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515명 중 특수교육학생 27명
과학·보건·복지 융합 특성화학교
도내 유일 통합교육·체육 중점 운영
교장 “역량 강화에 아낌없이 지원”


여주시 상동에 위치한 세종고등학교는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학교로 멋진 석양을 바라보며 공부하고 활기찬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세종고는 학생 한 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잡힌 '민주적인 학교',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학교'로 유명하다. 한 학년에 6학급씩 모두 18학급에 전교생 515명의 중소 규모의 학교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지정돼 3년째 운영 중이다. 과학·보건·복지 융합교육 특성화학교도 3년째 운영 중으로, 경기도교육청이 발간한 '2022 고등학교 학교자율과정 우수사례'에 안내되기도 했다.

세종고의 특수학급은 교내 특수학급 3학급과 순회학급 2학급으로 모두 5학급으로 구성돼 있으며, 특수교육대상 학생 27명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도내에서 유일하게 도교육청 통합교육 중점 운영교, 통합체육 중점 운영교 두 영역에 모두 선정돼 운영 중으로, 학교 교육가족 모두가 통합교육과 특수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교다.
세종고의 통합교육은 'Universal design(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담고 있다. 비장애 학생이 특수교육대상 학생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게 아닌, 누구나 참여 가능한 교육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나석운 교장이 교사로 학급을 운영할 때부터 갖고 있던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 한 명 한 명을 모두 포용하자'라는 교육철학으로, 특수교육대상 학생도 원하는 진로 또는 자립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고등학교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나석운 교장은 “통합교육은 중심성성(衆志成城)이라는 고사의 말과 같다. 여러 사람이 마음을 합치면 견고한 성을 이루어내는 것처럼 통합교육도 누구 하나만의 목소리로 이뤄내는 것이 아니다”라며 “특수교사와 일반교사, 학생과 학부모,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소통하고 협력했을 때 비로소 견고한 성처럼 통합교육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공동체가 목소리를 내었을 때 마음을 열고 기쁜 마음으로 함께 소통한다면 통합교육과 특수교육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체육 종목 '보치아' 수업·국어과 토론대회…특별한 통합교육

1) 교육과정 안에 녹아있는 통합교육
세종고는 교과 안에서 통합교육을 실시하면 일회성 행사가 아닌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고 연속성 있는 교육이 가능하다는 장점에 착안해, 누구나 쉽게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보치아 종목'을 체육 정규 종목으로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단순 체험식의 수업이 아닌 평가까지 함께 실시해 학생들이 해당 종목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누구나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보치아 수업에 연속성을 갖기 위해 '세종 패럴림픽'의 '보치아 3on3'를 작년부터 개최하는 중이다.

2) 국어과 토론대회 '청출어람' 운영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교과 관련 내용의 수준이 높아 쉽게 교내 대회에 참여할 수 없자, 이런 환경을 바꿔보고자 특수교사와 사서교사, 국어교사가 올해 2월부터 '청출어람 대회'를 기획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청출어람'은 차별과 소외와 관련된 내용으로 토론하는 대회로,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토론 팀으로 참여하진 못했지만 토론 사회자와 배심원으로 참여하며 누구나 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뜻깊은 활동이다.

3) 동아리를 활용한 다양한 통합교육 운영
특수교육대상 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하는 수어동아리 '호롱불'을 운영하고 있으며, 교내 다양한 장애이해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또, 환경 관련 동아리가 여럿 있어 동아리 간의 통합교육을 진행해 텀블러, 도자기, 화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다회용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특수교육대상 학생이 안내 후 제작하는 시간을 보낸다.
또, 우리가 즐겁게 보는 치어리딩 영상을 청각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수어와 치어리딩을 융합한 '수어치어리딩' 자율동아리를 운영, 통합 수어 동아리인 '호롱불'과 연계해 수어를 익히고 12월 초 완성 영상 촬영을 목표로 연습 중에 있다.

4) 체험형 교육
체육교사, 특수교사, 학생 5명이 모여 휠체어를 활용해 BTS의 'Permission to Dance'를 완성했다. 해당 영상은 전교생들이 시청함으로써 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여가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 '휠체어로 언덕 오르기' 체험을 통해 학교 언덕을 휠체어로 올라보면서 평소 쉽게 다녔던 길이 누군가에게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인식과 함께 학교에 어떤 보편적 설계를 적용하면 좋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활동도 진행한다.

