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시발점 맨체스터, 미디어시티로 길을 찾다

인류 근대사 최초 산업·노동자 도시
산업과학·인류사박물관에 역사 기록

민간 필 그룹, 미디어시티UK 탄생 주도
맨체스터 외곽 샐포드부두서 비상
BBC북부본부·iTV 등 250개 사입지

공공 인프라 구축-민간 창의·혁신 사례
산업 생태계 진화·청년층 유입 인센티브
장기간 일관성 있는 투자·지원 결실
▲ 영국 미디어시티UK는 맨체스터 광역권에서 추진된 가장 큰 재생사업 중 하나로 샐포드 부두 주변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 영국 맨체스터 미디어시티UK전경. /김경배 인하대 교수·㈔ 인천학회 총무이사
▲ 영국 미디어시티UK는 맨체스터 광역권에서 추진된 가장 큰 재생사업 중 하나로 샐포드 부두 주변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 영국 맨체스터 미디어시티UK전경. /김경배 인하대 교수·㈔ 인천학회 총무이사

블루칼라의 맨체스터 근육질 도시가 재생을 통해 화이트칼라의 미디어 중심도시로 바뀌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는 인류가 근대사회로 들어서게 한 시발점 중의 하나인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도시다. 우리에게는 축구선수 박지성이 몸담았던 '맨유'(Manchester United)를 통해 축구도시로 알려진 맨체스터는 1770년대에 석탄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섬유공장이 들어서면서 산업도시로 성장했다. 맨체스터 전성기인 1930년대 인구는 76만6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전쟁 후 영국경제의 몰락과 함께 맨체스터 경제도 긴 불황에 빠져 1991년 40만명으로 감소했다. 이후 도시재생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올해 맨체스터 인구는 56만명(맨체스터 광역권 인구는 269만명)으로 회복됐다.

▲ 맨체스터 인류사박물관. /사진제공=김효진 인하대 초빙교수
▲ 맨체스터 인류사박물관. /사진제공=김효진 인하대 초빙교수

맨체스터는 인류 근대사에서 최초의 산업도시·노동자 도시로 기록되어 있다. 맨체스터에 가면 바로 노동자 도시의 탄탄한 근육질 색깔을 느낄 수 있다. 맨체스터는 칼 마르크스 사회주의 사상형성의 동반자이자 영원한 응원자였던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산업기반이 있는 곳이었으며 노동운동의 불을 지핀 도시이다. 그래서 맨체스터 도심에는 최초의 철도역을 개조해 산업혁명의 역사를 기록한 산업과학박물관(Science and Industry Museum)이 있으며, 노동자들의 민주주의와 정의·평등을 위한 투쟁의 역사(최근에는 인종차별과 성소수자 차별 철폐)를 기록한 인류사박물관(People's History Museum)이 있다.

경공업부터 시작해 산업도시로 부상했던 맨체스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쇠락의 길을 걸어 긴 침체의 늪에 빠졌으나 1990년 초반부터 도시재생을 계획하여 재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맨체스터가 다시 날아오르기 위해 선택한 날개는 바로 미디어산업이며, 맨체스터 외곽에 버려졌던 공간 샐포드 부두(Salford Quays)에서 비상을 시도하고 있다.

▲ 맨체스터 샐포드 독 전경. /김경배 인하대 교수·㈔ 인천학회 총무이사
▲ 맨체스터 샐포드 독 전경. /김경배 인하대 교수·㈔ 인천학회 총무이사

예전에 번창했던 산업부두 샐포드 지역은 1970년대 영국의 다른 많은 도시와 마찬가지로 쇠퇴에 접어들어 황폐한 곳으로 남아있었다. 산업혁명 기간 동안 맨체스터는 주요 제조활동의 허브로서 세계적인 관문 역할을 했지만,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부두와 샐포드 지역 경기도 악화되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서는 선박규모가 커지면서 맨체스터 운하는 선박이 통과하기에 부적합해져 3000명의 부두노동자가 해고되었고, 결과적으로 지역은 점차 쇠퇴해지고 약탈과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지역경기가 침체 일로에 있는 상황에서 샐포드 의회는 1985년 새로운 도로와 인프라를 건설하여 효율적인 교통체계를 갖추고 주택, 영화관, 호텔 등 새로운 도시기반시설의 조성을 통해 지역재생을 추진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했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민간 디벨로퍼(developer)인 필그룹(The Peel Group)이 미디어시티UK(MediaCityUK)의 탄생을 주도하면서 지역에 괄목할만한 변화를 가져왔다. 미디어시티UK는 자칭 '기술, 혁신, 창의성을 위한 글로벌 허브'로 부르며, 현재 영국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BBC 북부본부, 글로벌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iTV, Ericsson, Kellogg's 등을 포함한 250개 이상의 거대 기업이 입지하여 맨체스터 재생의 앵커역할을 하고 있다.

