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은 저어새네트워크 &amp; 저어새와 친구들 사무국장.<br>
▲ 김미은 저어새네트워크 & 저어새와 친구들 사무국장.

한여름, 남동유수지에도 뜨거움은 가득했다. 다행히 오후가 되면 갯벌냄새를 품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누그러트린다.

남동유수지 습지는 잠자리들의 산란 터가 되었다. 깃동잠자리, 고추좀잠자리, 측범잠자리, 왕잠자리 등 다양한 종의 잠자리들이 짝을 지어 수면에 알을 낳고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은 반짝이는 바닥돌과 작은 물웅덩이에 알을 낳는 안타까움도 보였다. 저어새 생태학습관 앞 탐조대 주변에는 다양한 곤충들이 살아간다.

풀밭에서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초록과 갈색의 작은 생명들이 포르르 폴짝 뛰어 달아난다.

조심스레 발걸음을 멈춰 앉아 그곳을 살펴보면, 방아깨비, 섬서구메뚜기, 팥중이, 모메뚜기들이 있다. 지난 해 어미들이 땅속에 낳은 알들은 봄에 깨어나 여러 번의 탈피를 거쳐 어른곤충으로 자라고 있다.

작은 꽃밭에 나무로 만든 솟대는 곤충들에게 잠시 쉼을 주는 장소로 좋다.

짝을 찾는 잠자리가 쉬기도 하고, 반짝이는 네온빛을 뿜으며, 조용히 주변을 살피는 파리매의 모습도 만난다. 파리매는 파리목으로 파리매과로 나뉘는데 육식성으로 나방, 풍뎅이 등을 날아가는 곤충들을 사냥한다. 곤충들에겐 살 떨리는 포식자이다.

어느날, 저어새의 안전을 확인하러 가는 도중 누군가가 내 왼쪽 어깨를 툭 쳤다.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치르르르~ 소리를 내며, 멀리 달아나는 것은 여름을 주름잡던 매미였다. 개구지게 나에게 인사하고 가는 것이었을까?

매미는 매년 여름을 함께 지내와 우리에게 익숙할 것이다. 물론 매년 다른 매미들이지만.

맴~맴~ 소리를 내는 초록색 몸통을 가진 참매미, 뜨거울수록 치~~~~익 소리로 떼창을 하고 주황색 예쁜 다리를 가진 가장 큰 말매미, 작은 몸에서 여러 음의 멜로디를 가진 애매미와 쓰르름 쓰르름~ 쓰름매미가 아침부터 밤까지 각자의 온도에 따라 남동유수지의 숲에서 울려 퍼졌다. 매미소리는 이글거리는 한여름을 나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 우렁찬 소리의 주인공들은 유충 시기는 땅속생활을 한다. 때가 되면, 깜깜한 밤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처럼 땅을 파고 나와 풀잎과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간다. 긴 시간에 걸쳐 날개를 펴 날아올라 짝을 찾는 수컷 매미들의 애절함이 부르는 노래인 것이다.

나의 경험에 비춰보면 매미는 시끄러운 존재만은 아니다. 오래전 매미 수업을 하기 위해 죽은 매미들을 찾으러 다닌 적이 있었다.

매미를 찾으러 집근처 공원을 뒤지고 다녔었는데, 살아있는 매미만 보일 뿐 어쩌다 죽은 매미를 발견하면 매미의 속은 텅 비어져 있고 온전한 것을 찾기 어려웠었다. 그중 멀쩡한 매미를 발견했는데 그 안에서 개미들이 때로 나와 놀라서 다시 내려놓았던 적이 있었다. 매미가 그렇게 많은데 죽은 매미를 우리가 찾을 수 없던 이유는 개미들의 먹이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또 매미는 새들도 좋아하고 거미들도 좋아한다.

남동유수지는 아침에 나가면 거미줄이 많이 쳐져 있다. 무당거미, 들풀거미, 긴호랑거미 등 수많은 정주성 거미들이 쳐놓은 거미줄을 관찰하는 것이 재미나기도 한다. 그중 산왕거미들이 쳐놓은 거미줄은 단연 압권이다. 그 거미줄에 매미가 걸리기도 하는데 산왕거미는 자신의 몸집보다 큰매미를 거미줄로 감싸고 있었다. 산왕거미에게 매미는 다음세대를 만들어낼 에너지가 되었을 것이다.

저어새 생태학습관 앞뜰은 초등학교 운동장 보다 작은 면적이다. 작은 면적 속에서 다양한 곤충과 동물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주변에 남동유수지라는 습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것은 물이다. 물이 있고 없음에 따라 생물의 다양성은 차이가 난다. 인공 습지인 남동유수지는 많은 생물들의 삶의 터이다. 따라서 우리는 남동유수지를 잘 지키고 보전해야 할 것이다.

/김미은 저어새네트워크 & 저어새와 친구들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