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미지투데이.

 

올해 8월 어둑한 저녁 한 40대 외국인 여성이 서울 명동 골목길로 들어섰다.

이 여성은 주위를 몇 차례 두리번거린 후 품에 안고 있던 자신의 세 살배기 딸을 바닥에 내려놨다.

 

여기 그대로 있어. 움직이지 말고 있어. 엄마가 데리러 올게.

 

황급히 골목을 벗어난 그 여성은 아이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지나가던 시민의 신고로 아이는 1시간 만에 아동복지센터로 인계됐고, 이 여성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허정인 판사는 약 2개월간 해당 사건을 심리했다.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이 여성에게 통역인을 붙이고 별도로 조사관을 보내 자세한 사정을 살폈는데, 이 여성의 사실혼 배우자는 2019년 아이 출산 직후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했다고 한다.

"애는 알아서 키우라"며 그는 모녀에 생활비를 주지 않은 채 방임하고 상습적으로 폭행하기까지 했다.

소득이 없었던 이 여성은 그간 가족의 도움으로 아이를 힘들게 양육해왔지만, 올해 4월 부친이 뇌출혈을 일으키면서 경제적 도움마저 끊겼다고 한다.

아이는 자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 나이가 됐고, 막막했던 여성은 결국 딸을 유기하기에 이르렀다.

재판에서 검사는 이 여성에 징역 3년을 구형했는데,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피고인이 야간에 만 3세 남짓 된 피해 아동을 골목길에 내버려 두고 가버린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안 자체는 엄정하지만, 이로 인해 피고인이 강제퇴거 돼 피해 아동과 떨어져 지내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외국인이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강제퇴거 대상이 되기 때문에 재판부는 직접 조사한 여러 사정을 고려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했다.

그리고 피고인의 취업 제한도 면제해줬다.

재판부는 또 범행 당시 이 여성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았고, 친언니가 양육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다짐한 점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검사도 이에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고, 이 여성은 다시 아이와 함께 살 수 있게 됐다.

/노유진 기자 yes-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