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보고 즐긴다 '세계적 문화관광도시' 탄생

수질 개선과 사람 중심 보행 환경 조성
연 3800만명 방문…1박 이상 270만명
미술관·박물관·공연장·공원 등 신축

유네스코 등재 건축유산 보존 활용하되
머지강 이벤트·회의 명소 'ACC' 건설
앨버트독·대성당과 함께 랜드마크 인식
▲ 리버풀원 옥상광장
▲ 리버풀원 옥상광장./김경배 인하대 교수·㈔ 인천학회 총무이사

최근 '제물포 르네상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민선8기 인천광역시의 1호 공약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초일류도시 인천'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인천시의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 지역의 잠재력과 특성, 정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천시가 주인이 되어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문화관광부, 인천항만공사, 인천도시공사, 전문가, 시민단체의 협력과 참여를 만들어 내야 한다. 도시, 건축, 역사, 문화, 산업, 행정, 일자리 등 관련 정책과 사업, 조직을 총괄관리 운영할 필요가 있다.

▲ 2000년 초반 리버플 워터프런트 전경./사진제공=리버플 해양박물관
▲ 2000년 초반 리버플 워터프런트 전경./사진제공=리버플 해양박물관

영국 정부는 2000년 초반부터 '어번 르네상스(Urban Renessance)'라는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지역거점도시 재생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공이 직접 특수목적 회사인 지역개발공사를 만들고 운영한다.

필자는 최근 인천시 공무원, 인천도시공사 실무자, 인하대 교수, 대학원생들과 런던, 맨체스터, 리버풀, 브리스톨, 버밍햄 등 영국의 거점도시 재생 사례를 현장 방문해서 조사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최근 20년 동안 진행된 영국 도시재생사업의 성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 도시재생사업의 성과를 진단하고 해양도시 인천의 창조적 도시재생을 위한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다룰 도시는 리버풀이다. 비틀즈의 도시 리버플은 제물포 르네상스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인천과 많은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 리버풀 최고의 관광명소 앨버트 독(Albert Dock)은 인천내항과 형태, 장소성이 비슷하다. 인천내항처럼 조수간만 차이 극복을 위한 갑문이 설치된 항만이고 원도심에 바로 접해 있다. 노후 항만과 원도심 활성화 사업이 동시에 필요했던 지역이다. 음악과 예술·문화의 도시, 비틀즈 신화가 시작된 영국 리버풀의 창조적 도시재생 경험이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 리버풀 해양박물관 전경./
▲ 리버풀 해양박물관 전경./김경배 인하대 교수·㈔ 인천학회 총무이사

▲ 창조적 항만재생, 산업재생, 도시공공성 강화

항만도시 리버풀은 버려진 항만을 새로운 문화관광산업의 거점으로 재창조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괄목할만한 변화가 있었다. 버려진 항만이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한 장소로 변했다.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공공성이 확보됐다. 수질과 수변 보행환경이 좋아졌고, 방문객 수가 증가했다. 연간 3800만명이 방문하는 관광도시가 됐다. 1박 이상 체류하는 관광객도 연간 270만명이다. 카누, 수영 등 수상 레포츠 활동이 시작됐다. 이러한 변화는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된 공공주도 도시재생 정책과 민관협력 사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항만과 원도심 지역개발을 위한 전담조직(영국 최초의 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만들고 운영했기 때문이다.

