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도시재생과 '제물포 르네상스'

움직이는 '런던시청' 도시재생 선봉장
낙후·쇠퇴지역 재생 앵커 역할 실현

리버풀 최고의 관광 명소 '앨버트 독'
내항 1·8부두와 형태·장소성 비슷

'버밍엄 도심운하 등 친수공간' 생기
인천 도심과 내항 연결에 응용해볼만
▲ 인천 내항 8부두. /인천일보DB

지난 6월 4일부터 19일까지 인천 도시재생전문가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인천시 공무원과 인천도시공사 직원들과 함께 영국 도시재생 현장을 탐방하고 많은 것을 배웠다. 역시 영국은 선진사회이며, 특히 도시 개발과 재생에서 우리보다 한참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영국 도시재생 현장을 돌아보며 지금은 인천이 영국 등 선진도시에 뒤져 있지만 가공하지 않은 원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러한 원석들을 잘 닦고 가공해서 가치 있는 보석으로 재생하면 인천은 미래에 런던 버금가는 도시로 성장할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영국을 돌아보며 왜 이런 인천의 미래를 꿈꾸었는가를 풀어본다.

우선 영국 도시재생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세 가지를 꼽는다면, 첫째는 움직이는 런던시청이었으며, 둘째는 리버풀(Liverpool)의 앨버트 독(Albert Dock)이었고, 셋째는 버밍엄(Birmingham)과 브리스톨(Bristol)의 도시운하 주변의 친수공간 조성이었다.

▲ 런던시청 주변.
▲ 런던시청 주변.

첫째, 움직이는 런던시청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런던시청을 보면서 건축가 노만 포스터(Norman Foster)의 친환경 건축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물론 런던시청의 건축 구조와 디자인도 뛰어나지만, 이보다 놀라운 사실은 런던시청사를 민간 디벨로퍼(developer)로부터 25년 계약으로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1~2년이면 임대기간이 끝나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시청사가 있는 런던 템즈강 남동쪽 지역은 런던에서도 가장 낙후·쇠퇴지역이었다. 하지만 민간 디벨로퍼가 이 지역을 개발하며 도시재생의 앵커활동으로 시청사 이전을 제안하여 현 장소에 시청이 입지하게 됐다. 이런 맥락에서 런던시청은 세계 어떤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도시재생의 선봉장으로서 낙후·쇠퇴지역 재생을 위한 앵커활동을 스스로 실현하고 있다.

▲ 리버풀 앨버트 독.
▲ 리버풀 앨버트 독.

둘째, 잉글랜드 북서부에 위치한 리버풀은 산업혁명 이래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건설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던 항구였다. 앨버트 독은 부두 옆에 창고와 상점을 위해 복합건물로 지어진 공간이었다. 전후 영국 경제의 침체와 함께 1972년 리버풀 부두가 폐쇄되었고, 거의 10년 동안 방치되었던 앨버트 독은 1981년 'Merseyside Development Corporation(MDC)'이 설립되어 본격적인 재생사업에 들어갔다. 2022년 현재 앨버트 독에는 해양박물관, 비틀즈 뮤지엄 및 테이트 리버풀(Tate Liverpool)이 들어서 리버풀 최고의 관광 명소로 연간 4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오고 있다. 필자가 앨버트 독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이유는 바로 인천 내항 1·8부두가 앨버트 독과 거의 유사한 형태와 장소성을 갖기 때문이다. 인천 내항 1·8부두 배후에 원도심인 인천 중구 신포동과 개항로가 자리하고 있듯이 리버풀 앨버트 독 배후에는 리버풀 원(Liverpool ONE)이 있어 리버풀 중심부와 앨버트 독을 연계한 도시 활성화를 가져왔다.

리버풀 도시재생을 세밀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는 앨버트 독과 리버풀 원 사이의 거리와 연계 축에 주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리버풀이 성공적 도시재생을 가져온 주요 요인에는 앨버트 독과 리버풀 원이 문화·관광과 여가·쇼핑 공간으로 연결되어 도심의 다양한 복합서비스 활동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리버풀의 재생 경험은 인천 내항개발과 원도심 재생이 반드시 연계되어야 한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 버밍엄의 도심 운하.
▲ 버밍엄의 도심 운하.

셋째, 버밍엄과 브리스톨의 도심운하와 친수공간으로부터 인천에 응용을 위한 많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직접적으로는 굴포천과 경인운하 친수공간 조성, 도시계획적으로는 내항과 연안부두를 연결하는 물길 이용방안 등을 위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인천은 연안도시임에도 바다와 물길을 이용한 도시 활동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버밍엄 도심의 운하와 주변의 생기 넘치는 수변활동(카페, 상가, 레스토랑 등)을 보며 인천은 왜 지금까지 물길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됐다. 인천에도 굴포천, 승기천 등 도심에 물길이 있고 도심 내항과 연안부두를 연결하는 물길을 만들면 버밍엄 운하에 못지않은 수변공간을 조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 이런 생각을 하며 인천은 다듬지 않은 원석과 구슬들이 도처에 있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제부터 원석을 어떻게 다듬어 보석을 만들고, 주변에 흩어져 있는 구슬들은 꿰어 멋진 목걸이와 팔찌 등으로 재생시킬 것인가를 창안해야 할 때다.

윌슨(Wilson, A. N, 2014)이 쓴 책 <런던의 역사> 108쪽에는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던 당시 영국 런던의 도시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1777년 런던에서 작가, 극작가, 기자 등으로 활동했던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은 런던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런던의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네.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거지. 우리가 앉아 있는 곳에서 10마일 이내에 있는 학문과 과학이 왕국의 나머지 지역 전부에 있는 것보다 더 많다고, 나는 감히 말하겠어… 지식인 중에서 런던을 기꺼이 떠나려는 사람을 자네는 한 사람도 찾을 수 없을 거야. 런던이 지겨워진 사람은 사는 게 지겨워진 거야. 런던에는 삶이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게 있으니까 말이야.”

참 대단한 표현이고 대단한 런던이었다. 21세기 런던은 아직도 대단한 자존심과 권위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런던이 대단하다는 것을 바라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천을 런던과 같은 급의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인천은 앞에서 확인했듯이 다듬지 않은 원석과 구슬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런던에 템즈강이 있다면 인천에는 서해 앞바다가 있다. 리버풀에 앨버트 독이 있다면 인천에는 내항과 연안부두, 북항 등이 자리하고 있다. 버밍엄과 브리스톨에 도심 운하와 수변공간이 있다면 인천에는 굴포천, 승기천, 경인운하가 있다. 이제 이런 원석들을 멋지게 보석으로 다듬어 인천발전을 위한 성장 앵커와 재생 DNA로 활용해 보자.

인천은 민선8기 유정복 시장이 취임하면서 원도심 재생을 위한 '제물포 르네상스'를 핵심 사업으로 제시했다. 도시재생은 경험과 지성이 결합돼야 하고, 르네상스는 지성이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가져오는 지렛대 역할로부터 시작됐다.

지나치게 이론과 원리만을 강조하고 현실을 무시하는 이상적 재생이 아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부의 축적만을 위한 현실 감각에 치우친 감성적 재생이 아니라, 지성을 통해 이성과 감성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도시재생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인천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경험과 지혜를 동원하여 변화와 혁신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창출해 단순히 생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천 미래발전을 위해 역동적으로 실천하는 도시재생이 돼야 한다.

'제물포 르네상스'를 시발점으로 인천의 원석들을 모아 보석으로 다듬어, 21세기에는 인천이 런던을 넘어서는 동북아 제일의 글로벌 도시로 우뚝 서는 미래를 만들어보자.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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