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이면, 거리에 조명이 알록달록 빛나고 크고 작은 트리가 놓인다. 특수를 노리는 상인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날 수 있도록 가게 곳곳을 꾸미고, 준비하기 때문이다.
거리를 환하게 밝히는 상인들 덕분에 상권은 활력이 돌고, 사람들 얼굴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크리스마스 길거리를 현장 취재하는 기자들 기사에는 '화려한 조명', '발 디딜 틈 없는', '상기된 얼굴들의 사람들', '활력있는 거리' 등의 단어들이 단골로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예전과 같은 열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울 한 상점가를 걷는데 행인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크리스마스이브인데, 분위기가 너무 안 나는 것 같아. 허전하네.”라는 수군거림이었다.
거리를 둘러 보니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 곳곳의 점포들이 비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상가 임대 문의'라고 쓰인 종이와 현수막만 바람에 펄럭일 뿐이었다.
코로나19사태로 경영난을 겪어야 했던 소상공인들은 이어진 경제불황에 속수무책이다. 불황의 그늘이 점점 짙어지면서 동네 상권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소상공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소비자의 지갑도 얼어붙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86.5로 10월 88.8보다 2.3p 하락했다. 이 지수가 100 아래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비관적이란 의미다.
크리스마스 거리가 예전만큼 활기를 띠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지 않을까 싶다.
내년에도 경제불황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시름하는 이들에게 내년 크리스마스는 부디 따뜻하길 기원한다.
/이아진 탐사보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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