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난히 추운 겨울이다. 좁은 시장 골목은 손님의 발길이 끊어진 채 찬바람만 오고 가고 있다. 그 한 모퉁이에서 힘겹게 겨울을 나고 있는 상인들의 얼굴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누구도 대신 해 주지 못하는 현실의 벽 앞에서 그들은 혹독한 겨울을 하루하루 힘겹게 보내고 있다.
지난 4일 인천상공회의소는 인천 제조업체 139개를 대상으로 '2013년 1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를 실시했다. 70% 이상의 기업들이 연초 목표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실적의 '미달'을 예상했다. '원자재가격 상승'(32.3%)과 '내수시장 침체'(30.7%), '수출시장 둔화'(15.3%), '고금리 상황'(12.7%), '고환율 상황'(6.3%)이 주된 이유다. 최근 미국 FED(전방준비제도)는 기준 금리를 또다시 0.25% 올렸다. ECB(유럽중앙은행)도 0.5bp 금리를 올리는 빅스텝을 추가로 단행했다. 인상폭은 줄었지만 아직 한두 차례 추가 인상도 예고하고 있다.
필자는 얼마 전 사옥을 마련하면서 부족한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적지 않게 빌렸다. 덕분에 이전보다 쾌적하고 편리한 환경에서 임직원이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급속한 금리 인상과 원자재 상승의 부담이 피부로 와 닿았다. 안타깝게도 올해 직원들의 급여는 최소한의 물가 상승분 정도만 반영했다. 동결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치솟는 물가를 고려하면 직원들의 실질소득은 오히려 감소할 게 뻔하다. 경영자로서 참 편치 않은 마음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불투명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도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은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치솟는 물가상승을 중앙정부가 부추기는 형국이다, 지금은 총체적 비상시국이다. 국가는 국민의 보호막이 되어야 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 다수의 국민이 처한 최악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정부의 모든 정책과 예산이 집중돼야 한다. 국민이 살아야 나라도 살지 않겠는가. 그것이 국가가 지금 최우선으로 해야 할 책무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민심이 천심이다.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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