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히 가꾼 자연, 지구를 식힌다

국내 산림 CO2 흡수량 2018년 기준 4560만t
총 배출량 6.3%이나 2050년 현재 30%로 '뚝'
흡수량 적은 고령목 대상 '산림순환경영' 필요
해양 생태계, 육상 대비 흡수 속도 '최대 50배'
국내 갯벌 탄소 1300만t 저장…연 26만t 흡수
▲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천연기념물 202호인 두루미가 유네스코 등재를 앞둔 인천 강화도 길상면 동검도 인근 갯벌 위를 날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천연기념물 202호인 두루미가 유네스코 등재를 앞둔 인천 강화도 길상면 동검도 인근 갯벌 위를 날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유네스코는 지난해 7월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

이는 자문·심사 기구인 국제자연보전연맹의 반려 권고 끝에 나온 결정이었다. 반려 사유는 '핵심지역 미포함'이었다. 핵심지역으로는 인천 갯벌이 꼽혔다.

유네스코는 서천갯벌(충남), 고창갯벌(전북), 신안갯벌(전남), 보성·순천갯벌(전남) 등 4곳을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올리면서 '유산지역 확대'를 권고했다. 2025년 확장 등재가 심의될 지역에는 인천이 담겼다. 내달 1일 유정복 인천시장 취임을 앞두고 민선8기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도 인천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갯벌 보호는 탄소중립과도 맞물려 있다.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고 저장하는 탄소를 '블루카본'이라고 일컫는다. 지난해 7월 해양수산부와 서울대 김종성 교수 연구팀은 국내 갯벌이 승용차 11만대가 내뿜는 수준인 연간 26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호경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갯벌 자체는 탄소 흡수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최근 서울대 연구팀이 우리나라 갯벌이 가지고 있는 탄소 흡수량을 정량적 숫자로 제시했고, 이와 관련한 후속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2050년을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도 해양 생태계의 온실가스 흡수를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시나리오에서 ”해양 공간의 개발을 억제하고 보전함으로써 기존의 흡수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탄소 흡수원 확충 방안으로 “해양 생태계 보호와 기능 유지를 위해 해양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국 갯벌 면적의 29.3%를 차지하는 인천 갯벌은 그동안 매립, 그리고 개발의 역사로 점철됐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뿐 아니라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갯벌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 교수는 “인천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갯벌을 가진 광역시”라며 “세계적인 갯벌이 있는 도시이기에 보전과 관리를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순민·이아진 기자 smlee@incheonilbo.com


▲ 2004년부터 총 사업비 1200억원을 들여 주거지와 공업지역 사이에 조성된 석남녹지. /사진제공=인천시 서구
▲ 2014년 아시아드주경기장 남쪽 녹지에 조성된 '탄소중립숲 기념동산'.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 2014년 아시아드주경기장 남쪽 녹지에 조성된 '탄소중립숲 기념동산'.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인천 서구 아시아드주경기장 남쪽 녹지를 걷다 보면 산책로가 꾸며진 '탄소중립숲 기념동산'을 마주할 수 있다. 인천시와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직후인 2014년 11월 조성한 숲이다. 축구장(7000㎡)보다 조금 작은 약 6000㎡ 면적에 탄소 흡수 효과가 뛰어난 이팝나무·느티나무 등 8종의 1620그루가 심어졌다.

지난 25일 찾은 탄소중립숲은 산책로를 따라 하얀 꽃들이 만발한 모습이었다. 인근 샘내들사거리에서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갔지만, 탄소 배출과 흡수의 경계에서 나무들은 8년 가까운 세월 동안 뿌리를 단단히 내렸다. 탄소중립숲 조성에는 저탄소·친환경 대회를 표방했던 대회 기간에 모금된 탄소기금이 활용됐다. 당시 시는 연간 1만6200㎏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온실가스를 흡수해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데 필수적인 도시숲은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4월 서구 석남녹지에선 7년생 편백나무 100그루를 심는 '탄소중립숲' 식수행사가 열렸다. 2004년부터 총 사업비 1200억원이 투입돼 4단계에 걸쳐 조성된 석남녹지는 탄소중립숲에 더해 총 2.4㎞의 길이로 이어지는 완충 녹지다. 서구 관계자는 “탄소중립숲은 나무의 정화 능력을 통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고정함으로써 산업단지와 도로에서 배출되는 탄소와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도심의 허파”라며 “산업단지와 주거 공간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하는 석남녹지에 숲을 가꿈으로써 맑은 공기를 도심으로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6.3% 흡수…도시화로 '위기'