리버풀시는 항만과 원도심 재생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항만도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민관협력 사업을 진행했다.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앵커 시설도 유치했다. 앨버트 독 부둣가에 방치되어 있던 노후 창고를 개조해서 국제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테이트 리버풀(Tate Liverpool)' 미술관을 유치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틀즈 성공 신화를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을 노후 창고를 개조해서 만들었다. 노예무역, 산업혁명의 거점항구였던 리버풀의 장소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노예박물관, 해양박물관도 만들었다. 새로운 건축물을 신축하는 사업도 진행됐다. 리버풀 박물관, 오픈아이 미술관, 영국왕립건축협회 북부센터 등 새로운 문화복합건축물이 수변공간에 들어섰다. 공연장, 호텔, 오피스, 주차 건물도 신축됐다. 이처럼 리버풀은 버려진 항만에 공공기능(미술관, 박물관, 전시관 등)과 민간기능(F&B, 호텔, 오피스 등)을 복합해서 성공적으로 재생시키고 있다. 복합컨벤션센터 ACC 등 일부 건물이 역사적 경관을 훼손했다는 유네스코의 지적도 있지만, 방치된 노후 항만에 확실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버려진 노후 항만이 살고 싶은 장소로 변화됐고, 많은 관광객과 시민들이 이 공간을 즐기고 있다. 인천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리버풀 노후 항만의 발전과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 리버원–상업가로 연결공간.
▲ 리버원–상업가로 연결공간./김경배 인하대 교수·㈔ 인천학회 총무이사

▲ 원도심 상권재생, 문화재생, 보행 연결성 회복

문화도시 리버풀은 노후한 원도심의 상권재생, 문화재생, 보행 연결성 회복을 위해 다양한 공공정책과 민관협력 도시재생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략적 투자계획을 세워 민간자본을 유치했다.

▲ 리버풀 워터프런트 주거단지 전경.
▲ 리버풀 워터프런트 주거단지 전경./김경배 인하대 교수·㈔ 인천학회 총무이사

리버풀 원(Liverpool ONE)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적인 쇼핑몰을 조성하고, 부족했던 공원과 녹지, 공공주차장을 만들었다. 백화점, 호텔, 버스터미널 등 약 30개 건물이 신축됐다. 주차장 상부에는 대규모 광장을 조성해서 공공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팝그룹 비틀즈 성공 신화의 출발점이었던 캐번 클럽(Cavern Club)과 원도심 상권, 가로망을 살리고 보행으로 연결시켰다. 청년인구 유입을 위해 도심 주거를 공급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앵커 시설을 유치했다. 호텔, 주거, 오피스 빌딩을 신축했다. 주거, 업무, 상업 등 다양한 기능을 복합개발함으로써 시너지를 만들고 활력을 창출하고 있다.

▲ 항만과 원도심을 연결하는 보행자 전용도로 전경./
▲ 항만과 원도심을 연결하는 보행자 전용도로 전경./김경배 인하대 교수·㈔ 인천학회 총무이사

1998년부터는 다양한 축제와 예술산업 유치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했다. 범부처 통합 조직(컬처 리버풀)을 만들고 지역 특성을 살린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유치했다. 문화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한 결과, 2008년 유럽 문화수도로 선정되어 중앙정부와 유럽연합이 리버풀시에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민간자본도 투자에 나섰다. 거리에 사람이 모이고, 새로운 활력이 생겼다. 2022년 7월 현재 중소도시 리버풀의 중심상권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놀랄 만큼 원도심 상권이 형성됐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점은 보행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것이다. 철도역, 지하철역, 리버풀원, 버스터미널, 항만 지역이 보행으로 연결된다. 차량도로를 없애고 사람 중심 보행 가로환경을 조성했다. 걷고 싶은 보행 전용 가로를 성공적으로 조성했다. 거리가 깨끗해졌고 활력이 생겼다. 리버풀은 원도심 상권 활성화와 보행환경의 혁신을 만들어 낸 도시이다.

현재 인천은 인천개항장, 차이나타운, 신포시장 등 원도심 상권재생과 보행연결성 회복, 인천내항의 통합개발이 필요하다. 제물포 르네상스 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원도심 상권재생, 문화재생, 보행연결성 회복을 위한 리버풀 공공정책과 민관협력 사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책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보고 변화를 체험할 필요가 있다.

