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상승 대비해야 할 해안]


올해 폭우 피해 강남에 집중된 건
한강 저지대 빗물 완충 뒷짐진 탓

IPCC “2040년 탄소중립 못하면
해수면 90㎝ 올라 송도·청라 침수”

자연 회복탄력성 기반 갯벌 위에
빌딩숲 송도 '해수면 상승 무방비'

갯벌 혹은 리아스식해안 재건을
쓰나미 막을 인공섬 고민해봐야
▲ 갯벌 매립해 조성된 송도신도시.

성경에 나오는 대홍수는 어느 정도였을까? 저잣거리에 욕심껏 세워놓은 바벨탑이 홍수에 떠내려가는 걸 보고 사람들은 창조주의 심판으로 여겼을까? 얼마 전 파키스탄을 휘감은 수해를 성경에 기록된 심판에 비유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과 서구 유럽 소식에 민감한 우리 언론은 웬만하면 남아시아의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지만, 눈앞 파키스탄에서 벌어지는 재앙을 외면할 수 없었나 보다. 어린이를 포함해 1000여 명이 사망하고 인구의 15%인 3000만명이 피해를 본 실상은 무섭고 비참했다. 전문가 의견을 참고한 한 기자는 올여름 유럽과 중국에서 벌어진 가뭄과 폭염의 재앙과 연계하기도 했다. 또 심각한 기후변화로 균형을 잃은 강수량의 급격한 변화를 지적하면서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여름에 파키스탄처럼 비가 집중되는 몬순 지역에 속한다. 작년 장마는 기간이 관측 이래 가장 길었는데 올해 국지성으로 떨어진 호우가 관측 이래 최대로 수도권을 덮쳤다. 파키스탄 규모의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고급 빌딩이 즐비한 강남에 피해가 집중된 까닭은 무엇일까? 한강 일원 저지대를 개발해 초고층빌딩을 지으면서 빗물 완충 시설보다 이익과 미관에 중점을 둔 탓이리라.

서울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대심도 저류시설'을 서두르려 한다. 1조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는데, 반지하에 거주하는 시민을 충분히 지원할 규모에 달한다. 100년 빈도의 홍수를 대비한다지만 기상이변은 번번이 관측 기록을 경신한다. 올여름의 강남 폭우 정도는 완충하겠지만 파키스탄 규모는 감당하지 못할 텐데, 그 방법뿐일까?

우리는 1998년 '기상이변'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그해 여름, 강화에 하루 600㎜의 폭우가 쏟아져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수필가 박광숙은 <빈들에 나무를 심다>에서 그 기억을 오롯이 남겼는데, 육지와 바다 사이에 드넓은 갯벌과 논밭이 펼쳐진 강화는 예로부터 수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하루 600㎜는 사상 초유였고, 이변이었다. 기상이변은 어느새 일상이 되어 간다.

 

▲ 송도신도시 조성 매립 이전의 갯벌.
▲ 송도신도시 조성 매립 이전의 갯벌.

▲회복탄력성 잃은 인천

얼마 전 '2021 지구기후현황보고서'를 발표한 세계기상기구(WMO)는 2021년 4월 하와이에서 측정한 월평균 이산화탄소 농도가 419ppm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연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약 1.11°C 올랐으며 빙하 두께는 1950년 대비 33.5㎝ 얇아졌다고 한다. 같은 해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6차 보고서〉를 채택했다.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지 못하면 이번 세기에 90㎝ 이상의 해수면 상승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 보고서는 각국에 회복탄력성 복원을 권고했다.

생태계가 황폐해지면서 자연의 회복력은 크게 위축됐다. 동식물과 미생물이 다채롭게 어우러지는 생태계가 유지된다면 특정 생물종이 급격히 증가할 수 없다. 코로나19도 창궐하지 못했을 텐데 사람들은 공항과 고속도로로 생태계는 토막 내는 데 그치지 않았다. 대기에 온실가스 농도가 위기 상황으로 치솟자 IPCC는 생존을 위한 온실가스 억제와 생태계 회복을 강조한 것이다.

오랜 세월 육지에서 풍화된 흙과 화강암 모래가 적당히 섞여 쌓인 갯벌은 해양생태계의 기반이다. 수많은 어패류가 알을 낳고 생장하기에 갯벌에 터전을 정한 조상은 바닷가 조간대에 바벨탑을 세우지 않았다. 갯벌은 회복탄력성의 가장 확실한 기반이었다. 수많은 플랑크톤과 어패류가 온실가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조수간만의 차이를 너끈히 받아들이는 갯벌은 태풍과 해일을 드넓게 완충해주었다.

어느 순간, 풍요롭고 아름다운 인천의 해안과 바다가 엉망이 됐다. 매립한 갯벌에 콘크리트로 뒤덮은 바벨탑 때문이다. 신도시, 아스팔트, 발전소, 공업단지를 위해 갯벌을 매립한 사람은 이권에 눈이 멀었다. 매립지에 세운 초고층빌딩들은 걷잡을 수 없는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IPCC 예상처럼 90㎝ 이상 해수면이 상승하면 송도국제도시와 청라국제도시, 그리고 인천공항은 가라앉을 것이다.