▲ 국내 산림의 이산화탄소 저장량 및 흡수량 추이./자료제공=대통령 소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식물은 광합성으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석탄·석유 등 화석에너지 사용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위기에 직면하는 현실에서 탄소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이고 친환경적인 수단이다. 탄소중립은 이런 흡수원의 기능을 고려한 개념이다. 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그만큼 흡수량을 늘려 균형을 이루는 게 탄소중립이다. 2050년을 목표로 각국이 동참하는 탄소중립은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국토 면적의 63%를 차지하는 국내 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2018년 기준 4560만t으로 추산된다. 국가 총 배출량의 6.3%에 해당한다. 하지만 산림의 노령화와 도시화 등으로 2050년 탄소 흡수량은 현재의 30%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도시숲 조성과 훼손지 복원, 연안 습지 등 흡수원을 활용해 탄소 흡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산림은 온실가스 흡수원이자 배출원이기도 하다. 특히 산림 파괴는 온실가스 배출과 직결된다. 산불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는 산림 파괴 등으로 생성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3월 역대 최장 기간이라는 상처를 남긴 울진·삼척 산불과 같은 피해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서 산림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산불은 기후위기의 경고이자,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재난이다. 녹색연합은 “울진·삼척 산불은 기후위기 재난이다. 겨울 건조는 이제 한반도 겨울의 일상”이라며 “호주와 미국의 대형 산불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국가적 재난인 산불 대응은 이제 기후위기 적응 차원의 대책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소 흡수 측면에서 녹지만큼 중요한 공간이 습지다. 국제사회는 산림 이외에 농경지, 습지, 초지 등을 온실가스 흡수원으로 본다. 인천에서 농경지, 그리고 습지를 유지하는 중요한 축은 개발제한구역, 즉 그린벨트다.

인천 그린벨트는 공공택지, 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잇따라 해제되는 운명에 처해 있다. 전체 80.575㎢였던 그린벨트 면적은 71.557㎢(지난해 2월 기준)로 줄었다. 동구 면적(7.2㎢)보다도 넓은 그린벨트가 개발된 셈이다. 수도권 3기 신도시인 계양지구, 신규 공공택지인 구월2지구 등도 그린벨트를 대상으로 개발 계획이 발표됐다. 기후위기 인천비상행동이 올 초 대선을 앞두고 '그린벨트 대규모 해제 중단'과 '관리·복원 계획 수립'을 공약으로 제안했던 배경이다.

 

수령 늘어나는 나무, '산림순환경영' 필요

▲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에너지 전환 계획./자료제공·제작=관계부처 합동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인천일보
▲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에너지 전환 계획./자료제공·제작=관계부처 합동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인천일보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숲 가꾸기 등 산림 대책을 강화하고, 해양·하천 등의 흡수원을 활용하면 2050년 온실가스 흡수량을 최대 2530만t까지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2050년 산업 부문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 추산치인 2560만t과 비슷한 규모다.

국내 산림의 연간 순흡수량은 1990년대 빠르게 증가했으나, 산림의 평균연령 증가 등으로 인해 2008년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인다. 1970∼1980년대 산림 녹화에 집중적으로 나서면서 31∼50년생 숲이 전체 산림 3분의 2를 차지하며 불균형한 나이 분포를 보이는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숲의 나이가 증가하면 탄소 흡수량도 떨어진다. 2050년에는 50년생 이상인 노령기에 접어드는 숲이 전체 면적의 76.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한 산림 대책으로 '산림순환경영'이 떠오른다. 산림순환경영은 나무를 심고, 가꾸고, 수확해 지속가능하게 이용함으로써 경제·사회·환경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 소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숲 가꾸기를 확대하고 탄소 흡수 능력, 생태계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미래 수종을 선정해 숲을 보다 건강하고 가치 있게 만들어가야 한다”며 “산림 훼손지 등에 대한 생태복원사업을 실행하고, 온실가스 배출 요인이 되는 재해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승용차 11만대 탄소 흡수하는 갯벌

