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초빙교수(전 인천 서구청장)

요즘 경제계, 산업계, 기업계, 학계 심지어 투자계를 통틀어 가장 핫(hot)한 소재는 무엇일까? 바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수소다. 수소를 선두에 내세운 신재생에너지와 ESG 우수기업 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후 변화 시대, 한국은 노력하는 국가인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만큼 급속도로 발전해온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비롯한 외형적인 측 면에서는 모두가 부러워할 정도로 큰 성공을 일궜지만 후유증 또한 겪어야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환경이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2018년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11위 에 올라 있다. 아직 놀라긴 이르다. 국민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무려 세계 5위다. 이뿐 아니다.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증가량(BAU) 대비 배출량 30% 감축목표 를 국제사회에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한 몇몇 국가로 지목당하기까지 했다. 유럽 주요 선진국 들은 감축목표를 달성한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반대로 계속 증가추세를 보였다. 최근 국제평가기관인 저먼워치와 뉴클라이밋 연구소가 기후대응지수(CCPI)를 평가한 결과, 한 국은 온실가스 세계 주요 배출량 90%에 해당하는 60개국 중 57위로 최하위 국가에 또다시 이름을 올렸다. 기후변화시대를 맞아 ‘과연 한국은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는 국가인가?’에 대 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담론이 아니라 실제적 감축 행동으로 들어가도 시간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까? 기후 변화를 둘러싼 국제적 논의가 어느 정도 마 무리되고 본격적으로 규제와 이행단계에 들어선 지금, 탄소중립은 지금 당장 이행해야 할 ‘발 등의 불’이 됐다. 전 세계가 엮인 문제인데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규제가 시작된 만큼 따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유럽연합(EU)이 2026년부터 시멘트, 철강 등 탄소 다배출 제품 수입에 탄소 국경세를 부과하 기로 한데 이어 미국도 기후 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지난 8월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공포하 고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미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국가로 거론돼 온실가스 감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 미 발표한 ‘2030년 40% 감축’ ‘2050년 넷제로(Net Zero)’에 사활을 걸어야만 한다. 또한 관 련 토론과 세미나에서도 그간 문제 제기와 담론에 80% 이상의 시간을 들였던 것에서 벗어나 이행에 초점을 맞추고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펼쳐야 한다. 변화해야 할 흐름은 또 있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는 탄소중립 관련 논의와 협상에 있어 국가 가 주도적으로 나서왔다. 하지만 이젠 현장에서의 탄소중립 주체라 할 수 있는 지방정부와 기 업이 함께 나설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접어들었다. 그간 중점을 둔 대기업뿐 아니라 이 제 중소기업까지 나서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동안의 경험과 여건으로 볼 때 답이 있다 는 거다. 특히 대한민국은 충분히 할 수 있다. 또 하나. 어차피 탄소중립이 미래를 좌지우지할 과제라면 ESG 시대에 우리가 퍼스트 무버가 돼 미래를 이끌어 가는 게 어떨까? 지금이 그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이제 지방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동안은 중앙정부 중심으로 탄소중립 대책을 마련해왔지만 우리는 이미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이제는 현장을 담당하는 지방정부가 나서야만 한다. 인천을 예로 들자면 이곳은 환경이 매우 열악해 타 도시 대비 대기 문제와 기후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현장에 맞는 이행대책을 계획하고 발 빠르게 시행한다면 그간 환경문제 로 인해 부정적이었던 도시 이미지를 탄소중립 모범도시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만 하더라도 수십 년간 비워둔 매립지 유휴부지에 태양광을 100메가까지 계획하 고 6개월 간의 공사를 거쳐 바로 가동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여건이다. 인근의 인공저류조인 안암호 역시 철새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40메가의 수상 태양광을 당장 추진할 수 있다. 기후변화를 해결할 열쇠이자 최고의 에너지인 수소와 관련해서도 인천은 대한민국의 수소시범 도시로서 탄소중립을 주도할 만큼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매립지에서 나오는 매립가 스와 음폐수 바이오로도 수소를 만들고, 내년부터는 국내 최초의 액화수소 플랜트가 가동된 다. 수소 충전 인프라 설치를 서둘러 물류 차량을 모두 수소 상용차로 추진해 친환경 물류를 실현 하고, 주택난방 등에도 수소를 활용할 수 있다. 더군다나 수소와 암모니아는 재생에너지의 한 계를 보강할 수 있는 섹터커플링(전력-열-연료 연계)이 가능하니, 화석연료 발전이 많은 인천 을 신재생에너지와 수소도시로 바꿔낼 둘도 없는 기회일 수 있다. 