샐포드 도시재생은 민관 파트너십에 의해 성공적으로 도시재생이 추진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샐포드 부두개발은 초기에 공공부문에서 제공한 7억5000만 달러가 없었다면 추진이 어려웠을 것이다. 이 자금을 종잣돈으로 약 3000만 파운드의 공공자금이 인프라에 투자됐다. 여기에 매칭해서 약 4억 파운드의 민간자금이 투자됐다. 영국 중앙정부 또한 샐포드 재생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지원했다. 1996년 맨체스터 중심지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중앙정부는 맨체스터 재생사업에 관심을 가져 독(dock) 재개발, 운하 재생, 샐포드 랜드마크인 다목적 여가와 문화시설 로우리캘러리(Lowry Gallary) 건립 등을 지원했다. 로우리갤러리 개장과 함께 샐포드 지역은 로우리 아울렛 몰(Lowry Outlet Mall), 로우리 극장(Lowry Theatre), 임페리얼 전쟁박물관(Imperial War Museum) 등이 들어서면서 여가·휴식을 위한 시설과 공간으로 새롭게 부각됐다. 또 미디어시티UK 1단계 사업이 완료되면서 7만 제곱피트 사무공간이 조성되어 BBC 방송국, iTV, 샐포드대학교(University of Salford) 등이 자리를 잡았다. 현재 샐포드 지역은 25만 제곱피트 공간에 유럽의 고화질 스튜디오와 BBC 필하모닉 등이 입주하여 미디어업계 종사자들이 거주를 선호하는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 영국 맨체스터 미디어시티UK전경. /김경배 인하대 교수·㈔ 인천학회 총무이사
▲ 영국 맨체스터 미디어시티UK 전경. /김경배 인하대 교수·㈔ 인천학회 총무이사

미디어시티UK는 맨체스터 광역권에서 추진된 가장 큰 재생사업 중 하나로 샐포드 부두 주변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 맨체스터 선박운하(Manchester Ship Canal)로 인해 이전에 산업 중심지였던 이 지역은 위부터 아래까지 재개발되어 영국에서 가장 큰 미디어 산업생태계로 탈바꿈해 3500명의 거주자와 900개 기업체에 2만6000명의 고용을 창출하며 활기 넘치는 현대적인 신도시로 재생됐다.

현재 샐포드 지역은 특히 청년층에게 보다 많은 사무공간과 창업활동을 위한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샐포드대학교의 새로운 캠퍼스가 지역에 들어서 1500명의 학생과 전문 인력의 증가를 가져왔다. 늘어난 젊은 전문가와 학생들의 수요에 맞춰 양질의 숙박시설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창출되어 미디어시티UK의 확장을 촉진하고 있다.

맨체스터 도시재생은 인천 미래 도시개발을 위한 다음과 같은 주요 정책 시사점을 제시한다.

