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마트 뺐다 농민기본소득과 상충
“충분한 준비 기간 줄 것” 한 발 물러서
카드형 경기지역화폐. /사진출처=경기도 홈페이지
▲ 카드형 경기지역화폐. /사진출처=경기도 홈페이지

행정안전부가 지역화폐 배분 및 사용처 선정을 놓고 갈지(之)자 행정을 펴 경기도 등 광역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일선 기초단체공무원들과 상품권 이용자들이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뒤늦게 문제점을 파악한 행안부는 하나로마트 등 연매출액 30억 원 이상 대형 마트에서 지역상품권을 ‘즉시’ 못 쓰게 하겠다는 식의 공문을 보냈다가 하루 만에 “준비 기간을 주겠다”고 발을 빼 빈축을 사고 있다.

23일 경기도와 일선 기초단체에 따르면 행안부는 22일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 영세 소상공인 중심으로 바뀐다’는 보도자료를 내 “(하나로마트, 대형 식자재_농수산물도매점 등) 대형마트와 대형병원 등 소상공인으로 보기 어려운 곳에서도 상품권이 사용되는 문제가 있어 연 매출액 30억 원 이하인 경우에만 가맹점 등록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일선 지자체에는 ‘즉시 시행한다’는 식을 통보를 했다.

그러나 지자체 사정에 따라 경기도처럼 이미 연 매출 10억 원 이상인 하나로마트 등에서 지역화폐를 못 쓰게 하는 곳이 있고, 올부터 농민기본소득을 농_축협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홍보에 들어간 곳이 있어 현장에서 상품권 사용을 놓고 혼선이 일고 있다.

도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경기도 지역화폐 심의위원회’가 농민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농민기본소득을 농_축협에서 쓸 수 있도록 가결하고 3월까지 가맹점 등록을 받아 4월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행안부 발표로 백지화 위기에 몰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도에서만 올부터 농민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려고 계획한 기초단체가 20개 시_군이며 이 중 일부는 이미 이 제도를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공무원과 농민 불만이 커지자 행안부 지역금융지원과 실무자는 “사용처 재편을 즉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세부 일정을 밝힐 순 없지만 충분한 준비 기간을 주겠다”며 한 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최근 행안부가 2023년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예산 3521억여 원 가운데 경기도에 12%가 채 안 되는 422억 원만 배정한 것으로 확인돼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이는 지난해 12월 기준 경기도의 인구가 전국의 26.5%에 달하고, 소상공인 종사자 비중이 전국의 25.9%(2021년 기준)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지난 1월 행안부가 갑자기 지역화폐 국비지원 방향을 ▲인구 감소지역 ▲일반 자치단체 ▲보통교부세 불교부단체 등 3개 유형으로 구분한 데 따른 불이익이다.

인구 감소지역은 할인율 10%를 적용하고 이 중 5%를 국비로 지원하는 반면, 일반 지자체는 할인율 7% 수준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되 2%만 국비로 지원하기로 변경했다.

특히 보통교부세 불교부단체는 재정여건이 양호한 만큼 국비지원을 전혀 하지 않는 대신 할인율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정하게 해 수도권인 경기도가 큰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지역화폐는 그동안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10%를 할인율을 적용해 왔다.

/김기준 기자 gjkim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