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씩 필드 써…당일 취소·노쇼, 영구 예약금지 등 강력 제재
시간당 5㎜ 3시간 지속시 허용 등 세세한 조건 “업체측만 유리”
가는 길 침수됐는데 위약금 물거나, 장거리객 가다 돌아오기도
▲ 골프 관련 사진.(위 사진은 아래의 본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사진출처=픽사베이

“기상청도 모르는 날씨인데, 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나요?”

최근 수도권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면서 골프장 이용을 둘러싼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천재지변 상황에서도 관련 규정이 공급자에게만 유리하게 돼있다는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골프장은 관행적으로 이용 전 6일부터는 예약 취소 시 불이익을 주고 있다. 주중 평균 20~25만원 수준의 그린피(사용료)·카트비 비용은 물론, 일정 기간 예약 및 회원혜택을 정지시킨다. '당일 취소'의 경우 업계에서 예약했다가 갑자기 취소해 피해를 주는 이용객을 일컫는 '노쇼(No-Show)'로 부르며 영구예약 금지 등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다.

이는 한 팀이 장소를 빌려 비용을 내는 구조상 업계 피해를 예방하고자 만든 장치다.

그러나 이번처럼 시간당 100㎜가 넘는 물 폭탄이 갑자기 쏟아지는 기상이변에는 소비자들이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실정이다. 시간과 강수량 등을 정한 기준이 문제다.

용인시에 있는 A골프장은 당일 유선상 예약 취소를 '2시간 전후' 조건으로 공지하고 있다. 여주지역 B골프장은 취소 문의시간을 '출발 전'으로 안내하고 있고, C골프장은 '예약 1시간 전부터'를 공지에 걸어놨다. 장거리 운전으로 찾아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약 상황 대처할 시간이 상당히 촉박한 실정이다.

골프장 측이 생각하는 악천후 기준도 어디는 시간당 5㎜ 어디는 10㎜ 등 제각각이다.

여주 D골프장은 '70% 이상 확률로 시간당 5㎜ 이상의 강수량이 3시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보', '예약된 팀의 경기 진행 예상 시간(5시간) 동안 누적 강수량 20㎜ 이상 예보' 등 세세한 조건까지 붙이고 있다. 또 모든 골프장이 '현장 날씨'를 기준 삼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도로 침수로 인한 교통통제 등으로 도착하지 못할 시 그대로 돈을 허공에 날리게 된다.

이에 골프 회원들로 구성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골프장까지 가는 길이 걱정이다', '아직 거기는 비가 안 온다며 핑계를 댄다', '취소 안 해주려 하길래 한동안 입씨름했다'는 등의 하소연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골프장 운영 개선 권고 이행실태 조사'에서도 소비자들이 악천후임에도 위약금을 물어내는 등의 사례가 속출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골프장 이용 관련 상담을 신청한 소비자는 1627명에 달했다. 경기·인천이 524명(32.2%)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411명(25.3%)으로 수도권이 전체의 57.5%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장 이용을 문의하고 있는 김모(36·수원시)씨는 “친구들이 먼 곳에서 골프장까지 갔다가 취소될 수 있고, 그렇다고 우리가 판단하자니 상당한 불이익 우려가 있다”며 “평년 같은 날씨라면 그나마 이해하겠지만, 요즘은 기상청도 모르는 기상이변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