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아이치 트리엔날레 주제전 <표현의 부자유전 - 그 후> 로고. 일본군 '위안부' 소녀를 형상화한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된 이 전시는 일본 우익 정치권의 협박으로 3일 만에 중지되었다. 하지만 실행위원들을 중심으로 2022년 현재까지 계속해서 전시를 '시도' 중이다. 일본 우파들이 전시를 방해하며 내놓고 있는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올 광복절에 유난히 재미난(?) 풍경이라고 하면, 일본의 K-POP 덕후들이 자기들 스타들이 내건 태극기에 불쾌감을 토로하는 장면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 연예인들이 이름 옆 프로필 사진에 태극기를 달자 일본인 팬들은 “너희에겐 독립기념일이지만 우리에겐 종전기념일인데 굳이 태극기를 들고 오는 게 기분 나쁘다” “정치와 나라를 엮지 마라” 같은 말들을 쏟아냈다.

소셜 미디어의 특성상 유난한 말들만 골라 확대 재생산되는 측면이 없진 않지만, 이를 감안한다손 치더라도 일본인들 태반이 자국의 역사 관련해서만큼은 매우 무지하고 별 생각이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데 이는 그들이 '무식'해서 그렇다기보다는, 국가 차원에서 세대를 거듭하는 시간 속에 책임을 희석시키고 묻지 않은 결과다. 정신과 의사 노다 마사아키는 침략전쟁의 죄를 자각한 소수 일본인들을 찾아 청취 작업을 진행해 펴낸 <전쟁과 인간 - 군국주의 일본의 정신분석>(원제 <전쟁과 죄책>)의 서문에서 과거를 부인하는 강박적인 논리를 “죄의식을 억압해온 문화”라는 문구로 묶어냈다.

그 말마따나 일본인의 선행 세대들은 끊임없이 죄의식을 억압해 왔다. 그 결과 일본의 현 청년 세대들은 가해국 입장에서 피해국의 독립기념일인 광복절에 대고 “우리에겐 종전기념일이라고” 같은 소리를 해맑은 표정으로 뱉을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했으며,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가 되겠다는 정치 세력을 지지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원폭을 맞은 전쟁 피해자로서의 감수성을 가득 안고 창작도 하고 덕질도 한다. 이들이 전쟁이나 내전 따위를 그린 만화나 애니메이션들을 볼 때 그 일본에게 피해를 입은 나라의 후손 입장에서 그 일말의 얄팍함에 기함하거나 헛웃음을 짓게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누군가 그랬던가? 일본에는 우익 논란 면에서 이미 터진 작품과 곧 터질 작품만 있다고 말이다.

그런 국가의 국민들이 K-POP 팬으로서 “너넨 대체 왜 그래? 불쾌하다”라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세계를 대상으로 하려면 그러지 마”라며 타이르기도 한다. 글쎄 왜 그럴까? 분명한 건 일본 정치가 끊임없이 뇌까리는 “푼돈이라도 줬으니 됐다” 따위가 가해국이 취해야 할 태도는 온당한 아닐 것이며, 피해국의 광복절 날에 전범들을 일부러 기리러 가는 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반성을 찾을 순 없다는 점이다. 일본의 K-POP 팬들은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하려면 정치적이지 말라”라 말할 게 아니라 좀 더 정치적이어야 하고 좀 더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덕질 대상을 안 버릴 수 있을 테니까. K-POP 아이돌은 처절한 국내외 정치의 산물인 옆 나라 한국에서 싹 튼 처절한 문화 산업의 기수 아닌가. 덕질도, 알아야 면장한다.

▲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