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0㎞ 밖에서 폭격이 일어도 소리가 들린다. 지난해 2월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고 새벽부터 온종일 포격 소리를 들었다. 러시아군의 민간이 학살이 벌어졌던 부차와 이르펜이 집에서 20~25㎞ 거리인데도 폭격 소리가 심해 피난을 결심했었다. 지난해 10월10일 시내 폭격도 꽤 큰소리로 들었다. 군사시설이 아닌 대학, 병원, 아파트, 쇼핑몰 등의 폭격은 테러이다. 특히 전기, 상수도 시설 등의 기간 산업 공격은 전쟁 범죄이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사람들의 핸드폰에는 공습경보 앱이 깔려 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이 시작되면 바로 비상벨 소리가 들린다. 요즘은 뜸하지만 연말 연초까지 하루가 멀다고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아파트 옥상 꼭대기나 학교, 관공서 등 웬만한 높은 건물에는 사이렌 소리를 알리는 스피커가 달려 있어 시내 어디에 있든 공습이 시작되면 공습경보 소리를 듣는다. 소리만으로도 겁에 질려 대피소로 피하는 사람도 있고 면역이 되어 하던 일을 계속하거나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도 있다. 강제하거나 통제하는 사람은 없다.
이번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고 지금 이 시각에도 전선에서는 양국 군인들이 수십 명 수백 명이 죽으면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키이브국립대학도 큰 피해를 보았다. 코로나와 겹쳐 거의 2년째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데 수업의 질도 떨어질 뿐 아니라 학생들 학업 발전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수업뿐만 아니라 지난 10월 공습에는 본관과 문과대 사이에 미사일이 떨어져 창틀과 문이 부서지고 여러 명이 다쳤는데 지난 연초 폭격은 의과대학과 체육대학 사이에 드론이 떨어져 역시 창틀과 문이 부서지고 건물의 일부가 파손되었다. 새벽 공습이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대학 당국은 피해 복구를 위해 졸업생 동문 등 여러 사람에게 모금을 시작했고 정부에서도 어려운 시기이지만 대학 및 병원 등 공공시설의 피해 복구를 우선하라고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다.
키이브 국립대학은 본관과 문과대가 시내 중심에 있고 단과대학으로 국제관계대학과 제2캠퍼스로 의과대, 공과대, 체육대, 생물학부 등이 독립하여 떨어져 있는데 학생 기숙사와 교수아파트가 제2캠퍼스 근처에 있다. 필자의 집도 이 근처에 있는데 2023년 1월1일 새벽 폭발은 필자의 집에서 1㎞ 반경에서 발생한 것이다. 폭발음에 놀라 깨었고 창문이 흔들리고 우리 개들이 몇 분간 흥분하여 짖을 정도로 소리가 크고 무서웠다. 이전에는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막연히 어딘 가에 미사일이나 드론이 떨어지겠구나 하던 생각이 바뀌었다. 내 머리 위에서 또는 우리 아파트에도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차별로 떨어져 폭발하는 드론을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가미카제 드론이라고 부른다.
드론이 떨어진 캠퍼스 운동장은 우리의 주요 산책로이다. 아침저녁으로 개와 함께 산책하는 곳이고 우리 아이들이 어려서 운동하던 곳이었고 동네와 대학의 구분이 없어 동네 사람들이 공원같이 산책하고 쉬는 곳이다.
민간을 겨냥한 미사일이나 드론의 공격은 명백한 테러이고 전쟁 범죄이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시시각각 전 세계로 타전되고 인터넷에서 공유되는데 러시아인들은 침묵하고 있다. 정교회 새해인 1월14일 드니프르시 아파트 폭격으로 45명이 사망하고 79명이 다쳤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방송에서 “러시아인들이여 당신들은 어째서 비겁하게 침묵하는가? 테러리스트들이 저지르는 이 테러를 모르는가, 당신들이 침묵한다면 당신들도 똑같은 어려움을 당할 날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이브국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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