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엔 '노란 통제선'…처참함 그대로
“비극 속 희망 있기를 바라” 국화꽃 추모
“같은 20대 사고 안타까워…명복을 빈다”
참담한 시민들…상점 대부분 문 닫아 적막
주민센터 실종자 접수 분주 …가족은 오열

무참(無慘)하고, 무참(無慚)하다. 코로나19의 속박서 풀려난 젊은 생명이 골목길 인파와 부대껴 압사했다. 가을 콧바람을 쐬러 모처럼 찾은 해방구는 수많은 숨결을 앗아간 질식의 공간이었다.
일상 단조로움을 벗어 던진 그 길은 잠깐의 놀이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30일 낮 12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일대.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사고 현장은 노란 통제선이 처져 있었다.
통제선 너머에는 핼러윈 용품들과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진 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추모를 위해 몰려든 시민들은 참담한 표정으로 사고 현장을 멀리서 망연자실 바라봤다. 국화꽃을 들고 현장을 찾은 사람도 눈에 띄었다. 윤호준(29)·신혜정(29) 부부는 이날 국화를 들고 통제선 주변을 서성였다. 이들 부부는 “아침에 일어나 참사 소식을 전해 듣고 현장을 찾았다”며 “이런 비극 속에서도 희망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추모를 위해 국화를 들고 왔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는 애도를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오후 6시 기준 153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쳐 모두 25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는 세월호 이후 최대 인명피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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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 정모(58)씨는 “평소 이 길을 잘 다니는데, 앞으로 지나갈 때마다 생각이 날 것 같아서 추모하고자 남편과 함께 찾았다”며 “이곳을 오는 길에 분홍색 신발 한 켤레가 도로에 덩그러니 놓인 걸 봤는데 어제 잔상을 볼 수 있었다. 그저 안타깝고 사고를 당한 사람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이태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모(20)씨는 “사고 당일 현장 바로 옆에서 일했는데 오후 5시부터 사람이 너무 많아 사고가 난 곳 근처는 가지 못하고 우회할 정도였다”며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같은 20대가 사고를 당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다”고 전했다.
사고 여파로 인근 모든 상점은 거의 문을 닫아 적막한 분위기였다. 일부 문을 연 가게들도 있었지만 몇몇 오가는 행인이 전부였다.
기념품 가게를 하는 김모(60대)씨는 “사고 당일 사람이 워낙 많아서 몇 걸음이면 가는 화장실을 10∼20분에 걸려 갔다”며 “오늘 잠깐 문을 열었지만, 곧 문을 닫으려고 한다. 당분간은 장사가 어려울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같은 시각 실종자 접수를 하는 한남동주민센터는 분주했다. 쉴 새 없이 주민센터 전화는 울렸고, 가족을 찾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 실종자 가족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벽을 치고 오열하며 주민센터를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아진·이재민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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