5) 순회교육 특수교육대상 학생까지 통합교육 실시
'순회교육 특수교육대상 학생들도 통합교육의 대상이 될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해 공간은 다르지만 콘서트라는 같은 목적을 갖고 '밴드 라파엘'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1년간 운영했다. 순회교육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이 있는 '라파엘의 집'에서 합동 콘서트도 진행했다.
시·지각 중복장애 시설인 라파엘의 집 학생들은 졸업사진을 찍어도 졸업사진을 볼 수 없어 3D프린터를 활용해 음각을 새긴 사진을 만져볼 수 있도록 계획하기도 했다.
휠체어 댄스·수어 치어리딩·교육 영상촬영 '색다른 경험'

저는 세종고의 통합교육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통합교육에서 비장애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선생님의 역할도 크지만 한 학급에서 어울려야 하는 친구가 선생님보다 더 장애학생에게 끼치는 영향도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친구들도 저와 비슷하게 생각했거나 통합교육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통합교육부 선생님의 권유로 휠체어 댄스 프로젝트 팀인 '휠.T.S.'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휠체어를 연습하고 계속 어깨와 팔에 알이 베겼고, 난이도가 있는 동작을 연습할 때면 많이 넘어지기도 해 힘들었습니다. 3개월 동안 매일 점심시간마다 연습한 끝에 휠체어로도 엄청나게 역동적인 춤과 동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지체 장애인을 과소평가 했던 저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 노력 끝에 완성된 영상과 학교 축제무대는 학생들에게 장애인의 가능성과 여가생활에 대해 알릴 수 있었고 많은 응원을 받았습니다.
통합교육부 선생님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통합교육을 더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셨습니다. 휠체어레이스, 휠체어 등산, 보치아 대회 등 이제는 많은 학생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행사에는 많은 참여와 관심이 함께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학생들도 체험형 장애이해교육이라는 점 덕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고 참여로 이어졌습니다.
다양한 통합교육을 깊게 경험하고 나서 느낀 건 비장애인의 역할이 아닌 어떤 환경을 마련해주는가가 장애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환경이 달라지면 참여할 수 있는 대상과 활동 가능한 분야의 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유찬 세종고 3학년

수어 치어리딩 활동을 진행하기 전까지는 통합교육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통합교육에 대해 궁금증이 들었고 이제야 찾아보게 되었다.
사실 평소에 수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관심이 많진 않았다. 가사를 표현하는 수어와 치어리딩 동작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며 수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기회가 된다면 가사 속 수어 외에도 직접 수어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수어와 치어리딩을 접목시키고, 영상으로 남겨 게시함으로써 평소에 수어와 장애에 대해 관심이 없던 학생들도 나처럼 수어에 친근함을 느끼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 우리 수어 치어리딩 팀과 내가 통합교육에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게 된 것 같아 굉장히 뜻깊은 활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춤과 수어가 함께 조화를 이룬 퍼포먼스는 '수어는 그저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만 쓰는 것'이라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던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수어는 청각장애인의 표현이 아닌 여러 언어 중 한 가지의 언어이며 더 나아가 수어와 장애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면 좋겠다.
/이아인 세종고 2학년

나는 평소 학교에 있는 통합교육부나 6-7교시 수업시간에 들려주는 장애관련 이론교육에 큰 관심이 없었다. 잘 알지도 못했다. 통합교육부에 대해서는 얼핏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통합교육부에서 통합교육 관련 영상을 촬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평소 잘 알지 못했던 것을 가까이 접해보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되었다.
해당 영상은 학기 초 우리가 궁금했던 특수학급 친구들의 행동 특성 등을 설명한 영상이었는데, 평소 궁금했던 점들을 영상으로 만들어 설명을 해주니, 직접 가서 물어보기도 어려워서 그냥 넘겼던 점들에 대한 궁금증이 풀려서 좋았다.
또, 이전까지와는 달리 수업시간에 장애이해 영상을 틀어주거나 학습지를 나누어주면 집중해서 시청하고 열심히 작성하게 되었으며,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영상을 본 학생들도 이 덕에 특수교육에 더 친근함을 느끼고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 뿌듯함도 느껴졌다.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규리 세종고 2학년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