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에 '뚜껑' 여니 기대 이하
발등의 불 조합측 대책 부심
업계 분양 일정 조정 불가피
가격 이점 시장만 생존 관측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발표(1·3대책) 이후 처음으로 수도권 분양에 나선 안양시 '평촌 센텀퍼스트'가 청약 흥행에 실패하면서 연초 부동산 시장이 한층 얼어붙는 모습이다.
건설업계나 정비사업 조합들의 신규아파트 분양 계획 일정에도 조정이 불가피해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고금리와 고분양가 등을 청약 참패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인천일보 1월11일자 1면 규제완화 '미풍'…부동산 시장 여전히 '꽁꽁'>
▲줄줄이 미달…평촌 센텀퍼스트
인덕원∼동탄선 복선전철이 추진되면서 새롭게 뜨고 있는 안양시 호계동에 들어서는 2886가구 대단지 아파트 평촌 센텀퍼스트가 정부의 1·3대책이 나온 직후인 지난 10·11일 양일간 1·2순위 청약을 마쳤다.
정부 발표가 분양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평촌 센텀퍼스트의 일반분양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1150가구 모집에 350명만이 신청, 평균 경쟁률 '0.3대 1'을 기록했다.
8개 주택형 가운데 19가구를 모집하는 84㎡A는 1순위 해당지역 청약에서 51명이 신청, 2.68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지만, 36㎡, 46㎡, 59㎡A·B·C, 72㎡ 주택형은 모두 미달이 났다.
앞서 지난 9일 진행된 특별공급에서도 627가구 모집에 신청자가 83명(평균 0.13대 1)에 그쳤다.
덕현지구 재개발 사업으로 공급되는 평촌 센텀퍼스트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3200만원으로,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84㎡의 경우 10∼11억원선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재개발 조합은 조합원들의 동요를 막고자 대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선택했던 조합 측은 오는 11월 입주 시까지 잔여 물량이 소진되지 않을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시공사 측과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올해 부동산 시장도 '불확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올해 분양시장에서는 가격 이점이 확실한 사업지만 살아남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분양시장 상황에 대해 “국내변수 아닌 외부변수 문제가 제일 크다. 미국 기준금리가 상당히 불확실하다는 얘기는 금리가 올라서 문제라기 보단 얼마까지 오를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이런 외부요인의 영향을 국내 정책 몇 개를 바꾼다고 상쇄되는 게 아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합쳐지면 수요자의 매수심리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올해 부동산시장 전망에 대해 “미국 연준이 어떻게 할지에 달려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재작년은 '묻지마 청약'으로 시장이 과열돼 있었고, 작년부터 선별 청약시장으로 변경이 됐다. 과도한 시세차익 기대감보다는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이) 전환됐다”고 진단했다.
가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실수요자들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싸다고 판단하면 청약을 외면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건설사들은 1·3대책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분양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을 예로 들며 “최초 청약률을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지만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계약률이 호조세이기 때문에 (1·3대책이) 어려운 부동산 시장 전반에 훈풍을 주고 있는 건 맞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올해 분양 계획과 전망을 묻는 말에 “내부적으로 분양 일정들이 잡혀는 있지만, 정부 정책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도시정비사업은 분양이 늦춰지거나 당겨질 수 있어서 고민 중에 있다”고 말을 아꼈다.
/글·사진 노성우 기자 sungco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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