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상상이 현실로 이뤄지는 '학교 밖 학교'

2020년 개교 청소년 자치배움터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거점 활동
교명·비전 등 학생들 직접 결정해

농업·목공·봉사 등 프로젝트 수행
기획·실행·평가 전 과정 직접 주도
주말·오후 시간대 활용 일정 소화

“청소년이 주인…자발적 참여 초점”
“결정권·책임감 갖는 민주시민으로”
▲ 은하수학교가 위치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전경.
▲ 은하수학교가 위치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전경./사진제공=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처음에는 학교에 대한 즐거운 상상이 있었다. 정답과 경쟁이 없는 학교, 나만의 것에 도전하는 용기를 배우는 학교, 모두가 학생이 되고 모두가 선생님이 되는 학교, 만들어진 학교 말고 만들고 싶은 진짜 학교.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보고 싶은 청소년들과 그들의 길잡이가 돼줄 어른들이 인천 전역에서 모여들었다.'

 

▲ 지난달 '별들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열린 은하수 운동회에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지난달 '별들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열린 은하수 운동회에서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청소년자치배움터 은하수학교

2020년 8월 탄생한 '은하수학교'가 첫해 한해살이를 마치고 일종의 결과보고서로 발간한 책자, <은하수, 별걸 다 했다!>에 나오는 학교 소개 내용이다.

구약성경 창세기 첫 부분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이는, '학교에 대한 즐거운 상상'에서 출발한 은하수학교는 전신인 '예술꿈학교'를 마중물 삼아 새롭게 만들어진 청소년자치배움터로 학교 밖 학교다.

학교 설립을 위해 모집한 청소년자치학교추진단과 청소년프로젝트기획단이 학교 이름과 비전, 핵심 가치 등을 직접 정했다.

▲ 은하수 프로젝트 '별스런 공간(별공)'팀이 지역 노인정 기부를 목적으로 원형 책상을 만들고 있다.
▲ 은하수 프로젝트 '별스런 공간(별공)'팀이 지역 노인정 기부를 목적으로 원형 책상을 만들고 있다./사진제공=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학교 이름은 “우리 모두는 각자 빛나는 별이며 이런 별들이 모여 은하수를 이룰 때 그 빛은 나를 넘어 모두를 밝게 비춰준다”는 의미를 담아 '은하수'로 지었고, 학교 비전은 '우리 가치가 빛나며 성장하는 은하수학교'이다. 핵심 가치는 비전, 사랑, 연대, 주체성이다.

청소년이 주인이 되는 학교인 만큼 학교장은 따로 없다.

청소년과 성인으로 구성된 '은하수자치회'와 '청소년자치회', 교사와 마을 멘토 등으로 구성된 '길잡이교사회'가 함께 학교를 운영한다.

심은영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운영부 자치학교팀 교사는 “은하수학교에 오는 아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주도성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라며 “지역 중·고등학교 예술동아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예술꿈학교에서 청소년들이 스스로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운영하는 자치배움터로 확대하기로 하고 새로 학교를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도시농부 프로젝트 'vigiles' 팀 활동 모습. 모종을 심고 수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게릴라 가드닝(도심 속 방치된 공간에 게릴라처럼 몰래 꽃과 나무를 심어 가꾸는 환경 개선 운동을 하는 것)을 진행하고 있다.
▲ 도시농부 프로젝트 'vigiles' 팀 활동 모습. 모종을 심고 수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게릴라 가드닝(도심 속 방치된 공간에 게릴라처럼 몰래 꽃과 나무를 심어 가꾸는 환경 개선 운동을 하는 것)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청소년 스스로 모든 과정 이끄는 배움터

은하수학교는 정해진 커리큘럼이 없다. 청소년이 스스로 프로젝트 기획부터 실행, 평가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간다.

은하수 프로젝트는 크게 '선택 프로젝트'와 '공공 프로젝트' 두 개로 나뉜다.

선택 프로젝트는 △구성원 누구나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제안하기 △제안된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청소년과 길잡이 교사가 모이기(프로젝트가 만들어지는 기준 인원은 10명) △모여서 친해지고, 프로젝트 공동 목표와 활동 계획 함께 세우기 △프로젝트 활동하기 △프로젝트 공유 활동과 자체 평가회 등 순서로 활동이 이뤄진다.