▲ 갯벌 사진./인천일보DB

산림 대책만으로는 흡수원 부문에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실현하기 어렵다. 탄소 흡수량을 높이는 또 하나의 열쇠는 해양 생태계다. 해양 생태계에 저장되는 탄소를 '블루카본(Blue Carbon·푸른 탄소)'이라고 한다. 연안습지나 바다숲, 갯벌 등을 통해 바다에서 온실가스가 흡수된다. 해양 생태계는 육상보다 탄소 흡수 속도가 최대 50배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양 공간 훼손은 오랜 기간 축적된 탄소가 다시 배출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통해 해양 공간의 개발을 억제하고 보전함으로써 기존 흡수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해양의 탄소 흡수량은 극히 일부만이 공식 통계에 포함되고 있으며 관련 연구가 부족한 실정인데,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블루카본의 중요성이 떠오르면서 해양의 탄소 흡수, 특히 갯벌의 가치를 증명하는 연구도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대 김종성 교수 연구팀이 갯벌의 탄소 흡수력을 규명해 지난해 7월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국내 갯벌은 약 1300만t의 탄소를 저장하고, 연간 26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지원한 해양수산부는 이런 탄소 흡수량이 “연간 승용차 11만대가 내뿜는 수준”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갯벌의 이산화탄소 흡수 잠재량을 조사한 세계 최초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17년부터 4년간 전국 연안의 20개 갯벌 표본에서 채취한 퇴적물을 조사해 온실가스 흡수량을 입증했다. 특히 인천 갯벌의 유기탄소 저장량은 492만3784t으로 조사됐다. 전체 저장량의 37.5%에 해당한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지난 8일 세계 해양의 날을 맞아 발표한 논평에서 “갯벌은 해양 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기초 생산력과 탄소 흡수력이 가장 우수한 지역”이라며 “갯벌에 대한 인천시민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순민·이아진 기자 smlee@incheonilbo.com


 

인천 갯벌, 덮어놓고 덮다보면 기후위기 못 면해

주요 탄소 흡수원…개항 이후 120년간 198.44㎢ 매립
생태복원 측면 목표 설정·장기적 모니터링 체계 필요

▲ 인천 공유수면 매립 현황./자료제공=인천연구원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주요 흡수원이자, 해양 생태계의 보고인 갯벌이 사라지고 있다.

29일 해양환경정보포털 자료를 보면, 인천 갯벌 면적은 728.3㎢이다. 국내 갯벌 면적 2482㎢에서 29.3%를 차지한다. 세계 5대 갯벌로 손꼽히는 한국의 갯벌, 그중에서도 지역별로 보면 전남(1053.7㎢)에 이어 두 번째로 넓은 면적을 차지하지만, 인천 갯벌은 보전과 활용보다는 개발에 방점이 찍혀왔다.

개항 이후 2000년대까지 인천에서만 공유수면 매립 면적은 198.44㎢에 이른다. 본격적인 매립은 1980년대 남동갯벌을 매립해 산업단지로 조성하면서다. 수도권매립지와 청라국제도시도 1984년까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두루미 도래지 갯벌이었다. 준설토 투기장으로 사라진 갯벌 면적도 여의도 5배가 넘는다.

▲ 환경부와 인천시, 국립생태원은 18일 송도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검은머리갈매기 15마리를 야생으로 방사한다고 17일 밝혔다. 검은머리갈매기는 국제적 멸종위기 종으로 전 세계에 1만4000여마리만 남았다. 검은머리갈매기가 지난 10일 송도 아암대교 인근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환경부와 인천시, 국립생태원은 18일 송도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검은머리갈매기 15마리를 야생으로 방사한다고 17일 밝혔다. 검은머리갈매기는 국제적 멸종위기 종으로 전 세계에 1만4000여마리만 남았다. 검은머리갈매기가 지난 10일 송도 아암대교 인근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특히 1990년 매립 승인으로 장기간 지속된 송도국제도시 건설로 송도갯벌은 훼손이라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지난 2015년 '국책 송도국제도시 건설사업의 사후환경관리 성과 분석 및 평가' 보고서에서 “송도갯벌은 송도국제도시 건설사업으로 인해 갯벌 환경의 악화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송도습지를 포함한 인천 연안의 환경 변화는 간척사업으로 시작됐으며 인천 연안은 1970년대 이후 대규모 간척사업에 의해 쓰레기 매립장, 관광지 등으로 전환됐다”며 “매립으로 인한 갯벌의 축소로 구조, 기능이 변화해 생태계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로 인한 조류 서식환경의 변화로 야생조류 개체수 및 종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도로 건설, 매립 계획 등으로 인천 갯벌의 수난사는 계속되고 있다. 지찬혁 국제습지연대 한국본부 공동대표는 “인천은 매립 영향으로 자연 해안선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며 “탄소를 저장하는 갯벌은 연안 수산자원 산란과 생장의 터전이기도 하다. 훼손되거나 파괴된 생태계를 회복하는 생태복원 측면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장기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민·이아진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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