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버 댐의 공사 계획도.

미국 남서부의 콜로라도강은 로키 산맥에서 발원하여 유타, 애리조나, 네바다, 캘리포니아를 거쳐 멕시코령 캘리포니아만으로 흘러든다. 강의 길이는 한반도 세로의 두 배가 넘는 2333㎞에 달하지만, 근처 지역들은 오랜 기간 홍수와 가뭄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20세기 초까지 봄과 여름에는 녹은 눈으로 인해 저지대의 농토가 자주 잠겼고, 반대로 늦여름과 초가을에는 하천의 수량이 매우 적어 인근 지역에 물을 공급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자원 공급과 강 하류의 홍수 방지를 위해 후버 댐의 설립이 대공황과 맞물려 적극 추진되었다.

후버 댐은 세계 최대 규모의 콘크리트 건축물로서 블록 모양으로 댐을 분할 시공하는 등 당시로서는 무척 획기적인 건설 기술이 적용되었다. 콘크리트는 완전히 굳을 때까지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고 충격을 받거나 얼지 않도록 보호하는 양생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이 때 온도나 습도 등 외부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양생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그만큼 공사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콘크리트 양이 많아질수록 양생 시간도 길어지므로 빈 공간에 콘크리트를 부어 넣는 기존의 타설 방식이 아니라 소규모 블록을 만든 후 이 블록들을 쌓는 방식으로 건설하였다.

또한 시멘트 입자가 주위의 물 분자를 끌어당겨 결합하는 현상을 수화(hydration)라 한다. 이때 수화열이 발생하는데, 열팽창으로 인한 균열을 막고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4℃의 냉각수를 파이프 라인을 통해 공급하였다. 이러한 분할 시공과 냉각을 통해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후버 댐은 5년간의 공사 기간 동안 2만1000명의 인력이 동원되는 등 인류 역사에 기리 남을 토목 공사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어마어마한 공사에 사용된 콘크리트는 무려 6600만t에 달한다. 콘크리트의 비중은 물보다 2~3배 높으므로 후버 댐 건설에 사용된 콘크리트의 부피는 약 2640만㎥에 해당한다.

이는 얼마나 큰 것일까? 이집트 피라미드 중 가장 크다고 알려진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기단의 길이가 230m, 높이는 140m이다. 사각뿔 부피 공식으로 피라미드를 계산하면 1/3 ⅹ230m ⅹ 230m ⅹ 140m = 246만8667㎥로 후버 댐의 크기가 피라미드의 최소 10배에 달함을 알 수 있다. 후버 댐에 사용된 콘크리트는 동부 뉴욕에서 서부 샌프란시스코까지 4670㎞의 왕복 4차선 도로를 20㎝ 두께로 포장할 수 있는 양이다. 또한 약 6000㎞에 달하는 중국 만리장성의 바닥을 10㎝ 두께로 깔 수 있는 양이기도 하다.

하지만 20세기 공학의 쾌거라 불리는 후버 댐의 화려함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워졌다. 댐의 건설 과정에서 각종 안전 장비와 장치의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는 112명이 사망하는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우여곡절 끝에 후버 댐이 완성되어 인공 호수인 미드호가 만들어졌다. 공학자 엘우드 미드의 이름을 딴 미드호는 세계 최대의 인공 호수로 약 450억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또한 호수의 최장 길이는 185㎞, 최고 깊이는 150m이며, 넓이는 588㎢로 서울의 면적과 비슷하다. 후버 댐에 저장된 물은 오늘날 미국 서부 지역의 식수, 농업 및 산업 용수 등으로 사용되는데, 특히 캘리포니아 농업은 거의 후버 댐에 의존하고 있을 정도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 송현수 과학 저술가·공학박사.
▲ 송현수 과학 저술가·공학박사.

/송현수 과학 저술가·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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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수의 역사 속 과학 이야기] 현대 건축의 걸작, 후버 댐 (하) 댐의 유구한 역사는 기원전 29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집트는 피라미드를 건설할 정도로 꽤 높은 수준의 건축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인류가 처음으로 만든 댐은 나일강 근처에 높이 11m, 길이 106m 규모로 돌을 쌓아 만든 석조 댐이다. 비록 원시적인 형태이지만 인공 건축 자재가 전혀 없었던 고대에는 최선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댐은 그리 오래가지 못해 무너져 내렸다고 전해진다.현재까지 유적이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댐은 예멘 마리브에 있다. 기원전 7~8세기에 사바 왕국에 의해 지어졌으며,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