 

▲ 리버풀 워터프런트, 신구건물의 부조화
▲ 리버풀 워터프런트, 신구건물의 부조화./김경배 인하대 교수·㈔ 인천학회 총무이사

▲ 공공주도 도시재생, 시민참여, 지속가능성 확보

리버풀은 유럽, 아프리카, 신대륙과의 중계무역으로 성장한 세계적인 항구도시이다. 대영제국의 관문 도시로서 부두, 창고, 성당 등 다수의 건축문화유산이 있다. 18세기 초부터 20세기 초까지 형성된 리버풀 수변 경관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World Heritage Site)으로 관리될 만큼 아름답다. 그리고 수변 건축물 3개(Royal Liver Building, Cunard Building, Port of Liverpool Building)는 리버풀의 자랑(the Three Graces)이다.

2000년부터 리버풀 시청과 시의회는 수변 경관을 바꾸는 새로운 혁신을 시도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암울했던 도시 이미지를 지우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냈다. 역사건축물을 보존·활용하고 새로운 개발을 함께 추진했다. 미술관, 박물관 등 공공건축물을 수변공간에 신축했다. 국제적인 이벤트, 회의, 문화산업 유치, 세입 증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ACC를 건설했다. ACC는 1만석 규모의 다목적 강당, 1350석 규모의 국제회의장, 그리고 전시장을 포함하고 있다.

▲ 리버플 앨버트독 내부 워터프런트 전경.
▲ 리버플 앨버트독 내부 워터프런트 전경./김경배 인하대 교수·㈔ 인천학회 총무이사

사실 시의회는 이런 대규모 건축물이 머지강의 수변공간에 건립되는 것을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대규모의 주차공간과 넓은 건설 부지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전통적인 도시조직과 스카이라인, 역사건축물 보호를 위해서 도시 외곽에 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수변공간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시의회는 ACC 건립 계획을 승인했다. 기존도시 조직과의 연계를 위해 ACC는 세심한 계획과 설계를 통해 건축됐다. 주요 도로축이 건물을 관통하도록 디자인해서 수변공간과 주변 관광지, 호텔, 도심 중심부와의 연결성이 단절되지 않도록 배려했다. 또한 주변 역사적 건축물과의 현대적인 ACC의 경관적인 조화를 고려하여 진화하는 머지강 워터프런트의 파노라마를 연출했다.

▲ 원도심 상업가로, 보행자 전용도로.
▲ 원도심 상업가로, 보행자 전용도로./김경배 인하대 교수·㈔ 인천학회 총무이사

앨버트 독, 가톨릭 대성당과 함께 ACC는 머지강 수변공간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공공주도 도시재생, 시민참여,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리버풀시는 구체적인 전략과 계획목표를 시민들과 공유했다. 출판물을 제작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냈다. 시민들과 함께 리버풀을 함께 만들어 간다는 의지를 부여해 시민들로 하여금 목표의식을 갖게 하고 공공정책의 시행에 있어 폭넓은 지원을 얻어 냈다. 또 공공분야와 민간분야의 협력을 통해 문화·관광 측면의 자원을 개발하고 국제적인 축제와 이벤트를 수시로 유치함으로써 큰 산업적 인프라의 구축 없이도 도시가 효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는 시 재정에 큰 부담을 덜어 주어 도시환경 개선과 수변공간 개발과 같은 장기적인 투자와 공공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었다.

현재 리버풀은 세계적인 문화행사가 개최되는 비즈니스 중심지로, 경제가 살아나고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개항도시, 역사와 문화가 있는 인천내항과 원도심 공간을 어떻게 재생시킬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인천에게 리버풀의 변화는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해양도시 인천의 가치 재창조가 필요하다. 2007년 시민청원으로 시작된 인천내항과 원도심의 변화는 현재 진행 중이다. 2013년 8부두 개방이 결정됐다. 40년 이상 진화를 거듭해 온 리버풀처럼, 인천발전을 위한 새로운 미래성장 거점으로 발전하는 인천내항과 원도심의 모습을 보고 싶다.

김경배 인하대 교수·(사) 인천학회 총무이사
▲ 김경배 인하대 교수·(사) 인천학회 총무이사.

/김경배 인하대 교수·㈔ 인천학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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