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 아픔 서린 현장, 찾기도 전에 무너질라

1954년 지은 군대 막사형 시설물
경기도·안산시, 11개동 임대 계약
가정집으로 증·개축돼도 나 몰라라
2020년 점검서 '주거 부적합' 판단
안전성·경제성 문제로 보수도 불가

'소년판 삼청교육대'로 불리는 선감학원의 기숙사로 사용해오다 일반인들에게 임대해 온 11개동 건물이 경기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안전상 위험시설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일보 10월4일자 1면 [비극의 현장 '선감학원' 그 후] 1.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

4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2020년 안산시 선감동에 있는 선감학원 건물에 대해 자체적으로 안전점검을 한 결과 주거 등으로 부적합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안전점검을 맡은 경기도 안전특별점검단은 해당 건물의 보수·보강이 안전성이나 경제성을 따졌을 때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도는 선감학원 건물을 관광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자체 조사를 했다. 일제와 도가 최소 4691명의 아동을 강제수용해 노역을 하게 한 선감학원 사건을 더욱 알리고자 한 취지다.

도는 본격적인 관광화 작업에 앞서 자체 점검에 이어 2020년과 지난해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정밀안전진단을 두 차례 했는데 건물 전체가 A~E등급 중 D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D등급은 주로 시설의 주요부재가 결함이 있거나 손상된 경우에 판정된다. 노후나 관리 소홀로 안전에 위험이 있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해당 등급을 받는다.

▲ 지난 3일 안산시 단원구 옛 선감학원 아동집단시설 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 집 앞에 '구조안전 위험물 알림'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뒤로 가정용 LP 가스통과 승용차가 보이고 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지난 3일 안산시 단원구 옛 선감학원 아동집단시설 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 집 앞에 '구조안전 위험물 알림'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뒤로 가정용 LP 가스통과 승용차가 보이고 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실제 도와 안산시가 임대계약을 맺은 건물들은 1954년 미1군단의 원조사업으로 선감학원 사무실·교사·관사 등 41동 건물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같이 지어졌다. 이에 해당 건물들은 과거 군대 막사처럼 단층형으로 높이가 낮고 가로가 긴 근현대 건축 양식 그대로다. 역사학자들은 당시 이 건물에 대해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녔다고 도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도와 안산시는 이곳 시설에 대해 민간인을 대상으로 임대계약을 맺은 데다 가정집으로 증·개축까지 벌였으나 이를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시설들은 수용된 아동의 합숙소, 급식소, 목욕탕 등으로 사용됐다. 현재는 구조만 살린 채 가정집처럼 쓰이고 있다.

이 때문에 도는 늦게나마 건물 사용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12월 아동집단수용시설 11개 동에서 거주자들과 임대 계약을 종료했다. 현재 건물 앞에는 거주자를 비롯해 이곳을 통행하는 사람과 차량의 안전을 우려해 '구조안전 위험시설물 알림' 푯말도 설치해 둔 상태다.

다만 임대계약 종료에도 남아 있는 12세대 대부분이 도와 시에 정당하게 임대료를 지급해왔기에 갑작스러운 퇴거 조치에 나갈 수 없다며 버티는 상황이다.

도 관계자는 “건물이 예전 방식으로 지어진 데다 워낙 오래된 탓에 안전상 위험이 있다. 지진이라든지 재난 상황에선 더 취약할 수 있다”며 “자체 점검에서도 그렇고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안 좋게 나온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찌 됐든 거주하는 사람들을 사회복지대책 차원에서 퇴소할 수 있도록 해 지금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의 방법을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림·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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