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판 삼청교육대' 현장, 보존 대책 없이 임대사업

1942년부터 40년간 노동력 수탈 장소
경기도·안산시, 33년간 '수십억' 수입
비판 목소리 커지자 계약 연장 않기로
세입자 퇴거 불응엔 명도소송 고려

경기도와 안산시가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져 전두환 정권 때까지 '소년판 삼청교육대'로 사용한 옛 선감학원 중 남아있는 일부 건물을 30여년간 거주 목적으로 임대해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3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안산시 원선감길 일대에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져 전두환 정권 때까지 아동집단수용시설로 쓴 선감학원의 기숙사 건물은 근현대사적으로 수탈의 현장을 원형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그동안 근현대사 문화재로 보존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전체 11개 동으로 조성된 선감학원 기숙사 건물은 가로가 길고 세로가 짧은 직사각형 형태의 단층형 군대 막사처럼 지어졌다.

이곳 시설에는 현재까지 거주자가 있다. 건물 문앞에는 빨래가 널려있고, 차량이 주차돼있는 등 가정집으로 사용되고 있다.

1942~1982년까지 무려 40년여 동안 일제 강점기 때부터 아동 노동력 수탈 현장인 선감학원 기숙사 건물이 어떻게 거주 시설로 둔갑했을까.

▲ 안산시 단원구 선감학원 옛 건물에 경기도와 안산시가 주민들을 상대로 임대사업을 시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선감동 일대 옛 아동집단수용시설 건물. 여전히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안산시 단원구 선감학원 옛 건물에 경기도와 안산시가 주민들을 상대로 임대사업을 시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선감동 일대 옛 아동집단수용시설 건물. 여전히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무단점유 해결하려 선감학원 기숙사 임대…첫 단추 잘못 낀 경기도와 안산시

도는 1990년쯤 선감학원 터로 불리는 곳에 경기도립직업전문학교를 조성하기 위해 이곳을 무단 점유해온 주민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도는 이곳에 살던 사람들을 인접한 선감학원 기숙사 건물로 이전시키고 임대 계약을 맺었다. 현재 도립직업전문학교는 경기창작센터로 사용하고 있다.

선감학원 건물이 1946년 일제 재산에서 도 재산으로 바뀌면서 가능했다. 당초 1942년 일제가 선감학원을 개원했는데 해방 이후엔 도가 운영했다. 1972년부턴 경기도 사무위임 조례에 근거해 도 재산이지만 안산시가 이를 관리했다.

선감학원에 대한 관리 권한을 가진 경기도와 안산시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일제 때 강제노역의 현장인 건물을 임대해 최근까지 임대료를 챙겨왔다.

1990년 도와 시는 선감학원 기숙사 일부 건물을 2세대와 임대 계약을 각각 맺었다. 1993년엔 도와 시가 4세대와 임대 계약을 맺었고 이후엔 다른 7세대와 차례대로 임대 계약했다. 2015년이 가장 마지막으로 한 계약이다. 도와 시가 7년여 전까지 돈을 받고 임대사업을 벌인 셈이다.

이곳에는 지난해 12월까지 최소 13세대 이상이 11개 동의 건물에서 거주하고 있고 도와 시는 세입자에게 2017~2021년까지 최소 1억3211만여원의 임대료를 받아 반반씩 수익을 나눴다. 1990년부터 도와 시가 부과한 임대료가 현재 가치로 수십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안산시 관계자 설명이다.

 

▲경기도 안산시, 임대계약 끝냈지만…세입자 퇴거 거부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선감학원 수탈의 역사가 세상에 알려지자 도는 지난해 12월을 끝으로 옛 선감학원 기숙사 건물에 대해 임대 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급기야 도와 시는 지난해 집을 잃었을 때 생계비를 지원하는 긴급복지 제도를 통해 이들의 이주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긴급복지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도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큰 진전은 없었다. 올해 이곳 세입자 중 한 세대는 나갔지만, 현재 12세대의 세입자들은 11개 동의 선감학원 건물에서 여전히 거주 중이다. 이들은 정당하게 임대료를 지급해온 만큼 갑작스러운 퇴거 조치에 나갈 수 없다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에선 수탈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건축물에 대해 사실상 임대사업을 벌여온 경기도와 안산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진각 안산지역사연구소장은 “아픔이 있긴 하지만, 근대문화유산으로 분명 가치가 큰 건물인데 경기도와 안산시가 이를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집세를 걷는다니 황당할 노릇”이라며 “하루빨리 정상화해 건물을 보존하거나 달리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선감동 일대 시민들이 거주하는 일부 시설이 과거 선감학원인 아동수용시설이 맞다”며 “과거 선감학원 사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 탓에 이 같은 행정이 이뤄지고 최근까지 이어져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나가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명도소송까지 고려 중이다. 올해까지 정상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혜림·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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