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종 사회 LA, 독특한 도시문화 확립
타자 포용 사회서 다양한 아이디어 창출
끊임없는 '창조적 파괴'로 혁신도시 가능
도시 성장 주도 '글로벌&로컬' 시대 도래
특정 개인·조직만으론 변화 대응 힘들어
현안 해결에 다양한 주체 '집단지성' 필요

얼마 전 인천일보에 '인천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라는 내용으로 칼럼이 게재되었던 것이 기억난다(2021.10.11).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인천상륙작전' '인천공항' '인천항' '차이나타운' '연안부두' '월미도' '송도신도시' 등이 떠올랐는데, 요즘 들어서는 'K-바이오 도시'로 점차 알려지고 있다. 인천의 위상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민선 8기가 들어선 2022년부터 인천 발전의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로 '초일류도시 인천', '뉴 홍콩시티' 등을 구호로 내세우고 있다. 글쎄 구호가 뭔가 생소하고 명확하게 다가오는 내용이 없다는 생각은 들지만, 일류도시 인천을 만들겠다는 목표, 동북아에서 홍콩을 대체하는 도시로 성장하겠다는 의도 정도로는 이해가 될 것 같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초일류도시 인천을 만들 것인가' 하는 전략과 방향이다. 그냥 구호만 외쳐서는 초일류도시가 될 수 없고, 어떤 정책과 방향을 통해 초일류도시를 만들 것인가를 제시해야 하는데 '제물포 르네상스' 말고는 특별한 전략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하긴 초일류도시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초일류도시라는 제목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번 '인천 미래 가꿈 프로젝트' 기획기사를 통해 초일류도시로 경쟁력을 갖기 위한 주요 요건을 논의해 보기로 한다.

현대사회에서 도시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도시는 다양해야 한다. 둘째, 도시는 주변 환경이 변함에 따라 공진화(co-evolution)해야 한다.
우선 첫 번째 조건인 도시의 다양성이다. 글로벌 시대로 부르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다양성이 높은 도시 가운데 하나로 LA를 꼽을 수 있다. LA에 가면 우선 사람을 판타지로 인도하는 디즈니랜드가 있고, 세계 영화의 중심지 할리우드가 있다. 또 코리아타운, 차이나타운, 저팬타운, 멕시칸타운, 베트남타운(리틀 사이공), 인도타운 등 다양한 인종이 몰려 사는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모여 살다보니 다양한 문화와 아이디어가 창출되고,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 생태계가 구축되어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LA만의 독특한 도시문화와 경쟁력이 확립되고 있다.
둘째로 도시는 시스템으로 외부 환경과 끊임없는 투입과 산출 작용을 하여야 생존할 수 있다. 환경은 변하는데 도시가 변하지 않는다면 결국 도시는 쇠퇴의 길에 접어들게 되고 종국에는 소멸에 직면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구 절벽에 의해 실감하고 있다. 즉,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는데, 도시가 여기에 맞춰 변하지 않는다면 뒤처질 수밖에 없고, 종국에는 경쟁력을 상실하여 쇠퇴의 길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를 미국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를 통해 알 수 있고, 한국에서 소멸 위기에 놓인 많은 지방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1800년대 중반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편 <거울나라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이 지배하는 마을에 잘 묘사되고 있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숲에서 탈출하고자 바람에 머리카락이 뽑혀 나갈 정도로 달렸지만 주위는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앨리스는 붉은 여왕에게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한참 동안 빨리 달리면 어딘가 다른 곳에 도착하게 되는데” 하며 이유를 물었더니, 여왕은 대답하기를 “느림보 나라 같으니! 여기서는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려면 계속 달릴 수밖에 없고,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최소 두 배는 더 빨리 뛰어야 해!”라고 대답한다(루이스 캐럴 원작·마틴 가드너 주석,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나라의 앨리스, 2005 : 236). 바로 21세기 현대사회를 200년 전에 예측했다고 알려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른들이 읽는 동화책으로 인기가 높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해서 쌍둥이 사이에도 세대 차이를 느낀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1분 후에 태어났더니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풍자하는 말이다. 이런 고속사회에서 인천이 초일류도시를 만들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만들겠다는 로드맵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인천일보 기획기사를 빌려 주요 요인을 제시해 본다.

첫째, 인천이 동북아의 초일류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다문화 도시가 되어야 한다.
둘째,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기 위한 인천 도시 시스템이 정립되어야 한다.
첫째로 인천이 초일류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종과 언어, 문화와 종교, 사고와 생활 방식을 포용하고 공존하는 다문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즉, 동화되지 않은 타자를 포용하고 공존하는 다문화 도시가 되어야 다양한 아이디어가 창출되며, 슘페터의 표현대로 '창조적 파괴'가 끊임없이 발생해 변화를 선도하는 혁신도시가 될 수 있다. 상대적 개념으로 동질적(획일적) 문화가 지배하는 예를 들면, 군대와 종교집단을 생각할 수 있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시간에 식사하고,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집단에서 변화와 혁신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래서 도시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 다양한 언어, 다양한 문화, 다양한 사고와 생활 방식이 공존하며 앙상블을 끌어내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인천은 다문화 도시가 되기 위한 선도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이질적 문화와 음식을 접하고 즐기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그런데 중국인 거리만 가지고는 다문화 도시라고 하기에는 미흡하고, 다양한 국적과 언어, 문화와 종교를 포용하고 융합하는 공간을 창출해야 한다.

둘째로 인천이 초일류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외부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도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글로벌 사회가 도래한 이래 국가는 글로벌 변화를 주도하기에는 너무 작은 조직이고, 글로벌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너무 비대한 조직으로 전락했다. 초강대국인 미국조차도 글로벌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그래서 이제는 국가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글로벌과 상면(interface)하는 '글로벌 & 로컬'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까지는 국가가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고 정체성의 소재지였었는데, 지금은 도시가 성장의 엔진으로 작동하며 정체성과 소속감을 표출하는 공간으로 전환됐다. 외국인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으면, 예전에는 미국 또는 영국, 프랑스에서 왔다고 대답했는데, 지금은 LA이나 런던, 파리에서 왔다고 자신의 도시를 내세우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도시를 운영하는 방식과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면 어떻게? 바로 거버넌스(governance) 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거버넌스 혹은 협치(協治)라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인천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말은, '인천의 주요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나 조직이 독점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인천의 주요 주체들인 산(경제계), 학(대학), 관(정부), 연(연구소), 언(언론기관), 시민 및 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집단지성과 다중지혜를 동원해 바람직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지금은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다양한 변수들이 영향을 미친다. 어떤 특정 개인이나 조직이 변화를 예측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천의 다양한 주체와 조직들 사이에 협력과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여 자료와 정보, 지식과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공유함으로써 초일류도시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과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은 한국사회에서 개항, 개방, 개혁의 선도도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초일류도시를 만드는 작업은 이런 인천의 역사와 문화적 기반 위에 다양한 문화와 생활방식을 융합하여 글로벌 도시로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방안을 집단지성과 다중지혜를 통해 찾아가는 과정이 되길 기대한다.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공동기획=인천일보·인천학회·인천도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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