공공 프로젝트는 청소년자치회가 주관해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공동 활동을 하는 단기 프로젝트로 봉사 활동 참여나 시민 대상 버스킹, 추모 행사와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은하수 프로젝트 활동 시간은 토요일 오후 2시~5시까지이며, 오후 1시~6시 내에서 구성원 간 합의를 통해 일정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 은하수 프로젝트 '별별밴드' 활동 모습. 지난 8월에 인천학생문화회관 1층에서 버스킹을 했고, 다음 달 28일에 인천 모의유엔에서 찬조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 은하수 프로젝트 '별별밴드' 활동 모습. 지난 8월에 인천학생문화회관 1층에서 버스킹을 했고, 다음 달 28일에 인천 모의유엔에서 찬조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사진제공=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첫해인 2020년에는 '은하수, 별걸 다 한다!'를 주제로 선택 프로젝트 16개와 공공 프로젝트 1개를 수행했다.

이듬해에는 '은하수의 별난이들, 별별 이야기를 들려줘!'를 주제로 과학과 예술, 환경 등 18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올해는 '은하수, 우리의 별빛을 모아 세상을 밝히자!'를 주제로 총 5개 분야 18개 프로젝트가 꾸려졌다. 중·고등학교 청소년 186명과 길잡이 교사 35명이 참여하고 있다.

은하수학교 길잡이 교사로 참여하다 올해 자치학교팀에 파견 교사로 온 최병화 교사는 “처음에는 길잡이 교사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일반 학교와 달리 자치학교는 청소년이 주인인 학교이다 보니 지나치게 관여하거나 간섭하기보단 팀원 모두가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돕고 또한 한 명의 멤버로서 함께 참여하는 데 초점을 둬야 했다”고 말했다.

 

▲ 지난 4월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은하수학교 3기 공동선언식 행사.
▲ 지난 4월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은하수학교 3기 공동선언식 행사./사진제공=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청소년이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자치학교

은하수학교와 같은 청소년자치배움터는 전국 각지에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설립·운영되고 있다. 특히 경기도 몽실학교와 서울 오디세이학교는 은하수학교를 만들 때 참고한 롤 모델 학교들이다.

'학생이 스스로 삶의 주인이 돼 상상력으로 만들어 가는 학생자치배움터'를 표방하는 몽실학교는 경기도 의정부와 김포, 고양, 성남, 안성, 양평 등 6개 지역에 학교가 설립돼 있으며 용인을 포함한 7개 지역에서 몽실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디세이학교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학생 주도형 교육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고 삶과 배움을 일치시키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2015년 처음 도입한 대안교육기관으로 2018년 3월 초중등교육법상 '각종 학교'로서 정식 학교로 전환됐다.

2020년 8월 은하수학교가 둥지를 튼 곳은 중구에 있는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다.

회관 한편에는 주변이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커다란 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다.

1999년 발생한 인현동 호프집 화재 참사로 숨진 학생들 넋을 달래기 위한 위령비다.

2001년 착공에 들어가 2004년 10월 개관한 회관 설립 취지는 '학생들의 건전한 여가 활용과 문화 체험 기회 증대 및 문화예술 발전과 고급 예술 대중화에 앞장서는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추한승 자치학교팀 교사는 “(인현동 화재 참사 당시) 청소년들이 마땅히 놀거나 모일 장소가 없고 방과 후 즐길 만한 여가 활동도 딱히 없다는 문제가 대두됐고,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회관 건립이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하수학교는 다른 자치학교보다 역사는 짧지만 코로나19와 함께 시작해 줌(ZOOM)이나 메타버스를 통한 온라인 교육에 강점을 갖고 있으며, 학교 뿌리인 청소년들이 자기 결정권과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지는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자치배움터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



관련기사
[우리 학교 어때요] 인천여자상업고등학교 인천 중구 신생동 야트막한 언덕 위에서 인천항을 굽어보고 있는 인천여자상업고등학교는 인천 여성 상업 교육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학교다. 관련 역사 기록에 따르면 학교가 있는 중구 신생동은 1900년대 초 인근 사동 등과 함께 일본인들이 주변 바다를 매립해 거류지로 삼았던 곳이다. 실제 해방 직전인 1945년 4월 개교한 학교는 첫 입학생으로 한국인 학생 25명과 일본인 학생 25명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교정 한편에 남아 있는 신사(神社) 유적은 학교를 둘러싼 주변 지역의 오랜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1955년 현재의 인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