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동북부 알자스 로렌 지방의 중심도시 스트라스부르크는 활기차고 매력적인 도시다. 독일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전쟁을 통해 뺏고 찾기를 거듭한 스트라스부르크는 독일 분위기가 풍기지만 프랑스의 애국심이 점철된 도시이기도 하다. 파리 특파원 시절 스트라스부르크를 자주 찾았던 것은 유럽연합(EU) 의회가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도시 자체가 지닌 독특한 매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중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도 스트라스부르크가 자리잡은 알자스가 무대였다. 평소 지각을 자주하던 학생 프란츠가 그날도 학교에 늦게 갔는데 교실 분위기가 침울하고 예사롭지 않았다. 아멜 선생님은 정장을 말끔하게 입고 어른들도 심각한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와 있었다. 알자스 로렌이 독일 영토가 되었으므로 앞으로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멜 선생님은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더라도 자기 나라말을 잊지 않는다면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이 끝나기 전 아멜 선생님은 칠판에 '프랑스 만세'라고 썼다는 내용의 단편이었다. 나라를 잃어 본 한국인의 가슴을 울리는 글이었다.
▶스트라스부루크의 클레베르 광장을 중심으로 한 옛 시가지와 운하로 둘러싸여 있는 쁘띠 프랑스도 항상 관광객으로 붐비지만 붉은 돌로 축조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답고 위엄 있는 성당이다. 붉은색 성당 옆에 자리잡고 있는 고색 창연한 알자스식 건물에는 1427년에 창업한 메종 캄머젤이라는 유서 깊은 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스트라스부르크를 갈 때마다 들렀기에 종업원들과도 잘 아는 사이가 되었고 알자스의 전통요리인 절인 양배추에 소시지와 햄이 함께 나오는 슈크르트는 필자의 단골 메뉴였다.
▶스트라스부르크의 또 다른 매력은 성탄절을 전후해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노천 시장이다. 클레베르 광장과 노트르담 대성당 사이에 펼쳐지는 시장에는 300여개가 넘는 크고 작은 임시상점에서 각종 선물과 알자스 특산품 그리고 먹거리가 성탄절 분위기와 어울려 국경 넘어 독일과 스위스 사람들까지 불러들인다. 거리를 환상적으로 만드는 각양각색의 조명은 크라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매년 200만명 이상이 찾아온다.
▶그러나 2022년 유럽에서 가장 크고 오래되고 유명한 스트라스부르크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어두움이 깔렸다. 프랑스 정부에서 향후 2년간 10%의 에너지를 절약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시당국도 야외 조명을 중단하고 실외에서의 보온 기구도 금지했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진행되는 크리스마스 시장이지만 찾는 사람들은 꾸준하다. 유럽에서는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크리스마스 시장도 시민들이 모여서 소통하며 이웃임을 확인하는 필수적인 터전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용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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