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은 1944년 6월6일 나치 독일 치하의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작전을 펼쳤다. 바로 '노르망디상륙작전'이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상륙작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병력 16만여명이 작전 당일 영국 해협을 건넜고, 6939대의 함정이 동원됐다고 한다. 이 작전 승리는 나치가 점령하고 있던 서유럽 해방의 첫 발걸음으로 작용했다. 나아가 이후 연합군 승리와 나치 독일의 패망에 크게 기여한 전투로 평가된다.
'인천상륙작전'도 이에 버금간다. 한국전쟁의 전세를 단숨에 뒤집었다. 1950년 9월15일 8개국 260여척의 함정이 투입된 인천상륙작전은 수도 서울 탈환의 발판이었다. 노르망디와 함께 20세기 전쟁사(史)의 한획을 그은 작전. 당시 인천 해안에 상륙한 미 해병 등 연합군은 갖가지 전투를 치르며 북한군 소탕작전을 벌여 9월28일 서울 수복에 성공했다. 수도 서울과 가까운 인천의 경우, 낙동강 전선에 집중됐던 북한군의 퇴로와 보급로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다.
인천시가 인천상륙작전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기 위해 대규모 기념사업을 추진해 관심을 끈다. 유럽 출장길에 오른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첫 방문지로 프랑스 노르망디주 캉(Caen)시 오마하 해변을 찾아 이런 구상을 밝혔다. 이 해변은 미국·영국·프랑스 등 12개국 연합군이 나치를 상대로 상륙작전을 벌였던 지역 중 하나로, 전황을 확 바꾼 곳이다. 오늘날 캉시는 노르망디상륙작전을 기리는 기념관을 짓는 등 승전 역사를 자랑하면서 지역 관광에도 큰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는 인천상륙작전 기념사업을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위한 국가 행사급으로 높이겠다고 벼른다. 우선 내년 73주년 행사 때는 기념 주간을 지정하고, 상륙작전 재연식·국제안보포럼·호국보훈 문화체험·안보그림그리기 대회 등을 마련한다. 이어 2025년 75주년 때는 참전국과의 우호적 외교망을 구축하고 서로의 발전 방안을 찾는 등 국제행사로 격상할 계획이다. 인천상륙작전 기념식은 참전 용사와 유가족만 초청하는 등 소규모인 반면, 노르망디상륙작전 기념식은 매년 20여개국 정상 방문으로 의미를 되새길 만큼 대규모로 열린다.
역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일은 모든 세대한테 중요하다. 비슷한 역사적 사건을 경험한 인천시와 캉시의 협력 모색이 기대되는 이유다. 인천이 간직한 승리의 역사를 공유하면서 국내 안보 현실과 자유·평화 가치 등을 함께 생각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아울러 상륙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인천의 피해와 희생 부분을 대내외에 분명히 밝히면 어떨까 싶다.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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