IPCC 보고서를 분석한 전문가는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지 못하면 50년 뒤 인천은 5조원의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추산했다. 한참 뒤의 이야기일까. 아무 일 없다가 2070년 무렵부터 느닷없이 재난이 발생할 리 없다. 해수면은 욕조에 목욕물 채우듯 오르지 않는다. 수온 상승이 빠른 우리 해역은 해수면 상승 속도가 세계 평균보다 빠르다. 게다가 수온 1°C가 상승하면 태풍이 2배 이상 거세진다고 학자들은 예측하는데, 인천시는 남의 일처럼 조용하다.

 

▲해수면 상승 시대에 초고층빌딩이라니

재난을 막을 뿐 아니라 수많은 먹을거리를 제공하던 갯벌은 인천의 소중한 랜드마크였지만 거의 사라졌다. 1995년 갯벌을 매립하고 탄생한 송도신도시가 이제 인천을 넘어 우리나라의 랜드마크 작위를 물려받았다. 최신 자동차 광고의 메카일 뿐 아니라 재벌가 드라마의 배경 아닌가. 신도시를 꿈꾸는 지역마다 송도신도시를 전범으로 꿈꾸는데, 이런! 바벨탑이 됐다.

유럽과 파키스탄의 아비규환을 외면하는 걸까. 송도신도시 일부 주민은 새로운 랜드마크를 요구한다. 화려한 초고층빌딩이 즐비하건만, 국내 최고 초고층빌딩을 세우라고 한다. 과다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경제자유구역청은 103층으로 조정하려 하지만 주민들은 아리송한 국제도시의 위상과 가치를 내세우면서 '시그니처 타운'을 외치는 현실이다.

뉴욕 맨해튼의 오랜 랜드마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102층이다. 1929년 시공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환갑, 진갑을 넘겼지만 해수면 상승의 위기에서 멀지 않다.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기후위기를 의식하는지, 미국은 초고층빌딩을 짓지 않는다. 요사이 100층 넘는 건물은 아시아에 압도적으로 많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는 800m를 상회하지만, 머지않아 1㎞의 높이를 내세울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킹덤타워'에 가려질 텐데, 2007년 '뉴욕타임스'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동남아, 그리고 중동 국가에서 세우려는 100층 이상의 건물 경쟁을 '선진국 진입에 대한 열광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분석이기보다 조롱에 가까웠다.

인천시는 송도 6·8공구의 103층 빌딩 이름을 어떻게 정할까? 이름에 송도 갯벌의 문화와 역사가 반영될지 알 수 없는데,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 칠갑된 송도신도시는 현재 해수면 상승을 거의 대비하지 못한다. 부동산 가치는 머지않아 곤두박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뉴욕과 플로리다의 화려한 빌딩은 사나워지는 허리케인과 눈에 띄는 해수면 상승으로 높게 평가된 부동산 가치가 불안하다는데, 송도와 청라신도시는 언제까지 청청할까?

 

▲ 2009년 인천세계도시엑스포 당시 송도신도시.
▲ 2009년 인천세계도시엑스포 당시 송도신도시.

▲인공섬이라는 랜드마크

올해 물폭탄은 서울 강남과 충청도 일원을 휩쓸었다. 인천에 눈에 띈 피해는 없었다. 내년 이후 물폭탄도 외면하려나? 사실 인천도 적지 않은 비가 내렸다. 지난 8월 8일과 9일 300㎜에 가까운 폭우가 내렸고, 구도심은 침수 피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송도신도시는 멀쩡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일부 준공된 '워터프런트'가 방제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행이지만 여전히 갯벌이었다면 재해는 전혀 발생할 리 없다.

5년 뒤 완공될 워터프런트는 어떤 규모의 폭우까지 완충할까? 그러나 해안지대를 차지한 송도신도시의 걱정은 따로 있다. 국지성 폭우가 아니다. 갯벌의 회복탄력성이 사라진 만큼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야만 한다. 해수면 상승은 100년 빈도가 아니라 상시적인 재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송도 랜드마크 빌딩이 103층이든 국내 최고층이든 애초 예정했던 151층이든 관계없다. 랜드마크로 건물이 완공될 즈음, 해수면 상승에 이은 태풍과 해일은 얼마나 거세질까가 관건이다. 2004년 12월 남아시아를 휩쓴 쓰나미는 26만의 인명과 감당하기 어려운 재산 손실을 초래했다. 해수면 상승 이후 닥칠 쓰나미는 지역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2004년의 피해를 초월할 가능성이 크다. 인천시는 워터프런트 이외에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해안 저지대의 초고층빌딩은 랜드마크가 아니라 바벨탑이다. 신기루일 수밖에 없다. 투자자를 모아 거액을 챙길 부동산 자본이 빠져나간 뒤 송도신도시 바벨탑의 명성은 비참할 텐데,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 대비에 따라서 피해도 줄일 수 있지 않은가.

갯벌을 되살릴 수 없다면 리아스식 해안을 어느 정도 복원하자. 10만t 이상의 선박이 오가는 인천의 항로는 정기적으로 개펄을 준설해 옮겨야 한다. 막대한 양이다. 그 준설토를 송도신도시 앞에 다도해처럼 안전하게 쌓을 수 있을까? 연구할 가치가 있다. 가능하다면, 다가올 쓰나미를 완충할 인공섬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 그 인공섬들을 랜드마크로 만들면 어떨까.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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