▲ 영국 맨체스터 미디어시티UK전경. /사진제공=김효진 인하대 초빙교수
▲ 영국 맨체스터 미디어시티UK전경. /사진제공=김효진 인하대 초빙교수

첫째, 민관협력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맨체스터 미디어시티UK가 성공적으로 추진된 배경에는 민간 디벨로퍼인 필그룹이 참여해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민간협력관계를 구축하여 공공부문이 도시 인프라(도로, 교통, IT네트워크 등) 투자를 담당하고, 민간부문이 상부구조를 혁신·창의적으로 조성함으로써 지역이 활성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논리이다. 이와 같이 영국에서는 도시재생 패러다임의 변화과정에서 사업의 주체가 공공 주도에서 민관 파트너십으로 전환되었으며, 1990년대 이후 민간 비즈니스가 도시재생사업의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사업의 창의성과 사업성을 높이고, 민간 자본 유치를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민간 디벨로퍼는 사업의 기획단계에서는 재생사업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창의적 재생전략을 수립하는 기획자 역할을 수행했다. 추진단계에서는 재생 사업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투자자 역할을, 운영단계에서는 재생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증진시키는 관리자 역할을 수행했다. 이제 인천 도시개발과 재생도 공공부문이 독점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민관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민간 디벨로퍼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통로를 열어놓아 사업의 창의성과 사업성을 높이고, 민간 투자를 통해 재정적 규모를 확대하여 사업이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 맨체스터 산업과학박물관.  /사진제공=김효진 인하대 초빙교수
▲ 맨체스터 산업과학박물관. /사진제공=김효진 인하대 초빙교수

둘째, 맨체스터 미디어시티UK는 산업지구가 산업단지 개념을 넘어 산업 캠퍼스와 산업서비스 도시로 산업 생태계가 점차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인천의 산업지구도 산업단지 개념을 넘어 산업캠퍼스와 산업서비스 도시로 진화되어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산업 활동을 끌어들이는 경쟁력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디어시티UK에는 미디어 산업만 입지한 것이 아니라 샐포드대학교가 캠퍼스를 개설하여 연구개발과 새로운 인적자원 육성을 위해 지역사회와 동참하고 있다. 또 여가와 휴식을 위한 로우리갤러리, 로우리아울렛몰 등이 들어서 다양한 서비스를 한 곳에서 향유할 수 있는 산업과 서비스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인천의 산업단지도 단순히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업 활동만 집중적으로 입지(예를 들면, 주안공단과 남동공단 등)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과 새로운 인적자원 육성을 위한 대학 캠퍼스가 개설되고, 도시의 여가와 휴식을 위한 서비스 인프라(미술관·박물관, 쇼핑몰 등)가 조성되어 도시복합 서비스 공간으로 (도시)산업생태계가 진화하여야 한다.

셋째, 도시개발과 재생은 단기간에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일관성 있는 투자와 지원이 요구되는 사업이다. 맨체스터 미디어시티UK 사업도 19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30년을 일관성 있게 계획적으로 추진한 결과 현재 성공적 도시재생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인천의 도시재생 사례를 보면, 대표적 원도심인 중구 신포지구와 개항로, 내항 1·8부두 재생사업의 경우, 시장이 바뀌고 담당자가 바뀌면 이전에 추진되었던 과정과 사업은 거의 폐기되고 새로운 청사진과 정책을 제시해 사업의 계속성과 일관성이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 영국 맨체스터 미디어시티UK전경. /김경배 인하대 교수·㈔ 인천학회 총무이사
▲ 영국 맨체스터 미디어시티UK전경. /김경배 인하대 교수·㈔ 인천학회 총무이사

시장이 바뀌면 대다수의 경우,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일을 잘하더라도 담당자도 바뀌어 사업이 지연되거나 폐기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글로벌 첨단도시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프레더릭 터만(Frederick Terman)의 주도하에 장기적으로 연구개발과 인재양성을 위한 정책이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미디어시티UK가 성공적 도시재생 모델로 부각된 배경도 1987년부터 필그룹이 장기적이며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인천 도시개발과 재생사업도 장기적 시각에서 세밀하게 계획하여 시장 임기와 무관하게 능력 있고 잘하는 사람에게 장기간 믿고 맡겨서 지속가능하게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제 인천의 미래는 단순한 꿈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향한 트렌드로 추진해야 한다. 시민들은 트렌드를 보고 현실과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며 트렌드에 합류함으로써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하며 더 많은 사람을 불러들인다. 그 기저에는 우리가 트렌드에 합류하여 계속 나아가면 미래는 더 좋은 도시 인천이 될 것이라는 희망과 꿈이 깔려 있다(마틴 반 크레벨드, 2021: 222쪽).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트렌드는 너무 다양해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인천일보가 기획 연재하는 <인천 미래 가꿈 프로젝트>가 인천의 미래 트렌드를 향한 올바른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