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일 파주시장이 성매매 집결지 해체를 올해 첫 1호 결재를 하면서 단호한 의지를 내비치자 이에 발맞춰 파주경찰서, 파주소방서 등 유관기관도 팔을 걷어 폐쇄를 위한 잰걸음을 하고 있다. 또 성매매업소 일부분이 불법건축물로 확인되면서 행정대집행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복병에 부딪혔다. 이곳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70여 곳에 종사자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달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이 파주시의회를 찾아 “준비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고 힘든 생계에 빚을 낸 상황에서 공권력이 사지로 몰아내고 있다”고 하소연했지만 파주시는 현장에 감시초소를 세우면서 해체를 위한 고삐를 더욱더 조여나갔다. 결국 지난 14일 종사자 모임인 자작나무회 회원 80여명이 현장점검을 나온 공무원들을 에워싸고 지붕과 옥상에 올라 시위를 하는 등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과거 파주는 접경지의 특수성 때문에 주한미군이 주둔하면서 성매매 집결지와 기지촌 등이 곳곳에 성업을 이뤘다. 이후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성매매 여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현재는 '용주골' 또는 '대추벌'이라는 이름으로 성매매 집결지를 대신하고 있다.
김경일 시장은 100만 도시로 거듭나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후손들에게 성매매 집결지를 물려줘서는 안 될 것이기에 욕을 먹어도 해체는 숙명이라고 했다.
김시장의 말이 백번 천번 옳다. 하지만 그곳에서 생업을 유지하고 있는 종사자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을 위해 반대하던 시민과 3000번 넘게 만나 대화를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우리는 아픈 역사의 흔적을 치유해야 할 책임도 있지만 힘든 과정도 생각해야 한다. 서로가 상처 없이 문제를 해결할 묘책은 대화뿐이다.
/김은섭 경기본사 사회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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