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리핑하는 정부 관계자들 모습./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향한 온 국민의 추모로 나라가 슬픔에 잠긴 가운데 전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행정당국이 '근조'나 '추모'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을 달도록 공문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30일 행정안전부는 각 시·도 뿐만 아니라 중앙부처 등에도 "글씨 없는 검은색 리본을 착용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이태원 사고’ 계기 공무원 기강확립 국무총리 지시사항 관련 추가 안내라는 제목으로 전해진 이 공문에는 "국가 애도 기간 중 애도를 표하는 검은색 리본 패용과 관련해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을 착용하여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으며, 이와 같은 내용을 소속기관 및 산하기관 등에도 신속히 전파할 것을 명시해놨다.

이와 관련한 이유로 덧붙여진 설명은 따로 없었다.

▲ 30일 저녁 대책회의를 위해 만난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덕수 국무총리./사진=연합뉴스.

유례 없는 지침에 공문이 내려온 당일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청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났을 때 오 시장은 근조 글씨가 쓰여있는 검은 리본을, 한 총리는 근조 글씨가 없는 검은 리본을 차고 있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후 31일 전국 곳곳 분향소에서 공무원들이 '근조' 글씨가 아예 없는 검은색 리본을 패용하거나 근조 글씨가 있는 경우 거꾸로 패용했고, 이를 본 추모객뿐만 아니라 리본을 찬 일부 공무원들 역시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도 관련 내용이 공유되며 "보여주기식 애도" "행정참사가 아닌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하고 싶은 건가" "책임 회피의 모습"이란 날 선 반응이 쏟아졌다.

근조 글씨 있는 검은색 리본, 글씨 없는 검은색 리본
▲ 근조 글씨 있는 검은색 리본과 글씨 없는 검은색 리본.

이에 1일 관련 지침을 행정안전부에 내린 것으로 알려진 인사혁신처는 검은색 리본이면 규격 등과 관계없이 착용할 수 있다며 설명자료를 냈다.

해당 지침은 국가 애도 기간 중 전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애도를 표하는 검은색 리본을 패용할 것을 안내하자 이후 관련 문의가 많아서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으로 패용하라고 설명한 것이라 해명했다.

인사처는 "이태원 사고에 대한 애도를 표할 수 있는 검은색 리본이면 글씨가 있든, 없든 관계없다"며 "국가 애도 기간 중 복무 기강확립과 애도 분위기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해명에도 굳이 일으키지 않아도 될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노유진 기자 yes-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