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방치 그만” 공감대 형성
각자도생 방식은 난개발 우려
체계·통합적인 개발 계획 필요
이해관계자 수용 여부 '관건'


옛 송도유원지 일대에 대한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개발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에는 유원지에 얽혀있는 복잡한 이해관계 문제가 있다.
각자도생 방식으로 개별적으로 계획을 수립해 개발에 나선다면 난개발 문제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송도국제도시 조성 등으로 과거와 비교하면 유원지 입지 조건이 크게 개선된 점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2019년 '송도유원지 조성사업 타당성조사 및 기본구상' 용역을 진행한 ㈜동명기술공단은 “당초 송도유원지는 뚜렷한 역사와 정체성을 보유했으나 주변 여건 변화(매립, 해안도로 조성 등)로 관광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며 “송도국제도시와 원도심 사이에 입지한 점이지대(주변 지역의 특성이 서로 겹치는 지역)로서 지역 특성을 살린 산업 진흥과 경제 활성화 측면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천경제청은 이곳을 송도국제도시와 연계한 '첨단바이오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와 AI 반도체 업체 등이 입지할 수 있는 첨단산업용지(약 132만2314㎡)를 조성하고 나머지는 일반 주거 및 상업 용지 등으로 조성하겠다는 기본 밑그림을 그려놓은 상태다.
전체 송도유원지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부지를 가지고 있는 부영주택㈜를 비롯해 송도 유원지 토지주 협의회와 인천도시관광㈜ 등 이해관계자가 시와 경제청의 경제자유구역 지정 계획을 수용하고 참여할지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들은 최소한 현재와 같은 상태로 토지를 방치할 수 없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
단, 테마파크 등 기존 도시 개발 사업 방식 변경으로 예상되는 지역사회의 반발과 경자구역 지정 권한이 정부(산업통상자원부)에게 있다는 점은 송도유원지 경자구역 지정 계획의 최대 취약점으로 꼽힌다.
특히, 국내 경제자유구역 중 가장 오랜 역사와 함께 외자 유치 블랙홀로 꼽히는 인천에 대한 부산 등 타 지자체의 반발과 견제 압력이 예상되는 가운데 원도심과 신도시 간 균형 발전 측면에서 경자구역 추가 지정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추가 확대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현재 포화 상태인 송도국제도시 경자구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송도국제도시 인접 지역인 아암물류1단지 송도신항 등도 함께 후보지로 놓고 함께 검토하고 있으며 오는 3월 이후 대상지가 최종 결정되면 해당 지역 이해관계자들과 만나 논의를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슈팀
“지역환경 개선” vs “테마파크 무산될까 걱정”
▲주민들 기대 반, 우려 반

송도유원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확대·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되자 주민들이 술렁이고 있다. 자동차 야적장으로 활용되면서 슬럼화된 지역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와 기존 진행되던 개발 사업들이 기약 없이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상태다.
송도유원지가 중고차수출단지로 활용되면서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수년째 교통과 환경 분야 민원을 제기해 왔다.
수출단지에서 차량을 해체하는 작업이 이뤄지면서 토양을 오염시키고,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중고차와 대형화물차의 무분별한 불법 주정차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왔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인천시의회 도시계획 및 도시개발사업 조사특별위원회에서도 해당 문제를 두고 “방관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되기도 했다.
과거 주민 민원으로 유원지에 들어선 불법 중고차 수출업체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에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중고차 수출단지를 이전하는 촉진제 역할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반면 우려도 나온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장기간 사업 추진이 되지 않았던 테마파크 사업이 무산될까 걱정이다. 부영주택은 2015년 10월 테마파크 부지와 인근 도시개발사업 부지 등 104만㎡를 매입했으나 7년 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송도파크자이 주민 A(53)씨는 “분양 당시에 이곳에 테마파크가 들어선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들어온 입주민들이 많다”며 “그런데 이런저런 핑계로 계속 사업은 미뤄지고 있으니 주민들 입장은 난감할 뿐이다. 갑자기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한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털어놨다.
이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는 것은 상관없으나 테마파크 등과 같이 기존에 우리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점들은 구역 지정과 상관없이 지켜줬으면 한다. 하염없이 기다렸던 주민들을 위해 테마파크 부지에 원안대로 들어올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승분 인천시의원 “송도유원지 중고차수출단지는 민원이 끊이질 않는 곳으로 주민들은 중고차단지가 이전되기만 바라고 있다”며 “경제자유구역이든 아니든 어떤 형태로도 그 공간이 지금보다 나아지길 바라는 게 주민의 바람이다. 하지만 애초에 계획된 테마파크조성 등과 같은 약속들은 지켜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은 인천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잡았던 송도유원지의 명성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간절하다”며 “더 이상 개발계획의 지연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와 불편이 가증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인천시의회 조사특위를 통해 철저히 살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슈팀
[인터뷰] 서종국 인천대 도시과학대학장
“지역 자산 송도유원지 큰 그림 그려야”

“지역 자산인 송도유원지를 더는 방치하지 말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과학대학장은 수십 년째 방치되고 있는 송도유원지를 활성화하기 위해 민·관 거버넌스 숙의 과정을 통해 대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래된 지역 숙원 문제인 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에 어떤 기능이 부족하고 이걸 충족하기 위해 어떤 땅이 필요하며, 주변 지역 생태계와 어떻게 연계할지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와 검토하고 합의점을 도출해 나간다면 그 대안은 정통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 차례 송도유원지 개발방향을 잡기 위한 연구들이 이뤄졌지만 끝내 실현되지 못하고 무산되기 일쑤였다. 이 과정에서 토지주들과 인근 주민들은 골머리를 앓았다. 지금은 중고차 수출 야적장으로 활용되면서 지역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경제자유구역 확대·지정 대상지에 송도유원지가 포함되면서 지역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서 학장은 송도유원지 경제자유구역 지정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민선 8기 유정복 시장의 1호 공약인 '제물포 르네상스'와 '뉴홍콩시티 프로젝트'를 위해 검토되고 있지만 인천경제청의 본질적 특장점의 한계를 넘어가는 과잉확대 지정의 우려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인천경제청 입장에서 경자구역 확대·지정은 다양한 논리를 내세워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사업확대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자구역 확대·지정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천뿐 아니라 타 지자체에서도 경제자유구역 확대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인천 지역만을 두고 봤을 때 경자구역이 확대되면 원도심과 신도심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텐데 이 점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어디 한쪽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인천 전체가 살아날 수 있는 개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중요한 가치를 지닌 송도유원지 일대 지역 활성화를 위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조언했다. 서 학장은 이를 위해서는 토지주, 주민,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등이 한데 모여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원지는 송도국제도시의 미래 산업 구조를 예측해 보완 기능할 수 있는 계획이 세워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송도국제도시가 완성 단계인데 외자 유치나 산업 유치에 부족한 부문들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동산단을 포함해 인근 지역을 면밀히 분석하고 여러 의견을 끊임없이 듣는 장이 마련돼야 합니다.”
/이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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