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식적인 사과가 먼저”
“귀책 사유 있는 국가 주도로”

정부의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선감학원 인권침해 사건' 현장에서 유해발굴에 나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경기도가 반발하고 나섰다. 유해발굴을 추진할 대상자로 경기도가 지정됐는데, 도는 정부가 책임성을 갖고 주도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빨리 끝내는 게 능사가 아니다”며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도는 14일 진실화해위의가 보낸 '유해발굴 자치단체 보조사업자 선정' 관련 공문을 반려했다고 밝혔다. 해당 보조사업자 선정은 유해발굴의 주체를 도에 넘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날 13일 진실화해위는 선감학원 인권침해가 빚어진 전국 14곳에서 유해발굴을 추진하고, 선감학원 사건 현장인 안산시 선감동이 가장 시급한 장소로 분석한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보다 앞서 유해발굴 자치단체 선정 수요를 묻는 공문을 도에 발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는 당시에도 수요조사 자체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의 공문을 진실화해위에 제출한 바 있다. 도의 이 같은 입장은 선감학원 사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 과제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도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선감학원 인권침해의 핵심 주체는 기본적으로 국가다. 경기도는 선감학원 문제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특히 유해발굴 문제는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라고 말했다.
이어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조사 결과 선감학원 사건 관련 부랑아 정책 시행에 대한 국가의 근본적 귀책 사유가 확인됐다”며 “경기도와 2기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0월20일 있었던 선감학원 사건 진실규명 관련 도지사-진실화해위원장 공동기자회견 당시 국가가 주도하고 경기도가 협력하면서 유해 발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로 공표했다”고 덧붙였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같은 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을 통해 “진실화해위가 도의 선감학원 유해발굴 사업을 지원한다고 한다. 도는 즉각 거부했다”며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에 시작돼 군사정권까지 이어진 국가폭력이다. 수천의 소년들이 부랑아로 낙인찍혀 국가로부터 강제노동과 인권유린의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김 지사는 “빨리 끝내는 게 능사가 아니다.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님께서 '나라가 아니라 웬수'라고 하신 것도 정부가 가해 당사자인 일본의 사과와 보상을 뭉개는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 점에서 '진실화해위원회'는 틀렸다. 정부가 먼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유해발굴을 포함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 의무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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