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중서부의 캘거리를 처음 찾았던 것은 1991년도 초였다. 캐나다 관광공사의 초청으로 남쪽은 미국과의 국경이고 북쪽은 북극권까지의 큰 영토를 가진 캐나다 곳곳을 둘러보면서 국토의 광활함과 다양성도 놀라웠지만 다양한 인종이 각기 그들의 언어와 풍습을 간직하면서 사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퀘벡주에서는 프랑스어가 공용어로 되어있는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지역마다 각기 다른 출신국의 언어와 관습을 유지하면서 지내는 것을 '모자이크 문화'로 표현하고 있었다. 다양한 인종을 용광로에 넣어 미국인으로 만드는 미국과는 또 다른 국가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1988년 동계 올림픽을 개최했던 캘거리에는 우크라이나 이민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전화번호부나 회사 이름에 Z자가 많이 들어간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출신들이었는데 1896년에 시작된 캐나다 정부의 '최후의 서부'라는 홍보에 따라 중부 유럽 농민들이 대거 캐나다로 이민 왔다는 설명이었다. 이들 중 우크라이나 평원에 살던 농민들도 신대륙의 보다 광활하고 풍요로운 곳에 정착함으로써 오늘날 러시아 다음으로 우크라이나인들이 많은 곳이 캐나다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캐나다 대륙횡단철도 공사에도 투입되어 철도건설 역사상 최고의 난공사로 알려진 캘거리와 밴쿠버 간의 건설에 공을 세웠다. 이 같은 인연으로 캐나다 철도협회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파괴된 철도 시설을 복구하기 위해 손상된 수백 킬로의 철도와 12개의 교량을 복구해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쌍방이 소모전 형태가 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세계의 지원도 피로한 기색이 감지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중동국가들은 직접적인 무기 지원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고, 유럽연합과 나토 회원국들도 점차 대규모 군사지원에 신중론을 펴기 시작했다. 전쟁이 확대되고 치열해지면 자칫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시점에서 지난 6일 자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우크라이나만 제외하고 많은 국가에 무기를 제공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일면에 게재했다. 우크라이나전이 시작된 이후 많은 국가가 더 많은 탱크와 대포 그리고 탄약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한국처럼 신속하게 전투기를 비롯한 탱크와 대포 그리고 유도탄 같은 중무기 생산을 증산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뉴욕타임스>는 이어서 2022년 한국의 무기 수출은 전년보다 140%가 증가한 173억 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하면서 그중 124억 달러가 우크라이나의 인접 동맹국인 폴란드에 대한 수출이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무기 수출을 전 세계로 확대하고 있는 한국이 치명적인 살상 무기의 우크라이나 공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을 자제하려는 안보 차원의 정책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신용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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