 대표적으로 월미도 유원지이며 아암도와 소암도는 송도관광지 개발 목적이었다. 아암도는 도로변에 형태가 남아있어 옛 지형을 추적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되고 있다. 공업단지 개발을 위해 훼손된 섬들도 많다. 폐염전을 남동공단으로 매립하면서 남동구 고잔·논현 앞바다 섬들이 없어졌다. 수인선 철도변에 있던 소원예도와 대원예도는 매립토로 사라졌다. 다행히 대원예도가 있던 자리에 남동공단 2호 공원(근린공원)을 조성하여 당시의 흔적을 알 수 있다.

인천 앞바다 섬들이 가장 많이 사라진 것은 서구 연안이다. 1970년대까지 총 34개의 섬이 산재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청라공유수면매립공사 산을 깍아 바다를 메우는 모습.

▶해상 신도시 건설과 인천 최대 갯벌 매립

도시개발을 위한 갯벌매립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 바다의 지형·지세도 계속 변화되어 가고 있다.

2003년 8월,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개발로 인천의 지도가 눈에 띄게 바뀌어 가고 있다. 영종·청라·송도 3개 지구가 삼각 축을 형성하여 개발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의 면적은 132.9㎢이다. 인천시 면적의 약 12.7%에 해당되며, 서울 여의도 면적의 46배나 되는 엄청나게 큰 땅이다. 이 땅의 73%가 갯벌을 매립한 토지이다.

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은 1883년 인천 개항 이후 최대의 도시개발사업이며, 또한 단기간 최대의 갯벌매립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이 중 송도국제도시의 크기는 53.45㎢이다. 개발주체는 인천시이고, 개발재원으로 100% 갯벌을 매립한 토지를 분양하여 충당한다. 그래서 재정·토목·환경·건축 측면에서 국내외적으로 성공 여부를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갯벌 매립을 착공한지 27년 현재, 바둑판같은 격자형 아스팔트 도로 위로 자동차가 달리고, 초고층 오피스와 고층아파트, 대학교와 연구소, 첨단 바이오 기업 등이 들어섰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센트럴파크와 같은 훌륭한 공원과 컨벤션 등 도시기능도 갖추었다. 육지에서 새로운 땅으로 이주해온 인구도 19만3000명이나 되는 신도시가 탄생했다. 광활한 동막갯벌에서 조개를 채취하던 원어민의 모습과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송도국제도시는 매립지 면적과 상주인구만 보더라도 상전벽해라는 말이 실감된다.

향후 인천에서 송도국제도시와 같은 단일 규모의 대규모 매립사업을 통해 토지를 확보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천혜의 자연 갯벌을 매립하여 얻은 새로운 땅을 소중하게 오랜 기간 활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

 

▲ 청라국제도시 전경.

▶갯벌매립에 대한 반성과 교훈

인천해안은 간만의 차이가 심하고, 갯벌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 바다를 관리하는 해양수산부는 항로 유지를 위해서 계속적으로 갯벌을 준설하고, 새로운 투기장을 만들어 항만관련 산업용지로 개발했다. 바다에 인접한 인천시는 갯벌을 매립해서 발전소, 공장, 주택지, 쓰레기처리장 등 도시가용지를 확보하여 왔다.

인구가 밀집한 도시에 가까운 서해안 갯벌을 상대로 정부기관이나 인천시는 기회가 되면 경쟁적으로 갯벌을 매립했다. 민간에 의한 무분별한 투기성 공유수면매립은 제도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공공성 강조로 공공기관에 의한 독점적 매립사업과 토지소유, 매립 후 토지활용의 중복 등은 해결할 과제이다.

인천은 계속된 매립으로 톱니 모양을 한 직선형 인공해안을 가진 특이한 모양의 해양도시로 변모됐다. 인천은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등 예측 불가능한 위험 요소에 대비하고, 미래를 위한 유보지 개념에서 훼손된 갯벌을 복원해야 한다. 또 최대한 해안 갯벌을 보호·보전하는 자연친화적 해양도시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 김용하 인천도시연구소장.

/김용하 인천도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