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여왕의 관 위에 놓인 왕관과 홀/사진=연합뉴스

영국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 위에는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물건들이 있다.

여왕이 생전에 직접 썼던 왕관과 홀(왕이 손에 쥐는 막대 모양 물건), 보주(지구본과 같이 동그란 물건), 바로 영국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물건들이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한 나라의 국민,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의 심경은 불편하다.

이 왕관과 홀에 박힌 다이아몬드가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던 한 세기 전 남아공에서 채굴돼 넘어간 진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매체 CNN 보도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여왕의 서거를 계기로 남아공에서 다이아몬드 환수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고 한다.

영국 왕실의 왕관과 홀에 박혀 있는 일명 '컬리넌'으로 불리는 두 다이아몬드는 본래 원석 한 덩어리에서 나온 것으로, 이 다이아몬드 원석은 1905년 남아공 북동부 옛 트란스발 지역의 한 광산에서 발견됐다.

원석은 무게가 3,106캐럿(621g)에 달했으며 크기는 사람의 심장과 맞먹었다고 한다.

영국 왕실 거처와 미술품 등을 관리하는 로열 컬렉션 트러스트(RCT)에 따르면 1907년 당시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가 컬리넌 다이아몬드 원석을 선물로 받았고, 원석은 이듬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보석업체 '로열 아셔'로 보내져 큰 조각 9개와 작은 조각 96개로 가공됐다.

에드워드 7세는 그중 가장 큰 530캐럿의 '컬리넌Ⅰ'을 '아프리카의 거대한 별', 두 번째로 큰 '컬리넌Ⅱ'를 '아프리카의 작은 별'로 명명한 뒤 컬리넌Ⅰ은 영국 왕의 홀, 컬리넌Ⅱ는 왕관에 사용했다.

컬리넌 다이아몬드는 '선물'로 영국 왕실에 갔다고 하지만, 남아공은 당시 자국이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었기에 반출 거래 자체가 불법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CNN은 '아프리카의 거대한 별'을 남아공에 가져와 전시해야 한다는 탄원서에 이미 6천여 명이 서명했다고 전하며 "컬리넌 다이아몬드는 즉시 남아공으로 돌아와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고로 캔 광물이 도리어 영국에 이익을 줬다"는 남아공 활동가인 탄둑솔로 사벨로의 발언을 전했다.

이어 아프리카 정치를 연구하는 에베리스토 벤예라도 "컬리넌 다이아몬드는 (많은 이의 희생이 수반된) 피의 다이아몬드"라며 "광산기업, 트란스발 정부, 대영제국은 거대한 식민 체제의 일부였다"고 비판했다.

이와 더불어 단순히 다이아몬드 환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국이 제국주의 시절 착취한 물품에 대해 폭넓은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다.

남아공 국회의원인 부욜웨투 준굴라는 "영국이 훔쳐 간 모든 다이아몬드와 금붙이를 돌려받아야 한다"며 "영국으로부터 받은 피해와 관련해서도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국 왕실이 소유한 보석의 반환을 요청하는 움직임은 또 다른 식민지였던 인도에서도 일고 있다.

인도 국민은 13세기 초 인도 남부에서 채굴된 뒤 19세기 중엽 동인도회사를 통해 영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진 105.6캐럿짜리 '코이누르' 다이아몬드를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1976년 코이누르 반환 요구를 거부한 이래 반환 요구에 응대하지 않고 있다.

/노유진 기자 yes-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