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3.03㎜ 쑥쑥…몇년 후 인천공항 '물바다' 될 수도

▲더 빨라지는 '해수면 상승'
우리나라 해수면, 최근 30년간 약 9.1㎝ 상승
연평균 상승률 3.03㎜ … 서해안은 연 3.07㎜

1990년대 연 3.80㎜ → 2010년대 연 4.27㎜
해수면 상승 속도, 10% 이상 빨라져


▲인천 섬 곳곳 피해…대책 시급
그린피스 '2030년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션' 결과
인천 462.02㎢ 침수·75만2778명 피해 예상

인천시, 2040 도시계획위해 '재해 취약성 분석'
해안선으로부터 1㎞ 이내 608개 집계구 대상
'25.7%' 1·2등급 지역 … 해수면 상승에 취약
실제로 장봉도 선착장·연평도 월파벽 높이기도

인천 앞바다가 높아졌다. 휴식 혹은 힐링공간으로 여겨졌던 바다가 경계의 대상이 돼 버린 순간이다. 실제로 인천 섬 지역은 바다의 침범으로부터 생존을 고민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파도를 막는 월파벽, 방파제는 어느 날부터인가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파도는 비웃기라도 하듯 육지와의 경계를 쉽게 넘나든다. 섬 주민들에겐 파도가 높은 날, 바람이 크게 부는 날 도로에 바닷물이 들이치는 건 일상이 됐다. 연구진들은 지금과 같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자 해수면 상승 현황을 지속해서 감시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바다가 우리에게 얼마만큼 다가왔는지 해수면 상승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더 높이, 더 빨리 바다는 찾아온다

인천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 해역이 야금야금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간 우리나라 전 연안의 평균 해수면이 매년 3.03㎜씩 높아져 약 9.1㎝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원은 관측자료가 축적된 연안 조위(潮位) 관측소의 해수면 높이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변동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자료를 살펴보면 서해안 수위는 우리나라 전 해역 수위보다 살짝 웃돌았다.

인천을 비롯한 서해안은 30년간 연 3.07㎜씩 높아져 약 9.2㎝ 상승했다. 이밖에 동해안은 연 3.71㎜, 남해안 연 2.61㎜로 나타났다. 관측지점별로 보면 울릉도가 연 6.17㎜ 가장 높았으며 이어 포항, 보령, 인천, 속초 순이었다.

해수면 상승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1991년∼2000년에는 연 3.80㎜였지만 최근 10년인 2011년∼2020년에는 4.27㎜로 1990년 대비 약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산하 실무그룹은 1971년부터 2006년까지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이 연 1.9㎜씩, 2006년부터 2018년까지는 연 3.7㎜씩 상승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결과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 연안 해수면 상승률은 1971년~2006년에는 연 2.2㎜로 전 지구 평균보다 소폭 빠르며, 2006년~2018년에는 연 3.6㎜로 전 지구 평균과 유사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높아지고 있는 바다를 시각화한 자료들도 공개되고 있다. 지구 온도 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변동률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자료다. 각 기관에서 내놓은 시뮬레이션은 기준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바다와 인접한 도시들이 침수피해를 입는 건 공통적이었다.

▲ 그린피스가 미국 기후변화연구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에 의뢰해 구축한 '2030년 해수면 상승과 태풍으로 인한 대홍수 시뮬레이션' 영상. 물에 잠긴 인천국제공항 모습. /자료제공=그린피스
▲ 그린피스가 미국 기후변화연구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에 의뢰해 구축한 '2030년 해수면 상승과 태풍으로 인한 대홍수 시뮬레이션' 영상. 물에 잠긴 인천국제공항 모습. /자료제공=그린피스

그린피스가 지난 2020년 미국의 기후변화연구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에 의뢰해 구축한 '2030년 해수면 상승과 태풍으로 인한 대홍수 시뮬레이션'에서는 인천 지역 일부가 잠긴다. 온실가스 배출이 현 상태로 높게 유지될 경우 2030년 인천의 462.02㎢가 침수되고, 약 75만2778명이 피해를 입는다. 그린피스는 국토 서부 지역이 비교적 고도가 낮고, 해일이 상대적으로 더 높게 일 수 있어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한 3D 영상에는 부산 해운대 일대와 인천국제공항이 물에 잠기는 모습이 묘사되기도 했다.

발표되는 자료들은 당장의 위협을 가할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해수면 상승이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흐름을 알려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조강희 인천시 환경교육센터장은 “현재 발표되고 있는 자료들이 중요한 것은 자연 현상의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이라며 “수치가 작다고 하지만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는 지표를 나타내줌으로써 앞으로 우리의 상황을 그려볼 수 있다. 인천은 해양도시이기에 다른 자연재해들과 함께 해수면 상승 문제에 대해서도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n년 후 인천, 해수면 상승으로 물바다

높아진 바다가 폭우와 만나면 저지대는 물에 잠기고, 바람과 만나면 범람한다. 이는 집과 삶, 나아가 생명까지 위험해 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천시가 2040년 도시계획을 위해 진행한 재해 취약성 분석에 따르면 바다와 인접한 일부 지역이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해 취약성 분석 자료는 도시기본계획의 수립·변경 및 도시관리계획 입안 시 각종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에 대응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마련됐다.

해당 보고서 해수면 상승 분야는 재해 취약성 분석의 공간 범위를 해안선으로부터 1㎞ 이내에 포함된 608개 집계구를 대상으로 했다. 지역별 기후 특성과 기반시설 등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현재와 미래, 그리고 종합적인 취약성 등급 안을 도출했다. 종합 취약성 분석을 살펴본 결과, 전체 면적 대비 약 25.7%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1·2등급 지역으로 분석됐다. 옹진군, 강화군, 서구, 중구, 동구 등 바다와 가까운 일부 지역이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2등급으로 분류된 옹진군 장봉도는 선착장을 높이는 작업을 최근 추진한 바 있다. 바닷물 수위 상승 등으로 인한 주민 불편이 이어지면서 지자체에서는 1m 가량 높이는 공사를 진행했다는 게 주민 설명이다.

정연희 장봉도 어촌계장은 “과거보다 바다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착장으로 망둥이 낚시질을 하러 가면 이전과 다르게 바다의 깊이감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바다가 무릎까지 왔었는데, 지금은 배꼽 언저리까지 온다”며 “물이 밀려들어 오는 것만 봐도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3등급 지역으로 구분된 연평도는 최근 5년간 두 구간의 월파벽을 높이기도 했다.

수위 상승으로 인한 범람 피해 민원이 들어오는 두 구간의 월파벽을 각각 0.5m씩 높이는 공사를 한 것이다. 올해 역시 일부 구간에 대해 월파벽 추가 쌓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를 놓고 해수면 상승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신영희 옹진군 시의원은 “기후위기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 대한 현상을 많은 사람이 알고는 있지만 큰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며 “인천이 해양도시인 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인천 내륙보다 바다 가운데 있는 섬 지역 주민들은 이미 해수면 상승 문제를 겪고 있다. 몇 년 사이 섬 곳곳에서 월파 문제와 관련된 민원들이 늘어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먼 미래에 나타날 일이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 곁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는 시민의 안전과 재산권 보호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제안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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