 

공공재활용으로 환경문제와 기후변화를 동시 극복하자 

이밖에도 날로 늘어나는 비닐과 플라스틱을 열분해해 수소를 만들어내는 공공재활용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 이러한 지방공공형 감량과 자원화 사업을 성공시키면 그간 매립과 소각에 의 존했던 쓰레기를 자원 순환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으로 쓰레기 처리를 선진화 하고 골칫거리였던 매립지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 환경문제와 기후변화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인 만큼 이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탄소중립 이행은 기존의 도시계획이나 도시재생사업에서도 얼마든지 계획단계에서부터 접목시 킬 수 있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커다란 장점이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스마트에코 디자인을 도입해 작고 큰 사업에 반영할 수 있다. 그린빌딩 요소를 통해 에너지 중립을 실현하고 도심 곳곳에 친환경 수종의 나무를 심어 디자인까지도 차별화시킬 수 있다. 무언가 색다른, 우리만의 탄소중립도시를 꿈꿀 수 있는 거다. 도시계획의 각종 인허가단계나 기존 공공사업에서 추진하게 된다면 각기 다른 요소가 탄소중 립과 어우러져 특색 있는 환경도시가 될 것이다. 지금 당장 계획단계에서, 기존 씨스템에서도 할 수 있는 자전거 도로와 스마트 가로등 등 생활 속 사업들이 얼마든지 많다. 

 

대기업에서 이제 중소기업이 나서야 한다 

최근 기업들을 만나보면 ESG에 대비한 기업이냐 그렇지 않은 기업이냐에 따라 미래 흥망이 갈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SG를 아는가 모르는가?’ ‘기후대응기술을 갖고 있는가 아닌가?’ 에 따라서 말이다. ESG가 매우 구체화되면서 환경 기술과 시장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데도 이를 모르고 전통적 환경에만 매달리는 기업들은 답답할 따름이다. 때문에 인천의 기업들은 조속히 퍼스트 무버가 돼 이 엄청난 기회를 포착하고 준비하면서 이행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ESG 시대를 읽어야 한다. 특히 수출 기업이라면 LCA(환경전과정평가),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 기후대응핵심기술 에 대해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제 ESG 경영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제재를 받게 될 대기업만의 몫이 아니다. 대기업은 LCA 분석을 통해 기업공시에 탄소감축 실적을 알려야 하는데 그 범위에는 원재료와 소재를 제공하는 협력사와 유통-소비단계에 속한 기업까지 포함된다. 이를 SCOPE 3, 밸류체인이라 부르는데 그 협력사들은 주로 중소기업이니 같이 준비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대기업은 협력 사 선정에 있어 당연히 감축기술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을 찾게 된다. 얼마 전 인천의 어느 소기업에 서울에 본사를 둔 대기업 임원이 직접 찾아와 만나는 것을 봤 다. 중소기업에 대기업이 만나러 온 이 진풍경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감축된 환경 기술 을 대기업이 적극 적용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청년과 시민사회, 지역이 함께 나서야 하는 이유 

강의를 하면서 인천대 학생들에게 ‘청년들이여 젊은이여 여러분들은 MZ세대가 아니라 ESG 세대다’라고 얘기하곤 한다. 어찌 보면 지금은 일자리 부족 등 어두운 면에서 벗어나 미래의 꿈을 키울 수 있는 더없는 기회다. 청년들에게 최소 30년은 먹고 살 수 있는 데다 꿈까지 펼칠 수 있는 ESG 전문가가 되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결국 온실가스를 줄이는 주체는 사람이기에 전문가가 나서야 하고, 이들이 미래세대를 육성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대기업과 중소기업, 여기에 시민사회가 힘을 합해 이런 흐 름을 촉구하고 한편으론 감시해야 한다. 시민들 역시 각자의 일상생활에서 지속적으로 탄소중 립을 실천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ESG를 적용해야만 한다. <위대한 혁신>의 저자이자 현대 경영학을 창시한 피터 드러커는 “기회는 준비된 자의 몫이다. 기회가 노크할 때 사람들은 그 문을 열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지금이 바로 ESG 시대를 읽고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는 기회임을 잊지 말자. 

 

/이재현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초빙교수(전 인천 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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